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도 괜찮아 - 진흙탕을 놀이터로 만드는 박혜란의 특급 결혼이야기
박혜란 지음, 윤정주 그림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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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먼저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 주고 집은 나중에 세우리라"
 - 다이애나 루먼스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가수 이적의 어머니로 알려진, 여성학자 박혜란 님의 신간이 나왔다. 전작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을 인상깊게 읽었던 차라, 신간 출판 소식에 일찌감치 책을 주문했다. 날 읽어주세요, 라는 먼저 구입한 책들의 간절한 눈빛을 뒤로 한 채. 책을 펼쳤다. 제목만으론 어쩐지 직업적 성공을 위해 결혼과 출산을 과감히 미루거나 포기한 젊은 2,30대 여성들을 향한 어머니 세대의 잔소리일 것만 같다. 무려 결혼 45년차의 내공으로 '결혼'과 '비혼'에 대해 다룬다지 않나.

예상은 빗나갔다. 잔소리는 커녕 본격 수다가 펼쳐진다. 저자의 연애스토리부터 올드미스 소리 듣고 싶지 않아 일찌감치(그래봐야 25세, 지금이라면 결혼 얘기 하기도 전에 부모가 먼저 말릴 나이다.) 결혼한 이야기, 결혼 후 콩깍지가 벗겨져 남편에게 실망하고 지지고 볶고 싸운 이야기부터 '재미없는 게 재미'라는, 답답하고 멋없는 남편 흉보기까지. 

다소 '아줌마'스러운 수다에 동참할 수 있는 여성층도 전 세대를 아우른다. 결혼을 인생 과업 중 하나로 여기며 신랑감 찾기에 촉을 세우는 여성들, 자기 전문분야에서 멋지게 일하며 착실히 노후 준비를 해나가는 비혼녀들, 아이들 뒷바라지에 여념없는 젊은 엄마들, 며느리와 친해지고 싶지만 친해질 방법을 모르겠는 시어머니 세대까지! 연령을 떠나 '여자'라면 한 번쯤은 고민해보고, 친구들과 한번쯤은 카페에서 나눠봤을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지만 그저 소모적인 수다 모임과는 조금 다르다. 여성으로의 삶을 먼저 살아낸 선배의 따뜻한 조언이 곳곳에 드러난다. 때로는 본인 세대와는 환경적으로 다른, 오히려 더 힘들 수도 있는 시대를 사는 후배 여성들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도 느껴진다.

제가 드릴 말은 단 하나, 지금의 그 낙관주의를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겁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 닥쳐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지 마십시오. 하지만 동시에 너무 행복하려고 애쓰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특히 남들 눈에 완벽한 행복을 구가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애쓰지 말아야 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언제나 서로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것만이 행복한 결혼이라고 못 박지 말아야 합니다.  (중략)
결혼이 두 분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습니다. 두 분이 행복한 결혼을 만들어 가십시오. (196쪽)


결혼, 쉽지 않지만 그래도 해볼만 하다며. 그러나 반전은 항상 후반부에 드러나는 법, 다시 태어나면 저자는 결혼 안 하고 살아보고 싶단다. 이쯤이면 결혼 해도 괜찮다는 건지, 결혼 안 해도 괜찮다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어쨌든 선택은 본인에게 달려 있으니, 편견을 버리고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행복한 여성이 될 준비부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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