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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1 - 1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평점 :
로마에 다시 가보고 싶어졌다. 기원전 110년 전의 로마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며 로마 시내를 가만히 걷고 싶다. 눈을 감으면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율리아, 가이우스 마리우스가 보일 것 같다. 율릴라와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는 어떻게 될까, 아프리카 대륙 누미디아의 왕 유구르타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콜린 매컬로의 <로마의 일인자> 1권을 완독하자마자, 나머지 두 권도 주문했다. 저자가 20년이란 세월을 쏟아 완성한 역작, 엄청난 양의 사료와 연구서적을 검토하며 글을 썼던 그는 결국 시력을 잃었다는데, 그토록 심혈을 기울여 쓴 책을 동시대에 읽을 수 있어 행운이다.
로마의 일인자(왠지 제목에서 낯간지러움이 느껴진다) 1권은 기원전 110년부터 108년까지의 로마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 권의 분량으로는 비교적 짧은, 3년이라는 시간에 세 명의 주요인물과 그들 가문을 중심으로 흥미진진한 로마 이야기가 그려진다. 로마의 유서깊은 명문귀족이지만 재산이 많지 않아 정치적 영향력이 떨어지는 율리우스 카이사르, 무관 출신의 실력자에 재력도 겸비했지만 귀족 혈통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계에 제대로 진출할 기회가 없던 가이우스 마리우스, 나무랄 데 없는 훌륭한 가문의 피를 물려 받았으나 알코올 중독으로 재산을 탕진한 아버지 때문에 빈민가에서 자라 방탕한 생활을 일삼는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 인물 한 명, 한 명이 작가의 손을 빌려 생생하게 살아나 자기 이야기를 들려 준다.
남성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그 시대 여성들의 생활상도 엿볼 수 있기에,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몰입도가 높다. 또한, 기원전 110년 전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에서 벌어질 법한 에피소드도 많다. 가문의 재력이 부족해 자녀들이 꿈을 펼치지 못할까 걱정하는 마음에 믿을 만한 신랑감을 골라 정략 결혼을 제의하는 아버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사려 깊음, 기쁜 마음으로 부모의 제안에 따라 결혼을 결심하는 장녀 율리아의 태도, 율리아를 소중히 여기는 가이우스 마리우스의 자상함과 명문가의 결혼으로 로마 최고 권력자에 도전하는 배짱, 그리고 장인과 사위 간의 신뢰가 특히나 인상 깊었다. 반면 말괄량이 막내딸 율릴라가 짝사랑하는 술라의 마음을 얻지 못하자 단식 투쟁을 하는 모습은 우스웠는데, 막내의 철없음은 이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모양이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로마의 정치구조에 대한 별다른 설명 없이 새로운 용어가 마구 튀어나온다는 점이다. 다행히 <로마인 이야기>를 읽었기에 스토리 파악에 지장을 줄 정도로 방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로마 역사를 처음 접하는 초심자의 경우에는 집정관, 호민관, 법무관, 원로원 등의 낯선 용어를 접하면 책에 충분히 몰입하기 전에 흥미가 반감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앞쪽에 간략하게라도 언급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이 책을 꼭 역사물로만 접근할 필요는 없다. 로마사, 로마 정치체제에 대해 전혀 모르더라도, 콜린 매컬로가 이끄는 대로 인물들의 흐름을 따라 가다 보면 한 편의 대하소설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소설도 읽고 로마사도 자연스럽게 익히고. 평소 로마사에 관심이 있던 분들은 물론이고, 쏟아지는 긴 이름에 지쳐 로마사 읽기를 포기한 분들께도 조심스럽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