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테레비를 추억하다> 저자와의 인터뷰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이 이름을 들을 때 <시크릿 가든>의 현빈이 아니라 코미디언 서영춘이 생각난다면당신은 흑백 테레비를 추억할 수 있는 세대다. TBC <고전 유머극장>에서 서영춘이 서수한무~’를 부르며 숨넘어가는 장면에 배꼽을 잡은 기억이 있다면이 책은 당신이 어릴 적 받고 행복해했던 종합선물세트가 될 것이다.

 

알렙씨는 이번에 아씨에 울고 쇼쇼쇼에 웃던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는 책 한 권을 출판했다저자는 정범준어찌 보면 한국 방송사의 이면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그보다는 저자의 추억과 감성이 물씬 돋아나는 시대물이 아닐까 싶었다수많은 문명의 이기들이 생겨났다 사라졌다 하지만, TV라는 영상 매체는 우리 삶에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우리 삶을 보듬고 드러내고 닦아주는 것이었다편집자가 느낀 대로보다는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대로 쓰고자저자와 미니 인터뷰를 해보았다.

 

알렙씨 안녕하세요작가님이번에 내신 책은 스마트 시대에 컬러 TV도 아니고 흑백 테레비 시대를 다루고 있어요어떤 계기로 이 소재를 다뤄야겠다고 생각하셨는지요?

정범준 작가가 되던 무렵에 써보고 싶은 소재가 세 개 있었는데 최동원차범근, TBC였습니다영웅이었음에도 저평가된 점뭔가 아련한 점그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점 같은 게 셋을 관통하는 공통점 같았습니다제 취향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특히 TBC는 책을 구상한 시점에만 해도 소생할 가능성이 없는 사라진 방송사여서 애틋함이 더했습니다.

알렙씨 흑백 테레비는 어떤 아날로그적인 감성이나 옛 기억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저자 본인에게 흑백 테레비는 어떤 이미지로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말씀해 주세요.

정범준 흑백 테레비는 단순히 옛날 물건이 아니라 옛 기억옛 추억옛 감정 그 자체가 아닐까요.누구에게나 유년의 추억과 감성은 소중하지요개인적인 것이든 작가로서의 그것이든 제 취향과 감수성의 8할을 만든 것이 흑백 테레비였습니다굳이 한 이미지로 표현한다면 삶의 첫 기억 정도가 될까요.

 

알렙씨 텔레비전과 시대상을 연결시키고 문화사적 측면도 드러내 보이는 것 같습니다그렇지만 본격적인 연구는 아니고또 그렇게 딱딱하게 쓰고 있지 않죠논픽션임에도 객관적인 기록과 함께개인적인 감상을 더 많이 가미한 이유는 뭔지요?

정범준 말하기와 보여주기가 있다면 제 스타일은 보여주기입니다내가 이런 걸 보고 왔는데 재밌더라내가 해설해 줄 테니 직접 보시라이런 거죠이런 기조를 유지하면서 더러 제 감상이나 의견을 약간씩 삽입하는데 책의 양념 역할도 하는 것 같고뭔가 작가로서의 특권’ 같아서 그럴 때마다 즐겁습니다.

 

편집자 끝으로이 책이 독자에게 무엇을 선물할 수 있을 것 같은지요반대로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얻어갈 수 있을까요독자에게 드리고 싶은 말도 곁들여주세요.

정범준 어떤 아련함을 떠올려 주신다면 성공이겠고 기쁘겠습니다그저 잘 읽어봐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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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인터뷰


 

 








편집자 안녕하세요. 선생님. 2013녹색은 적색의 미래다(알렙)를 내신 이후로, 선생님께서는 몇 권의 책을 더 내셨지요? 20010년 박사학위 논문이 통과된 이후로, 공저 포함하여 벌써 15번째 저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 책이 선생님의 저작 중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궁금하네요.

