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로 - 부산에서 서울까지 옛길을 걷다
신정일 지음 / 휴머니스트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길 위에서 사랑을 만나다>를 읽고 난 후부터 였을 거다.어느 날 부터인가 '길'이란 말을 들으면 막 설레어진다. '길' 위에서 구름을 만나고 바람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만나고..그런 것들을 상상해서일까 '길'이란 말을 들으면 여러가지가 연상된다. 제목에 '길'이란 단어가 들어간 책에 손길이 한 번 더 가기 시작한 것도 그 때부터 였을 거다.
<영남대로>도 옛길이란 단어 하나로 제목을 듣는 순간부터 마음이 마구 설레었다.누워서 방송을 들으면서 가슴이 어찌나 콩닥콩닥 뛰던지 내 마음은 벌써부터 옛길을 날아가고 있었다.

기행문을 좋아함에도 다른 책들보다 조금 덜 읽으려고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잘 쓴 기행문을 읽고 있노라면 작가가 만났던 바람,구름,영혼들을 만나러 나도 당장 뛰쳐 나가고 싶은 마음을 어찌할 줄 모르게 하는 것인데 <영남대로> 역시 읽는 내내 바람,구름,영혼들을 만나러 나가고 싶은 맘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 길의 역사와 함께 사람의 역사까지 알게 되어 좀 더 뜻깊은 책읽기를 할 수 있었다.

지난 여름 엄마와 난생 처음 데이트를 하였다.새벽부터 집을 나서 완행기차와 버스를 갈아타고 청도 운문사를 갔었는데 그 날 도시에서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졌지만 우리가 걷던 운문사의 소나무 숲 속 흙길에선 절로 "시원하다"란 말을 내뱉게 하던 바람이 연신 불어댔었다.
흙길을 걸으며 바람 냄새 양껏 맡고,일제 수탈의 아픔을 온 몸으로 겪었던 운문사의 유명한 상처 입은 소나무를 보면서 그 아름다운 길을 느껴보지 못하고 썡하니 차를 타고 절 입구까지 가는 사람들을 엄마와 나는 많이 비웃기도 하고 안타까워 하기도 했었다.
그때 우리를 지나치던 차 뒷모습을 보던 감정과 이 책을 읽으며 만난 옛길 중간에 놓인 골프장이나 퇴락해버린 길들을 봤을 때 감정은 참 비슷하다.

유난히 좁고 험한 길들의 역사를 가져서 그 보상 심리 때문일까?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무조건 넓고 빠른 길,사람이나 길 위 동물의 발보다 바퀴 달린 것들을 위한 길을 최고로 치며 살아가고 있다.큰 길을 갖기 위해 얼마나 많은 옛길가의 이웃을 읽어야 했고 우리의 역사를 잊어야 했는가 다소 안타깝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새해에는 더 많이 걸어야겠다.쇼핑을 위해 쇼핑가가 있는 지하도를 걷고,다이어트를 위해 의미 없이 걷는 것이 아니라 흙을 밟고 휡길 위의 꽃들을 만나고 길 위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그런 걸음을 걸어야겠다.사람이 걷지 않는 길은 없어지기 마련이니 이 다음 나의 후손들에게 이야기와 역사가 담긴 길을 물려주기 위해 좀 더 많은 이들과 더 열심히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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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환의 책읽는 아침 07'12월20일 선정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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