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단동자, 자주 괭이밥, 송엽국, 패랭이, 꽃기린, 보라사랑초, 청사랑초, 제라늄에 노랑과 빨강의 카랑코에까지 6월의 정원은 그야말로 신천지다. 수련도 꽃봉오리를 만들었고 공작선인장도 요사스런 옷으로 갈아입을 준비 중이다. 싹이 보이질 않아 애태우고 아침마다 화단 구석구석을 헤메게 했던 일일초도 여기저기서 초록빛 떡잎을 보여준다. 작년엔 따로 씨를 받질 않아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느리게 성장 중이다. 천일홍의 번식력은 말이 필요없고, 설악초는 보이는 족족 뽑아내는 중이다. 설악초는 맘 놓고 키우기엔 공간도 부족하고 다른 녀석들에게 그늘을 지울까봐 두고 볼수가 없다. 패튜니아도 곧 꽃을 피울 것 같다. 문제는 메리골드, 달팽이의 역습으로 잎과 줄기가 사라지고 있다. 과꽃도 몇 포기만 남기고 뽑아줘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질 않다. 선택은 늘 어렵다. 남겨지는 것과 버려지는 것, 그 무작위의 선택이란 얼핏 잔인하기까지 하다. 아, 그리고 접시꽃도 있다. 따로 씨를 뿌리지 않아도 때가 되면 알아서 싹을 틔우고 줄기를 올리고 꽃봉오리를 만들어내는 기적같은 일들이 내 작은 정원에선 날마다 일어난다. 봉숭아꽃과 채송화, 쑥갓은 이리저리 치이고 부대끼면서도 살 궁리를 찾는다. 섬초롱꽃은 그늘진 곳이라 아직 활짝 꽃을 피우진 못하고 있다. 내일이나 모래쯤이면 조롱조롱 매달린 모습을 볼 것 같다. 해바라기도 있다.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고 해도 키울 수만 있다면 온갖 것들을 다 심고 싶은 이 죽일 놈의 호기심을 어쩌나.
그 중에서도 가장 위풍당당한 것은 이층집을 집어 삼킬 듯 거대해진 단감나무고, 두 번째는 단감나무와 곧 이마를 맞대고 영역다툼을 벌일 무화과 나무다. 그리고 제법 아담하게 자란 블루베리나무도 올해는 제법 실한 동글동글한 열매가 맺었다. 석류나무는 아직 작고 어려서 내년을 기약해야할 것 같고, 봄에 심은 매실과 살구나무는 이제 겨우 작은 이파리 몇 개로 살아있노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거기다 덩굴식물인 머루포도까지. 넌 언제나 클래.
간절히 원해서 혹은 불가피하게 내 집, 내 정원에 들어와 살게 된 것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미치도록 사랑한다. 예전에는 몰랐던 알고싶지도 않았던 감정이 새록새록 솟구치는 기쁜 6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