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내면 손해인건가. 화가 나는데, 부당해서 화가 나는데 화를 내면 지는 것처럼 모자란 인간처럼 보여지는 걸까. 아니면 너무도 비겁하고 이기적인 사람들이라 자신 외에는 아무 관심도 없는 불감증 환자들이라서 또, 어디서 누가 떠들어대네 라는 건지도. 내 안에 숨어있던 싸움꾼 본능이 다시 꿈틀거린다. 따지고 싸우고 소리지르고 싶다. 조곤조곤 생글생글 웃으며 애교내지 아양을 떠는 건 불가능이다. 싸우고 싶지 않다. 그런데 싸울 일이 자꾸만 생긴다. 세상은 평화롭지 않은데 그런 척하고 살라 하는 것 같다. 잘살지 못하는데 잘 사는 척, 행복하지 않은데 행복한 척, 만족한 척, 유순한 척, 누구를 위해서지? 음모론이 슬슬 고개를 든다.
나이를 먹으면 반드시 어른이 된다는 맞지 않다.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나잇값 못하는 어른들이 보인다. 유치하고 이기적이고 오로지 자신과 자신의 가족 외에는 아무 관심도 없는 그런 어른, 노인들... 그들처럼 나이들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모를 일이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그렇게 되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영화나 드라마 속 세상은 어찌나 선명하고 명료한지. 잘 만들어진 네모상자 속 세계에 흠뻑 빠져있으면 아편인 듯 심신이 몽롱하다. 꿈이라면 깨고싶지 않을 만큼이다. 다시 보아도 달콤한 '정글북' 영화는 이런저런 결점들이 보이긴 하지만 그럭저럭 재미있다. 아이와 맹수와의 교감, 우정, 선은 이기고 악은 멸망한다. 쉬어칸은 불에 타 죽을 운명이었고 거대한 비단뱀 카는 그렇게 나타났다 찰나의 순간 사라지고, 탐욕스런 오랑우탄 루이왕은 제가 사는 성에 깔려죽을 운명이었던 것이다. 실없는 웃음이 나왔다가 들어갔다가 나왔다. 흑표범 바기라의 헌신과 유쾌한 발루의 애정어린 시선은 언제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고 늑대 무리들은 다시 봐도 멋지다. 아기 늑대는 울집 강아지를 닮았다. 이 영화에서 약간의 심오한 뭔가를 기대한 건 착오다. 저렇게 멋진 정글을 만들어놓고 겨우... 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