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는 거리가 먼 나 같은 인간도 오늘 하루는 묘하게 마음이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착잡하기도 하면서 복잡했다. 기대치가 높으면 실망도 큰 법이지만 뭔가 이변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하루종일 쿵쿵 뛰었다. 생각외로 젊은 사람들이 눈에 띄고 투표장의 분위기도 예전과 달리 젊어 보이는 등 징조는 많았다. 그래서였다. 가당치않은 기대를 품은 건.  

그리고, 오늘만큼은 대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동안의 어떤 선거보다 열성적으로 임한 투표였기 때문일까. 주변인들까지 챙기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개표방송을 기다리고 지켜보는데 어느 시점부터 머리가 마구 아프기 시작했다. 마구 흥분되는 다른 지역의 상황과는 달리 대전은 허탈할 정도로 뻔한 결과라서 맥이 탁 풀렸다. 바보소리를 들어도 멍청이 소릴 들어도 할 말이 없다. 너무너무 구태의연한 선택들이다. 개도 안 물어갈 그 놈의 충청도 어쩌고 하는 소리들에 이젠 신물이 다 난다. 그들을 선택한 사람들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면서 시시때때로 단죄의 칼날을 갈았으면 좋겠다. 한 표의 권리뿐 아니라 한 표의 막중한 의무를 잊지 않기를. 이 밤 잠 못 드는 사람 많겠다. 기쁘고 행복해서 혹은 분하고 기막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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