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샛노란 표지가 화사하게 핀 해바라기 같아서 오래도록 바라만 봤었다. 아니면, 불꽃이었을까. 그건 보통 보다는 특별에 가까운 감정. 내 손 가득한. 인간, 사람, 남자이거나 여자, 누구라도 마주칠 감정, 불안, 고독, 소소하지만 오래가는 상처에 대한 고백이자 기록에 공감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가 가수라는 걸 알고 놀랐고, 노래를 찾아봤다. 그는 꿈이 없어 절망했던 시절을 이렇게 들려준다. 청소년들이여, 꿈이 없다고 고민하지 마라, 그럼 관객이 되면 되니까, 그 뿐이다.   

만약, 사는 게 힘이 부친다면, 이런 책 어떤가요.  이런 위로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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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돌아오지 못할 긴 여행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날로부터 오늘까지 마음이 먹먹하고 구멍이 뚫린 듯 허전합니다. 오랜 세월 투병을 했기에 이제는 편히 쉬시라, 말하고도 싶지만 아쉽고도 아쉽습니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얘기를 나누지도 살갑게 손을 잡아 보지도 못했지만, 제가 기억하는 그녀는 참 큰 그릇이고 다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녀와 같이 타인을 위로하고 배려하며 살갑게 챙기는 이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사노라 바쁘다는 핑계로 살가운 인사 한 번 제대로 건네지 못한 것이 한이 됩니다. 늦었지만, 물만두님 고맙습니다. 알라딘이라는 이름을 볼 때마다 당신이 떠오르고 무심결에 당신의 흔적을 찾아 들를 것 같습니다. 그토록 애호하던 추리소설의 세계 역시 당신이 품었던 열정을 기억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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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10-12-15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연들이 어떤 이유로든 하나둘 떠나가네요.

겨울 2010-12-16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잘 지내셨나요?
대개의 인연이 그러하지요. 슬프고 허망하고 쓸쓸한, 그러면서 산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살아지고.
건강하세요.
 

 

우단동자, 자주 괭이밥, 송엽국, 패랭이, 꽃기린, 보라사랑초, 청사랑초, 제라늄에 노랑과 빨강의 카랑코에까지 6월의 정원은 그야말로 신천지다. 수련도 꽃봉오리를 만들었고 공작선인장도 요사스런 옷으로 갈아입을 준비 중이다. 싹이 보이질 않아 애태우고 아침마다 화단 구석구석을 헤메게 했던 일일초도 여기저기서 초록빛 떡잎을 보여준다. 작년엔 따로 씨를 받질 않아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느리게 성장 중이다. 천일홍의 번식력은 말이 필요없고, 설악초는 보이는 족족 뽑아내는 중이다. 설악초는 맘 놓고 키우기엔 공간도 부족하고 다른 녀석들에게 그늘을 지울까봐 두고 볼수가 없다. 패튜니아도 곧 꽃을 피울 것 같다. 문제는 메리골드, 달팽이의 역습으로 잎과 줄기가 사라지고 있다. 과꽃도 몇 포기만 남기고 뽑아줘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질 않다. 선택은 늘 어렵다. 남겨지는 것과 버려지는 것, 그 무작위의 선택이란 얼핏 잔인하기까지 하다. 아, 그리고 접시꽃도 있다. 따로 씨를 뿌리지 않아도 때가 되면 알아서 싹을 틔우고 줄기를 올리고 꽃봉오리를 만들어내는 기적같은 일들이 내 작은 정원에선 날마다 일어난다. 봉숭아꽃과 채송화, 쑥갓은 이리저리 치이고 부대끼면서도 살 궁리를 찾는다. 섬초롱꽃은 그늘진 곳이라 아직 활짝 꽃을 피우진 못하고 있다. 내일이나 모래쯤이면 조롱조롱 매달린 모습을 볼 것 같다. 해바라기도 있다.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고 해도 키울 수만 있다면 온갖 것들을 다 심고 싶은 이 죽일 놈의 호기심을 어쩌나.  

 그 중에서도 가장 위풍당당한 것은 이층집을 집어 삼킬 듯 거대해진 단감나무고, 두 번째는 단감나무와 곧 이마를 맞대고 영역다툼을 벌일 무화과 나무다. 그리고 제법 아담하게 자란 블루베리나무도 올해는 제법 실한 동글동글한 열매가 맺었다. 석류나무는 아직 작고 어려서 내년을 기약해야할 것 같고,  봄에 심은 매실과 살구나무는 이제 겨우 작은 이파리 몇 개로 살아있노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거기다 덩굴식물인 머루포도까지. 넌 언제나 클래.  