 

신승철 이 책은 박사학위 논문에서의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점을 갖습니다. 그간 욕망자본론과 관련되어 여러 가지 단상과 아이디어를 블로그나 발표 글에 실어 왔지만, 이렇게 일관된 맥락 하에서 한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실 저의 욕망자본론은 펠릭스 가타리의 욕망가치라는 개념을 더 발전시킨 내용입니다. 좀 더 논의를 전개하고 구체화하면서 지금 여기의 한국사회에 맞게 쓸 필요가 있었습니다. 저의 지적 여정 속에서 맑스주의자들에게 가장 많이 질문을 받아 왔습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맑스의 가치론에 대해서 대대적인 수정을 가한다는 것을 매우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소수자의 시각에서 다시 자본론을 검토한다는 입장에서 밑그림을 그리면서 이 책을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2010년 박사논문을 쓸 때, 욕망자본론이라는 개념의 구도를 그려내고 몹시 흥분했지만, 그간 기회와 시간이 없어 구체화할 수 없었습니다. 늘 빚진 기분이었죠. 이제야 빚을 털어버린 느낌이 듭니다. 이 책이 갖는 독특한 위상은 맑스주의의 개념지도와 주류경제학의 논의를 벗어나서 대안사회를 꿈꾸고 사유한 책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책 역시도 배치라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생각에 대해서 동의하게 되는군요.

 

편집자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모음집이 사실은 어려운 경제철학 책이에요. 특별히 이런 형식을 갖춘 이유가 있나요?

 

신승철 사실, 개념과 논증이 난무하는 철학 책이란, 공허하거나 현학적이기 쉬워요. 사실 철학은 답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참신하고 신선한 문제제기를 던지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내에게 편지를 보낸 이유는, 아내와 저는 철학공방 <별난>이라는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공동체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죠. , 우리 둘을 포함하여 문래동 예술가와 활동가들과 함께 생태문화협동조합 달공을 만들어가고 있기도 해요. <욕망 자본론>은 공동체 경제, 생태 경제가 어떻게 가능한가를 탐문하는 것이기도 해서, 우리 둘 사이의 관계망에서 싹트는 욕망과 생태적 지혜에 기반해서 써내려갔습니다.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처럼 실증 자료와 도표, 예시는 없지만, 너와 나 사이의 관계망이 주는 생태적 지혜, 집단지성, 공통의 아이디어 등에 기반해서 문제의식을 풀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런 실험적인 형식은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관계망에서 산출되는 생각의 경로를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편집자 편집자가 여러 번 읽어보아도, 이 책의 내용을 숙지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책 전체를 통해서 일관되게 몇 가지 명제와 주장을 하고 계시죠. 저자께서 직접 본인의 명제와 주장을 서너 가지로 정리해 주실 수 있나요?

 

신승철 자본주의는 화석연료고갈, 기후변화, 생물대량멸종 등 장기비상시대로 이미 접어 들어간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기존의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이 아니라, 발전노선에 주목하게 만드는데요, 저는 발전노선에서 욕망가치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소수자에게 기본소득을 주는 것이 욕망가치 입장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사회적 경제에서의 자본의 욕망화와 욕망의 자본화라는 색다른 국면을 어떻게 사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자본론>의 공백인 욕망가치 영역을 통해서 통합된 세계자본주의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어떻게 초래해야 할지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노동을 하지 않으면서 욕망을 가진 소수자들은 그저 수혜적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색다른 관계망을 창발함으로써 보이지 않게 이 사회를 풍부하게 만들면서 기여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그것입니다. 그것이 욕망가치론의 핵심적인 명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저의 문제의식을 좀 더 간략히 정리하자면, “자본주의 경제는 소수자와 비노동 민중의 욕망가치의 생산성과 창조성에 기반하는 발전전략’, ‘기본소득’, ‘사회적 경제로 이행하고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요즘 기본소득이나 부유세등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책에서 보니, 신승철 선생님께서는 상당히 오래전에 사회보장소득이란 개념을 얘기하셨더군요. 욕망가치와 기본소득에 대해 연관성을 좀 깊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신승철 우리가 소수자를 말할 때, 사회적 약자나 양적 소수, 피해자로 보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은 공동체와 사회를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특이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본이 공동체적 관계망의 시너지효과와 집단지성, 생태적 지혜에 주목하는 현 단계의 첨단기술사회에서 소수자가 관계성좌를 풍부하게 만듦으로써 기계를 산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매우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역할을 보이지 않게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계에게 전기를 주듯이 소수자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할 수 없겠지요. 제가 2000년 초반에 접근했던 사회보장소득의 문제의식은 비노동 민중의 삶과 욕망을 보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러한 문제의식을 10여 년 동안의 지적 여정을 거쳐 이제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편집자 욕망에는 자본주의적 욕망이 있고 생명 에너지인 욕망이 있다고 하셨는데, 사랑과 욕망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을 조금 말씀해 주세요.

