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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공을 던질 차례 ㅣ 문지아이들 185
윤슬빛 지음, 이수연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6월
평점 :
#윤슬빛 #다음공을던질차례 #초등동화추천
비가 너무 많이 쏟아진다 싶었다. 같은 하늘 아래이지만 어느 지역엔 폭우가, 어떤 곳엔 가물어 땅이 쩍쩍 갈라지는 데도 비가 내리지 않는다.
비가 내리는 어느 날, 이 책을 만났다.
'갈림길'이라는 작품을 통해 알게 된 작가님의 신작인 단편동화집이다.
워낙 갈림길을 인상깊게 읽어서 이번 작품도 기대가 되었다.

책표지를 펼쳐보다가 작가소개란을 봤는데 그동안 많은 은 작가님들의 프로필을 봐왔지만 이렇게 화려한 그림 작가님의 이력은 못 본 것 같다.
책 속 삽화가 너무 싱그럽고 아름다웠다. 이 동화와 딱 맞는 느낌을 들게 했다.
책표지에 그려진 파랑새는 어디론가 나를 데려다 줄 것만 같았다.
이 책엔 4편의 동화가 실려있다.
처음 단편동화부터 '헉'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작가님 이름처럼 은은한 동화여서 넘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너무 자극적이고 재미만 추구하는 동화, 청소년소설들이 많아서 이 책은 가뭄의 단비처럼 느껴질 책이었다.
처음에 왜 놀랐냐면,
- 아빠가 감옥에 갔다. 경찰들이 집까지 들이닥쳤다. p9
이 문장이 첫번째 동화 <다음 공을 던질 차례>의 첫 문장이었다. 놀랍지 않은가? 난 어머, 어떡해를 먼저 외쳤는데 약간의 막장(?) 가족일까, 양육자가 폭력을 휘둘렀을까 상상을 하며 읽었다. 결론을 알았을 때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고.
볼링을 좋아하는 은효는 아빠가 감옥에 간 후 고모와 살게 된다. 이 책은 주 양육자가 부모가 아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가족의 형태와는 사뭇 다른 구조의 가족을 이야기한다. 가족의 종류가 참 많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와 자식으로 이루어진 가족의 형태가 일반적이라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일반화의 오류같기도 하다.
- 말 삼키는 것도 습관 돼. 별말 아닌 거면 상관없는데 목에 딱 걸리는 말이면 그냥 뱉어. p17
고모가 은효에게 하는 말이다. 이 말은 우리 딸에게도 해주고 싶었다. 싫다는 소리를 못해서 손해를 보기도 해 싫다라는 단어를 뱉어내게끔 시킨 적도 있을 정도다. 싫은 소리 하기가 싫고 그 분위기가 싫다고. 자기가 조금 더 하면 된다고.
주인공 은효는 마지막에 그런 말을 한다.
- 좋아하는 걸 해도 돼요? p37 (다음 공을 던질 차례)
아빠는 벌을 받고 있는 데 자신은 좋아하는 걸 해도 되냐고, 볼링을 해도 되냐고 고모에게 묻는 장면이 나온다.
얼마나 고민 끝에 뱉었을까? 어른이 보기엔 쉬운 말도 아이들은 심사숙고해서 말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 나 역시 아이에게 강요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에 실린 동화들의 문장들이 참 좋다.
소리내어 읽다보면 마음까지 맑아지는 기분이다. 그러다 뾰족한 묘사가 나오면 긴장하게 된다.
- 나는 티나지 않게 주위를 둘러봤다. 뾰족하고 날카로운 걸 찾기 위해서였다. 내가 들 수 있는 돌, 내려칠 수 있는 막대기. p63 (자라낚시)
낯선 사람의 등장은 아이들에게 공포를 심어줄 수 있다. 그럴 때 아는 사람이 나타나면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지 모른다. 언제든 어른이 보호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교생이 얼마되지 않은 학교라면 친구 하나하나가 소중할 것이다. 함께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물을 함께 공유하지 못할 때 아이들은 어떨까? 어른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에겐 그 세계가 굉장히 커 뭐든 지 함께 하려고 할 것 같다.
섬에 떨어져 살고 있는 친구에게 가는 여정이 쉽지 않지만 아이들은 함께 간다. 오로지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이런 마음을 잊고 살았던 건 아닐까?
- 손톱을 쥐어뜯지 않기 위해 주먹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불쑥 찾아든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는 게 쉽지 않았다. p79 (우리의 배웅)
재혼 가정의 자녀들의 마음은 파도가 치는 것과 같다. 좋았다가 싫었다가를 반복하는 주기가 꽤 빠르다. 자녀의 나이가 별 차이없다면 더 할 것이다.
보통 내 부모의 간섭이 더 늘어나는 것 같다. 상대아이의 부모보다 더. 그 마음을 누르고 따를 수 밖에 없다.
- 네가 뭔 상관이냐고 되받아치기라도 하면 차라리 나을 것 같은데 은서는 매번 상대하기 싫다는 듯 말을 삼켰다. p114 (새 가족)
어색한 관계에 동물은 큰 역할을 한다. 새로운 가족이 된 은서와 도하 사이엔 앵무새와 고양이 쪼꼬와 꼬미가 있다. 이 동물들 덕분에 자연스럽게 사이가 좋아진다.
아이들은 토라졌다가도 금방 사이가 좋아진다. 그래서 아이인 것 같다.

파랑새가 날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동화.
#추천
아빠가 감옥에 갔다. 경찰들이 집까지 들이닥쳤다.
말 삼키는 것도 습관 돼. 별말 아닌 거면 상관없는데 목에 딱 걸리는 말이면 그냥 뱉어.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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