간절히 원해서 혹은 불가피하게 내 집, 내 정원에 들어와 살게 된 것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미치도록 사랑한다. 예전에는 몰랐던 알고싶지도 않았던 감정이 새록새록 솟구치는 기쁜 6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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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는 거리가 먼 나 같은 인간도 오늘 하루는 묘하게 마음이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착잡하기도 하면서 복잡했다. 기대치가 높으면 실망도 큰 법이지만 뭔가 이변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하루종일 쿵쿵 뛰었다. 생각외로 젊은 사람들이 눈에 띄고 투표장의 분위기도 예전과 달리 젊어 보이는 등 징조는 많았다. 그래서였다. 가당치않은 기대를 품은 건.  

그리고, 오늘만큼은 대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동안의 어떤 선거보다 열성적으로 임한 투표였기 때문일까. 주변인들까지 챙기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개표방송을 기다리고 지켜보는데 어느 시점부터 머리가 마구 아프기 시작했다. 마구 흥분되는 다른 지역의 상황과는 달리 대전은 허탈할 정도로 뻔한 결과라서 맥이 탁 풀렸다. 바보소리를 들어도 멍청이 소릴 들어도 할 말이 없다. 너무너무 구태의연한 선택들이다. 개도 안 물어갈 그 놈의 충청도 어쩌고 하는 소리들에 이젠 신물이 다 난다. 그들을 선택한 사람들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면서 시시때때로 단죄의 칼날을 갈았으면 좋겠다. 한 표의 권리뿐 아니라 한 표의 막중한 의무를 잊지 않기를. 이 밤 잠 못 드는 사람 많겠다. 기쁘고 행복해서 혹은 분하고 기막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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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 - Philosophy + Film
이왕주 지음 / 효형출판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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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논어] '자로'편에서 "군자는 화이부동하고 소인은 동이불화한다"고 말한다. 화이부동이란 타자와 차이를 같되 같아지려 하지 않고, 타인의 취향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인정하고 그것과 함께 조화를 이루려는 삶의 태도다. 공자가 이것을 군자의 법도로 제시한 이유는, 군자는 조화를 이루려는 자이고, 명령하여 권력을 행사하려는 자가 아님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반면 소인배는 무조건 같아지려 하는 자이다. 남이 차를 사면 나도 차를 사야 하고, 남이 여행을 하면 나도 여행을 해야 하고, 남이 자식 유학을 보내면 내 자식도 유학을 보내야 한다.-254쪽

가랑이가 찢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황새를 쫒고자 하는 뱁새 소인배들은 항상 이렇게 말한다. "왜 나라고 못한단 말인가." 소인배들은 남들과 같아지려는 데 실패하면 그것을 곧 인생의 실패로 간주하며 불행해한다. 그들은 '난 너희와 달라'라고 말할 용기와 배포를 갖지 못한다. 그들은 삶을 그저 타인과 닮고자 하는 허망한 욕구로 허덕허덕 보낸다. 당연히 소인배들은 취향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다. 자신은 모든 이와 모든 것에서 '같아야 한다.' 여기에 어떤 양보도, 관용도 끼어들 틈이 없다. 당연히 '조화는 깨어지고' 다툼이 생길 수밖에 없다.
-255쪽

당연히 내가 모두와 모든 것과 완전하게 같아져버린 동이의 상태에서 조화는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조화를 위해서는 차이, 어긋남, 비켜섬, 불일치, 요컨대 다름이 필요한 것이다. 조화만일까. 사랑도 결국은 이 차이에서 시작되는 감정이다.
이런 이유에서 나와 다른 타인의 취향은 거북스럽고 짜증스럽기만한 난관이라기보다 오케스트라에서 서로 음색이 다른 악기와 같은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세상은 독주의 무대가 아니라 오케스트라이 무대다. 내 취향이 하나의 악기라면 타인의 취향은 다른 소리를 내는 또다른 악기다. 문제는 귀에 거슬리는 불협화음을 만들어내는 내 악기와 다른 악기가 어떻게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낼 것인가이다.-255쪽

조선후기 실학자 박지원은 친구 사이에 밀착이 아니라 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으로 천재적인 통찰이다. 이 틈이야말로 '어울려 다님'을 가능케 해주는 차이에 다름 아니다. 친구이기 때문에, 친구로 함께 사귀고자 하기 때문에, 오히려 서로 다른 취향이 필요하다. 취향이 같은 사람들만 끼리끼리 모이는 것은 작당이지 사귐이 아니다. 조폭들을 보라. 그들은 똑같은 두목, 똑같은 규율, 똑같은 질서 안에서 똑같은 절차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나 친구가 만나 서로 우정을 나누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그것은 틈, 다름, 차이, 불일치들을 그대로 지키면서, 큰 그림 안에 엮어서 조화롭고 아름다운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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