 

신승철 기존 생태주의자들은 욕망=자본주의적 욕망이라는 공식 속에서 금욕이나 절욕을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생명에너지로서의 욕망은 공동체의 활력과 생명에너지로 흐르기 때문에 지나친 금욕주의는 공동체를 폐색시킬 위험을 노정합니다. 저는 욕망에 대한 자주관리의 행동을 공동체에서 감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펠릭스 가타리의 욕망의 미시정치라는 개념도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여기서 사랑과 욕망은 미래를 향한 문제제기입니다. 우리는 질문을 던지면서 미래를 향해서 탈영토화를 감행하고 있는 진행형적 과정에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과 욕망의 순환과 재생의 흐름에 입각한 대안적인 경제 질서를 생각하는 것은 색다른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편집자 짧은 인터뷰지만, 끝으로 독자에게 해주실 말씀은요?

 

신승철 욕망자본론은 미래진행형적인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철학자가 의미화하는 모델이나 답이 아니라, 참신한 문제의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색다른 문제의식에 접속하여 상상력을 극대화하고, 독특한 욕망을 유통시킬 때 독자 역시도 아주 색다른 생각의 경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 미에서 이 책은 대안 경제 모델이라는 답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대신 각자가 갖고 있는 욕망을 통해서 네가 무엇을 원하는지?’라는 질문을 던지도록 만들어주고 대안 경제를 스스로 사유할 수 있도록 인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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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읽어보면 좋을 책












1. 자본주의와 대안적 삶팀 크레스웰, 『짧은 지리학 개론 시리즈— 장소』, 심승희 옮김(시그마프레스, 2012)

통합된 세계 자본주의하에서 장소에 머무르지 않는 유목성을 보이는 초국적 자본과 이를 머무르게 하려는 장소 마케팅이 여기서 등장한다. 동질발생적인 문명의 이식으로 인해, 세계 어디를 가든 똑같은 문명이 등장하는 것을 다룬 주목할 만한 저작이다.

 

수전 벅모스, 『발터 벤야민과 아케이드 프로젝트』, 김정아 옮김(문학동네, 2004)

발터 벤야민이 아케이드라는 백화점의 전신인 유행에 뒤처진 공간 속에서 미래를 향한 소망 이미지와 자본주의적 환등상, 짧은 과거로서의 폐허와 긴 과거로서의 화석 등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가설에 입각한 저작물이다.

피터 라인보우, 『마그나카르타 선언』, 정남영 옮김(갈무리, 2012)

공유지에 대한 권리와 역사적으로 공유지를 둘러싼 에피소드 등 공유 자산(commons)에 대한 사유를 넓힐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 너와 나 사이에서 창안되는 공통성— 생태적 지혜, 집단지성, 공유 자산—에 대한 단상을 얻을 수 있었다.

나카자와 신이치,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 김옥희 옮김(동아시아, 2004)

선물을 주고받는 것과 상품을 교환하는 것이 어떻게 분리되게 되었는지, 상품 물신성 개념을 통해서 설명하고 있는 신이치의 역작이다.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의 명제를 인류학자의 시각에서 잘 표현하고 있다.

 

윤수종, 『자율운동과 주거공동체』(집문당, 2013)

한국과 세계의 주거 공동체 운동을 망라했으며, 대안적이고 자율적인 운동과 실천의 움직임을 담아낸 역작이다. 이 책에서 희망과 자율을 향한 외침을 들을 수 있다.

 

신승철, 『녹색은 적색의 미래다』(알렙, 2013)

생명 위기 시대에 생태계의 연결망처럼 공동체, 협동조합, 마을 등으로 결속하여 위기를 이겨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적색은 일자리와 복지의 문제를 성장으로부터 풀 것이 아니라, 녹색과 만나 공동체의 발전을 통해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 사회적 경제와 협동조합

 

칼 폴라니, 『거대한 전환』(우리 시대의 정치 경제적 기원), 홍기빈 옮김(길, 2009)

이 책은 자유주의 경제학에 대한 비판이면서, 대안적이고 호혜적인 경제에 대한 탐색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칼 폴라니는 자본주의가 허구 상품인 임금, 지대, 이자로 작동한다고 지적하면서, 사회적 경제 영역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가라타니 고진, 『세계공화국으로』, 조영일 옮김(도서출판b, 2007)

