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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초 사고
아카바 유지 지음, 이영미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똑같은 시간, 똑같은 일이 주어졌을 때 어떤 사람은 빠르게 일을 끝내고, 어떤 이는 기한을 넘겨서까지 끙끙대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는 왜, 사람에 따라 걸리는 시간에 차이가 나는 것이 당연하다는 암묵적 이해 하에 개선점을 찾지 않는 것일까.
맥킨지에서 10여년간 일한 경험을 갖고 있는 저자는 본인의 경험을 통해,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설명한다. 첫째로, 훈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재빨리 생각을 통합, 분석, 정리해서 완성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훈련하는 방법을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둘째로는 생산성이란 개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제조 현장에서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애쓰지만, 기획서, 보고서 작성, 메일 교환 등의 사무 분야에서는 생산성의 개념이 별로 없다. 결국, 개인과 조직 차원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고, 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초고속 사고를 위한 저자가 권하는 특훈 방법은 바로 ‘메모 쓰기’다. 하루에 10분만 투자하면 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잇달아 메모로 써나가기만 하면 된다. 단, 노트나 컴퓨터에 쓰는 게 아니라 A4용지에 1건당 1페이지 분량으로 쓴다. 느긋하게 시간을 들여서 쓰는 게 아니라 1페이지를 1분 이내에 줄줄 써낸다. 매일 10페이지씩 쓰고, 파일에 넣어 재빨리 정리해 둔다. (13쪽)
A4용지를 가로로 놓고, 한 장에 한 가지 아이디어를 1분간 쓴다. 상단에 제목을 적고,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관련 생각을 4~6행 정도로 나열한다. 정규 교육과정을 무사히 통과한 평범한 사람들은 모두 뛰어난 판단력, 사고력, 행동력이 있다는 것이 저자의 믿음이다. 심사숙고한다고 해서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르는 게 아니니 정해진 시간 내에 떠오르는 대로 적는다. 매일 훈련을 하다 보면, 표현하는 언어도 정제되고,사고의 속도도 빨라지고, 주제도 다양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생각들이 종이에 쏟아져 나오며 정리된다는 장점이 있다.
평소 다양한 생각을 한다고 믿지만 그것은 분명 다람쥐 쳇바퀴나 반복, 망설임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1건 1페이지로 써나가면, 그 건에 관해서는 일단 결말이 나기 때문에 고민해야 할 것, 생각해야 할 과제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머릿속에 남아 있기 때문에 매일같이 많은 생각을 한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는 확연히 다르다. (121쪽)
하루에 A4 10장, 한 달이면 300장이다. 다양한 생각을 클리어파일에 주제별로 정리하고, 3개월에 한 번씩 리뷰하며 간추려나가길 권한다.한번 해 보고 싶은데 뭘 써야 할지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친절하게도 생각해볼 만한 질문 리스트도 제공한다. 심지어 어떤 펜이 빠른 메모 쓰기에 적합한지, 클립 보드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까지 깨알 같은 팁을 전수한다.
정말 효과가 있을지, 나도 한번 해보려고 다이소에서 A4 용지 100장짜리 한 묶음을 사왔다. 1,000원이면 열흘을 쓸 수 있다! 내 안에 숨겨져 있던 풍부한 발상과 창조력, 직관적 사고와 스피드한 판단력을 정말 발견해낼 수 있을 것인지, 한 번 도전해 볼까 한다. 줄리아 카메론도<아티스트 웨이>에서 모닝페이지 쓰기를 권하지 않았던가. 송숙희 작가는 <모닝페이지로 자서전 쓰기>까지 했다는데.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다. 직접 해 보지 않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