주변분들이 일러주는대로 땅 한켠에 삽목한 국화는 거의 말라 죽었다. 물 주는 것도 거의 신경을 못썼다. 피티병에 꽂아 놓은 건 잎은 살아 있는데 뿌리가 나올 기미는 보이질 않고, 오히려 썩어가는 느낌? 암튼 애정과 관심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뭐든 저절로 크고 자라는 게 아닌데, 될대로 되라는 이 심뽀가 문제다.
마지막으로 모래에 삽목한 국화가 부디 성공하기를. 이게 실패하면 모래랑 넓은 그릇이랑 나눠주신 아주머니 볼 낯이 없다. 부디 멋지게 뿌리를 내려 이웃들에게 한 뿌리씩 선물해야만 한다.
역시 얻어 심은 제라늄도 잎이 누렇게 말랐다. 아직 뿌리가 정착을 못한 건지, 너무 습한 건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제라늄은 건조하게 키우는 거라고 들었지만 분갈이한지 얼마 안돼서 물을 듬뿍 줬었다. 지금은 겉 흙이 다 말랐고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걸 수도 있지만 제라늄은 과거에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어 불안하다.
엔젤트럼펫 녀석은 잎이 누렇게 되면서 하나씩 떨어지기 시작해서 삐쭉 대공만 남았다. 응애라는 해충이 원인이라는데, 잎이 다 떨어지고나서야 알았다. 새 잎이 올라오고는 있지만 올해에 꽃을 피우기는 글렀다.
단감나무에도 송충이가 생겼다. 바퀴벌레나 쥐, 지렁이보다도 징그럽고 무서운 놈들이다. 꼬물꼬물 기어다니는 녀석들을 보면 온몸이 근질거린다. 나무 전체에 약을 치기는 좀 그렇고 해서 벌레가 생긴 부분만 약을 뿌리고, 벌레 먹은 가지를 꺾어 불에 태웠다.
큰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작은 열매를 과감히 솎아 버리지 않으면 안된다. 화초도 마찬가지다. 뿌린 씨앗에서 올라온 새싹이 아무리 어여쁘고 귀해도 망설이지 말고 뽑아 버려야만 한다. 아는데, 파릇파릇 돋은 녀석들에게 차마 손을 못대고 바라보고만 있다. 아깝다고 제대로 솎아주질 않아 실한 마늘을 얻지 못하는 아버지를 닮아서인가. 6월 들어 쭉쭉 가지를 뻗치는 무화과나무도 마찬가지다. 뿌리 쪽에서 나오는 걸 사정없이 잘라줘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 두리뭉실한 형태가 조금 웃긴데, 새 가지를 뻗치는 녀석의 왕성한 생명력은 기특하고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