고진은 마르크스의 국가론이 부재함에 주목하면서, 칼 폴라니의 국가, 시장, 공동체의 삼원 구도를 각각의 교환 양식 혹은 교류 양식으로 간주하면서, 색다른 대안 경제와 사회구성체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김기섭, 『깨어나라 협동조합』(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정직한 노력)(들녘, 2012)

협동조합 운동에 대한 한국의 역사적 전통을 두레에서 찾는 시도를 하면서, 동시에 사회적 경제를 가정 경제, 시장 경제, 국가 경제의 삼원 구도에 모두 겹치는 부분으로 사고한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스테파노 자마니 & 베라 자마니,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 송성호 옮김(한국협동조합연구소, 2012)

협동조합의 역사와 원칙의 변화 과정에 대해서 개괄할 수 있는 책이다. 협동조합에서 주식회사로 이행하면서 탐욕의 자본주의가 되었던 과정과 사업체로서의 협동조합의 의미 등을 다루고 있다.

 

김현대·하종란·차형석, 『협동조합, 참 좋다』(푸른지식, 2012)

경쟁에서 요행히도 혼자서 살아남으려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느리게 기업 활동을 하는 전 세계의 협동조합 기업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한국에서의 원주와 생활협동조합 사례와 농협에 대한 비판적인 접근도 함께 다루었다.

 

신승철, 『갈라파고스로 간 철학자』(서해문집, 2013)

생활, 생태, 생명의 시각에서 쓰인 책으로, <마르크스의 생산력주의와 성장주의> 파트에서 발전 노선에 대한 단상을 간략하게 다룬다. 이 책에서는 일각에서는 생태마르크스주의처럼 자연과 인간의 신진대사와 교류 양식에 대해서 착목하면서 마르크스를 성장주의로부터 구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요시다 타로, 『몰락 선진국 쿠바가 옳았다』, 송제훈 옮김(서해문집, 2011)

미국의 석유 금수 조치가 행해진 다음, 쿠바가 가장 열악한 사회로 전락했다가 가장 지속 가능한 사회로 탈바꿈되기까지의 주체성 생산과 사회 조직의 변화에 대해서 다룬 책이다. 화석 연료 고갈 이후의 발전 전략의 맹아를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3. 들뢰즈와 가타리, 욕망의 정치경제학

 

들뢰즈와 가타리, 『앙티 오이디푸스』, 최명관 옮김(민음사, 1994)

자본주의와 정신분열증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욕망하는 기계라는 인간과 비인간을 횡단하는 주체성의 연결 접속과 기관 없는 신체라는 반생산이 만났을 때 어떻게 욕망이 생산되면서도 억제되는 분열의 논리로 향하게 되는지를 탐색한 책이다.

 

들뢰즈와 가타리, 『천 개의 고원』, 김재인 옮김(새물결, 2001)

자본주의와 정신분열증의 두 번째 책으로 소수자 되기, 유목론과 전쟁 기계, 리좀으로 표현되는 네트워크 관계망 등에 대해서 다룬 책이다. 접속, 이접, 통접을 기관 없는 신체, 암적 신체, 텅 빈 신체로 표현한 부분이 특이하다.

 

펠릭스 가타리, 『분자혁명』, 윤수종 옮김(푸른 숲, 1998)

분자혁명을 통해서 소수자들이 색다른 삶을 개방하는 과정을 다룬 책이다. 이 책의 기호적 구축물에서 욕망가치론이 등장하는데 단상과 아이디어의 수준에서 다루어지고 있지만 이 책의 토대가 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펠릭스 가타리, 『기계적 무의식』, 윤수종 옮김(푸른숲, 2003)

이 책에서는 레닌의 분열분석이 등장하는데, 발전 노선이라는 측면에서 재구성된다. 레닌의 분열은 가타리에게는 주체성 생산이지만, 나에게는 관계망 창발인 발전 노선의 창안으로 간주된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이 책에서 기표와 다른 도표라는 기호작용이 등장한다.

 

펠릭스 가타리, 『정신분석과 횡단성』, 윤수종 옮김(울력, 2004)

관계망이 따로 제도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제도로서 간주된다는 제도 요법이 이 책에서 등장한다. 이런 점에서 관계망의 성숙과 발효라는 발전 노선이 사실상 소수자들의 특이한 욕망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점이 드러난다.

