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 보급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서 1위 타이틀과 700쪽 두께의 압박으로 선뜻 손대지 못했던 책이다. 게다가 천문학이라니. 생물학 전공자로 이공계 생이고, 노력하는 독서가라 자부해왔지만 끝까지 읽을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모든 책은 100페이지만 견디면 완독할 수 있다는 지론을 증명해보고자 힘차게 책을 펼쳤다. 걱정은 기우였다. 물론 100페이지마다 새롭게 마음을 다져야 했지만.

   

코스모스는 우주보다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인류 등장 이전의 지구 역사, 인류의 시작, 문명의 발전과 대항해시대, 지구를 넘어선 우주탐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수학과 과학, 천문학을 양념삼아 지구와 인류의 역사를 맛깔나게 풀어낸다. ‘인류사의 위대한 발견과 대면하게 될 때마다 우주에서 인류의 지위는 점점 강등’되어 결국 ‘나’라는 인간이 대우주의 티끌같이 작은 존재임을 깨닫게 한다.

   

우리의 과학하기는 아직 완벽하지 못하므로 잘못 사용될 수 있다. 과학은 단지 도구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은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도구이다. (660쪽)


지구탐험을 마친 인류는 남의 것을 빼앗으려는 다툼을 멈추고 발전된 과학기술을 도구삼아 우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인간의 단차원적인 욕망을 부드럽게 꾸짖고 지구를 넘어서 코스모스를 바라보도록 격려한다.

   

30년 전, 책이 발간될 당시보다 지금은 과학발전이 이루어졌지만, 인간의 욕심은 이전과 다르지 않다. 저자는 과학의 발전에 감사하는 한편, 과학을 이용해 자멸의 길을 자처하는 인류에 경고한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 대기가 황산안개로 가득 찬 금성처럼, 지구도 변할 수 있다. 로켓을 위한 추진체가 핵탄두가 되고, 탐사선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사능에너지가 핵무기로 악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에너지를 죽음과 파괴가 아니라 삶을 위해서 이용해야 한다.’는 외침이 유난히 마음을 울린다.

   

저자가 대학 때 인문학을 전공해서일까, 과학자가 썼다고 하기엔 인문학적 지식과 감성이 돋보인다. 덕분에 과학이 대중에 가까워졌다. 특별히 이집트 문명을 중심으로 인류의 지구탐험 역사를 서술한 부분은 반갑기도 했다. 이집트에 체류할 당시 내가 보고 경험했던 유적들이 떠오르며 칼 세이건과 나란히 현장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듯 했다.

고고학자 샹폴리옹의 창의적인 히에로글리프(역자는 상형문자라 소개) 해독처럼 우주에도 로제타석이 되어줄 단서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모습, 세상의 모든 지식을 탐냈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유실되지 않았다면 우주의 비밀에 한결 접근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하는 모습, 이교도라는 누명을 쓰고 죽임을 당한 여과학자 히파티아를 소개하며 과거 세대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는 모습에서 인간다운 면을 엿볼 수 있었다.

   

과학서이면서 동시에 훌륭한 인문학서, 과학철학서인 코스모스. 읽을 때는 간간이 위기가 혜성처럼 오고, 읽고 나면 감동이 폭풍처럼 밀려오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