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게 부는 바람 앞의 갈대가 마음을 뒤흔든다. 여심이 갈대라는 비유가 아니라도 바람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는 갈대는 매혹적이다. 저 가운데 서서 바람을 맞고 싶어서 실제와 상상하는 것의 차이 때문에 한참을 고민한다. 벌판에서 세찬 바람을 맞아본 사람은 안다. 그 살 떨리는 공포를. 절대 살랑살랑 부는 바람 같은 게 아니다.
초등학교를 십리 길을 걸어서 다녔다. 태풍이 불거나 소나기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은 우산이나 우비도 별 소용이 없다. 즉, 온몸으로 비를 맞거나 바람을 맞는 일 같은 거 예사였다는 이야기.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나서서 옷을 말려 주시곤 했다. 점심시간이면 도시락 반찬이나 간식을 나눠 먹고, 수업 끝나고 교무실에 가서 놀던 기억도 생생하다. 그 시절의 학교는 즐거운 놀이터였다. 학원도 없고 숙제도 없는 놀이터, 쉬는 시간 점심시간의 땀으로 흠뻑 젖는 놀이가 세상의 전부였던, 참으로 동화 같은. 이렇게 과거의 어떤 일들이 간절히 그립다는 것은 현재가 몹시도 우울하다는 증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