 

펠릭스 가타리, 『카오스모제』, 윤수종 옮김(동문선, 2003)

기계적 이질 발생과 동질 발생이라는 개념의 시원이 되는 책이다. 기계를 둘러싼 두 가지 노선인 차이 나는 반복과 반복강박 그리고 욕망하는 기계라는 세 가지 기계론의 구도를 살펴보기 위해서 반드시 참고해야 할 책이다.

4. 정치경제학의 고전들과 마르크스

 

로버트, L 하일브로너, 『세속의 철학자들』, 장상환 옮김(이마고, 2008)

애덤 스미스에서 맬서스, 리카도, 마르크스, 베블런, 케인즈, 숨페터에 이르는 경제학자의 인생과 사상을 요약해 놓은 다이제스트판 경제학설사이다. 좌파에도 우파에도 치우치지 않고 경제사상의 의미와 가치를 잘 표현하고 있는 역작이다.

 

카를 마르크스, 『자본』, 강신준 옮김(도서출판 길, 2008)

카를 마르크스가 자본의 형성과 전개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론과 의미화 과정에 입각해서 서술한 책이다. 이런 오해의 소지로 인해 경제학 논쟁에서 자본파의 경향은 자본주의 경제가 영원하고 불변의 진리라는 식의 논리로 만들었다.

 

카를 마르크스, 『정치경제학비판요강』, 김호균 옮김(백의, 2000)

자본을 쓰기 전 연구 노트로서 마르크스가 어떤 관점에서 자본주의 사회를 바라보는지를 알 수 있는 책이다. 특히 기계에 대한 단상으로 불리는 문장들이 이 책 전반에 걸쳐 곳곳에서 나타나는 것을 주의 깊게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카를 마르크스, 『경제학철학수고』, 김태경 옮김(이론과 실천, 1987)

마르크스가 헤겔의 변증법적 방법론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썼던 초고 형태의 책이다. 마르크스와 헤겔을 연결시키는 호사가들은 이 책을 전거로 들며, 소외와 외화라는 방법론의 증거로 삼는다.

 

애덤 스미스, 『도덕 감정론』, 박세일 옮김(비봉출판사, 1996)

경제학자이기 이전에 도덕 철학자였던, 애덤 스미스는 인간이 이기적이면서도 동감할 수 있는가라는 역사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를 통해 경제적 동기에서 출발하더라도 적정 수준의 도덕을 지켜낼 수 있듯이 경제적 인간의 자기 조절 능력이 있음을 입증하려고 했다.

 

애덤 스미스, 『국부론』, 김수행 옮김(동아출판사, 1992)

자유주의 경제학의 효시가 된 책으로, 시장의 자기 조절 능력을 ‘보이지 않는 손’으로 표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고전적인 자유주의는 수요와 공급의 자기 조절 능력에 따라 시장이 자정 능력을 갖는다고 보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신자유주의가 보여주는 자유무역, 초국적 금융자본, 민영화 등의 차원과는 차이점을 갖는다.

 

소스타인 베블런. 『유한계급론』, 김성균 옮김(우물이있는집, 2012)

베블런은 부르주아 계급 이익과 사회 이익이 일치한다는 당대의 통념을 거부하고, 부르주아지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분석을 통해서 특유의 ‘과시 소비’라는 속물 근성을 발견한다. 이는 제도학파로 이어지면서 자본주의 사회 심리에 대한 분석으로도 계승되었다.

 

조지프 슘페터, 『자본주의·사회주의·민주주의』, 변상진 옮김(한길사, 2011)

슘페터는 엘리트와 같은 혁신기업가의 창조적 파괴와 도전에 의해서 자본주의의 색다른 이윤이 형성되다가 모방에 의해서 혁신의 힘이 사라지는 경제 순환의 과정을 그린다. 이에 따라 혁신적인 기업가들이 계획에 따라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전망하였다.

 

J. M. 케인즈, 『일반이론』, 조순 옮김(비봉출판사, 1985)

케인즈주의는 공황과 불황을 시장의 문제로 자유방임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개입하여 유효수요를 진작하고 일자리를 보존하는 등의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였다. 나는 케인즈주의의 유효수요론이 사실상 욕망가치에 입각한 발전 노선의 기초적인 텍스트가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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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자본론 - 욕망의 눈으로 마르크스 자본론 다시 읽기
신승철 지음 / 알렙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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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자본론

욕망의 눈으로 마르크스 자본론 다시 읽기



회계 담론에 빠진 세계 자본주의를 구하라!

