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더움으로는 부족한 뜨거움이다. 햇볕이 쨍하다는 말이 제대로 어울린다. 하루 두 번은 세탁기를 돌려 빨래를 넌다. 일광소독을 한답시고 이불이며 베개도 부지런히 내놨다 들였다 한다. 약간의 노동 후엔 여지없이 샤워를 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가운 물을 뿌리면 조금은 살 것 같다.
한낮의 외출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뜨겁게 달궈진 길 위로 한발을 내딛는 망설임은 흙을 밟고픈 욕망을 부추긴다. 선크림에 모자에 양산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비장한 얼굴로 목적한 곳을 향하는 내 자신이 마치 전투에 임하는 군인 같다는 생각도 얼핏 든다. 이렇듯 한 낮에, 내 생애 가장 센 노출패션으로 집들과 상점과 사람들을 지나 거리로 나섰던 일이 언제였는지 까마득하다. 아침 아니면 저녁, 밤의 거리에 익숙하다가 낮의 눈이 부시도록 환함은 아찔할 지경이다.
그러나 타는 여름 따위의 한가로운 감상에 젖을 수 있는 것도 노는 인간만이 누리는 혜택임을 안다. 이 더위 속에서 죽을 정도의 고통을 견디며 일을 해야만 사는 사람들에겐 얼마나 게으른 유희겠는가. 부지런한 노동의 흐르는 땀을 모르고서는 더움을 말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