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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 탈출 ㅣ 아름다운 청소년 11
제인 볼링 지음, 이재경 옮김 / 별숲 / 2015년 3월
평점 :

18세 스와질란드 소년인 레길레는 어릴 때 부모님을 속이고 남아프리카 공화국 바버톤으로 넘어와 광산일을 하고있다. 그가 맡은 일은 스와질란드, 모잠비크에서 국경을 넘어 밀입국한 어린이들이 광산에서 일하도록 감독하는 일이다. 어두컴컴한 탄광 속에 들어가면 보통 서너 달은 햇빛을 보지 않고 땅 속에서 생활하고, 그 대가로 약간의 돈(일한 시간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지만)과 지상에서 '낮'동안의 시간을얻는다.
갱 속 상황이 바뀐다? 천만의 말씀. 그럴 일은 없다. 그럴 기회란 애초에 없었다. 상황은 영원히 변하지않는다. 우리는 땅속에 있다가 때가 되면 올라가고, 때가 되면 다시 내려온다. 그게 내 인생이다. 내가 선택한 인생이다. 내가 타이바나 다른 아이들처럼 광산에 팔려 온 어린 자마자마 리쿠르트였을 때는 내게선택권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31쪽)
레길레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보고 싶고, 탄광이 싫지만, 달리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가 없어 체념한채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을 두려워하며 땅 속에서의 시간을 참아낸다. 그런데 타이바라는 귀찮은 꼬마가 나타났다. 친구 아이레스와 함께 돈을 벌려고 모잠비크 국경을 넘어온 타이바가 간절히 기다리는 건바로, 광산에 팔려온 아이들을 구출해 준다는 스파이크 마포시라는 아저씨다. 그는 몸이 약한 아이레스를돌보고, 광산에서 나가 스파이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꿋꿋하게 버틴다. 그런 타이바가 레길레는 신경이 쓰인다.
무언가를 저토록 굳게 믿는 건 어떤 느낌일까. 문득 궁금했다. 캄캄한 갱에 일종의 빛을 비추는 느낌일까? 햇빛 같은 연한 노란색빛? 그 믿음이 삐걱대고 쩍쩍대는 갱의 굉음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다. 아니,최소한 타이바를 아주 강하게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48쪽)
타이바를 반짝반짝 빛나게 하는 '희망'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악덕 고용주 '파파'의 딸인 카테카니도꿈꾸게 한다. 다리 한쪽이 불편해 지팡이가 없으면 거동을 못하는 카테카니는 학교도 못 가고 홀로 집안일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아버지에게서 벗어나 자유롭게 떠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품는다.
"걔 말대로 그게 다 사실이고, 그래서 언젠가는 나한테도 좋은 날이 올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혹시 알아?언젠가는 나한테도 아버지를 떠나서 내 인생을 꾸리고, 뭔가를 배우거나 일자리를 얻을 길이 열릴지?" (95쪽)
레길레는 타이바와 카테카니가 여전히 못마땅하지만, '그래도 넌 착한 아이야'하고 무한 신뢰를 보내는두 사람 덕분에 레길레도 조금씩 변화한다. 어느 날 신문에서 스파이크의 기사를 접하게 된 레길레는 갈등의 기로에 서게 된다. 타이바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하시길.
이 책에서는 아동노동자로 광산에서 일하는 모습이 어떠한지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청소년을 위한 책임에도 삽화도 하나 없어, 초반에는 꼭 내가 광산 안에 갇혀 있는 것 같은 답답함도 느껴졌다. 이 책을 읽는 중요한 포인트는, 만만찮은 삶을 대면하고 자포자기했던 레길레가 무한 긍정의 타이바와 마음 따뜻한 카테카니를 만나 심경 변화를 겪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어른들은 레길레, 타이바, 카테카니와 같은 착한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는 '스파이크'가 되어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