 

노동가치론에 기반한 자본론을 욕망가치론으로 새로 읽기

마르크스는 욕망의 자본화와 자본의 욕망화를 읽지 못했다!

 

 

신승철 박사(철학공방 별난 대표)는 작년 녹색은 적색의 미래다를 출간하고 나서, 이 책에서 간략히 소개한 욕망가치에 관해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이게 실제 있는 개념이냐며, 이 개념의 효용성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올해 신승철 박사는 생태문화협동조합 달공과 철학공방 별난을 꾸려가면서, 공동체 경제를 풍부하게 만들어내는 소수자의 주체성은 어떻게 생겨나는가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 들뢰즈/가타리가 주목한 소수자, 가타리가 제기한 욕망가치에 대한 지난 수년간의 문제의식과 연구들을 모아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의 글로 책을 엮었다.

마르크스는 욕망(desire) 개념을 부르주아적인 것으로 보고자본론각주에서 필요욕구(need) 이외에는 예외로 간주하였다. 그러나 사실 욕망은 색다른 것을 창조하는 생명 에너지의 흐름이다. 이 책에서는 욕망가치와 기본소득을 연결시키는 색다른 사유의 구축물을 만들고자 했다. ‘욕망의 자본화와 자본의 욕망화라는 색다른 국면을 욕망가치의 측면에서 살펴보는 이 기획은, 녹색은 적색의 미래다에서 다룬 생명 위기 시대에 우리는 어떤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한 시도이다

책 소개

욕망은 생명 에너지! 소수자의 욕망에 주목하라!!

욕망 자본론소수자와 생명 등이 어떻게 자본주의 가치 질서에 들어와 있으며 공동체에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서술한 경제 철학 비평서이다. 저자 신승철이 제시하는 욕망가치론은 노동가치라는 고정관념에 대한 대대적인 전환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저자는 장기 비상 시대에 접어든 자본주의 경제의 가치 질서가 재편성되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가진 가치론의 공백을 아주 색다른 질문과 문제제기를 통해 메워 보고자 시도하고 있다.

저자가 대결하는 영역은 속류 마르크스주의자들과 통념화된 노동가치론에 대한 것이다. 그는 마르크스의 개념을 넘나들고 횡단하면서 욕망의 지도 그리기로 그려낼 수 있는 색다른 개념을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욕망가치를 공동체 경제, 생태 경제의 색다른 생명 에너지이자 활력으로 여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르크스는 노동의 입장에서 세상을 재창조하고 개념의 지도를 그려냈던 위대한 사상가이지만, 그의 노동가치론에는 커다란 공백이 있다. , 마르크스는 욕망 개념을 자본론각주에서 예외로 간주하였다. 그런데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는 소수자의 욕망에 기반한 욕망가치설의 단초를 제공한다. 뒤이어 펠릭스 가타리는 분자 혁명이라는 책에서 처음 욕망가치라는 개념을 언급하는데, 신승철의 욕망 자본론은 이 욕망가치론을 토대로 대안경제의 가능성을 발견하고자 한 하나의 가설이자 시론이다.

 

자본주의는 화석 연료 고갈, 기후변화, 생물 대량 멸종 등 장기 비상 시대로 이미 접어 들어간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기존의 성장 위주의 경제 정책이 아니라, 발전 노선에 주목하게 만드는데, 저자는 발전 노선에서 욕망가치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소수자에게 기본소득을 주는 것이 욕망가치 입장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사회적 경제에서의 자본의 욕망화와 욕망의 자본화라는 색다른 국면을 어떻게 사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자본론의 공백인 욕망가치 영역을 통해서 통합된 세계 자본주의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어떻게 초래해야 할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쉽게 말해서 노동을 하지 않으면서 욕망을 가진 소수자들은 그저 수혜적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색다른 관계망을 창발함으로써 보이지 않게 이 사회를 풍부하게 만들면서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욕망가치론의 핵심적인 명제이다. 이러한 저자의 문제의식을 좀 더 간략히 정리하자면, “자본주의 경제는 소수자와 비노동 민중의 욕망가치의 생산성과 창조성에 기반하는 발전 전략’, ‘기본소득’, ‘사회적 경제로 이행하고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저자는 스피노자-라이히-칼 폴라니-들뢰즈/가타리-가라타니 고진에 이르는 사랑과 욕망의 정치경제학 노선을 따르고 있다. 특히 가타리가 제기한 욕망가치론을 바탕으로 현대의 통합된 세계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이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 대안이란, 욕망가치와 기본소득을 연결시키는 색다른 사유의 구축물이다. 저자는 성장(growth)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의 발전(development) 전략을 욕망가치론에 기반해서 재구성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발전 전략이 좌/우파의 공리계를 넘어선, 관계망의 성숙을 추구하는 경제 전략이라는 점에서 욕망가치가 그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읽지 못했던, 욕망가치는 무엇인가?

