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으로 멀다고 느꼈던 보건소에 다녀오는 길이다. 인터넷으로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었던 문제를 장대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하필 오늘 같은 날에 돌고 돌아온 이유가 어떤 사람의 융통성 없음과 지나친 오지랍 때문임을 깨닫자 마구 화가 솟는 거다. 그래도 그 사람을 향하여 화는 내지않고 잘 참았다. 대신 속으로만 궁시렁 투덜대며 비와 만원버스를 원망했다. 흔들리는 버스에 몸을 맡기고 불특정 다수의 땀냄새와 굽 높은 샌들로 인해 아픈 발바닥을 의식하노라니 기분은 가라앉고 몸은 주저앉을 것처럼 무거웠다.

 

나이듦은 구차하다. 보이지않는 작은 글자를 들고 노안이라고 설명하기가 구차하다. 비오는 날 다리 허리가 아픈 것도, 망각의 강을 건너버린 온갖 기억들도, 스마트폰 사용법 앞에서 버벅거리는 전혀 아름답지않은 풍경도 일상이 되었다. 한번도 꿈꾸지 않았던 날들이 기다리고 있다. 망각과 상실, 결핍의 총체적 문제다. 이런 삶을 괜찮게 만들 방법에 대하여 도움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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