노동가치론에 기반한 자본론을 욕망가치론으로 새로 읽기

 

욕망가치는 어디서 나온 개념인가? 저자는 녹색은 적색의 미래다(알렙, 2013)에서 욕망가치론을 언급했는데, 사람들은 어디에서 나온 개념이냐고 또 실효성이 있냐고 묻기도 했다. 저자는 이 욕망가치론이 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이 다 채워주지 못한 가치론의 빈 곳을 메꿔줄 숨은 열쇠라고 감히 생각한다. 사실 욕망가치론은 펠릭스 가타리의 빛나는 책, 분자 혁명(푸른숲, 1998)의 후반부 5장 기호적 구축물부분에서 나오는 개념이다. 거기에서 가타리는 마르크스가 얘기한 사용가치와 교환가치 이외에도 욕망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욕망가치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안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정의를 욕망과 정동의 강렬한 가치라는 암시적인 말만 하였다. 자본주의 상품 경제를 설명할 때 사람들은 흔히 마르크스의 상품의 이중성에 입각해서 설명하지만, 상품 이외에 존재하는 선물과 호혜의 경제가 상품 질서 내부로 침투해 들어와서 정동과 욕망의 강렬도를 형성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바라보지 못한다. 상품이라는 물건에는 사랑, 정성, 인격이 담겨 있지 않지만, 선물이라는 물건에는 사랑, 정성, 인격이 들어가 있다. 그러나 비자본주의 영역인 호혜 경제는 상품의 외부나 경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품의 영역으로 침투해 들어와서 욕망가치를 형성한다.

욕망가치는 어쩌면 바로 당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당신이 매일 하는 살림이 바로 욕망가치를 생산하는 욕망노동이다. 사실 욕망가치는 여성, 아이, 장애인 등의 소수자가 갖고 있는 욕망의 존엄을 밝히는 가치이기도 하다. 욕망가치는 정동의 흐름, 돌봄이라고 불리는 영역의 흐름이 공동체와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유통되는 것과 불가분한 관련이 있다. 보통 사회와 공동체에서 돌봄에 대해서 말할 때, 들뢰즈와 가타리의 소수자 되기가 퍼뜩 떠오르는 것이 우연은 아니다. 공동체에서 사랑과 욕망의 흐름이 소수자를 부드럽게 감싸고 보살피는 것은, 이미 욕망가치가 공동체의 가치 질서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욕망가치가 굳이 가치론의 영역으로까지 들어와 설명되어야 하냐?” 마르크스가 언급했듯이 상품의 이중성, 유용성으로서의 사용가치와 교환 가능성으로서의 교환가치를 언급하면 과학적으로 자본주의가 해명될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후기 자본주의 상황에서 상품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로만 해결될 수 없는 차원이 새롭게 가치화되었다. , 어떻게 욕망의 차원을 충족하고 욕망의 흐름을 전달하는가의 영역이 그것이다.

 

욕망가치의 실존을 가정하면 공동체 경제의 가치 질서 역시 해명된다. 공동체가 풍부하고 다양해지는 것은 소수자라는 특이점을 통과하면서 돌봄노동이나 정동노동으로 간주된 사랑과 욕망의 흐름이 발생될 때이다. 소수자에게 되기(becoming)라는 진행형적 과정으로서의 사랑을 투여할 때, 공동체는 생명 에너지와 활력에 넘치게 된다. 이러한 생명 에너지의 흐름은,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에 따라 나타나는 자본주의 가치 질서의 고정된 의미를 흔든다. 왜냐하면 사랑, 욕망, 정동, 돌봄과 같은 영역은 내가 네가 되는 흐름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 흐름으로 인해 책상은 책상이다’, ‘이것은 내 것이다라는 방식으로 의미화되어 있는 상품의 의미 좌표에서 분열과 흔들림이 생기게 된다. 한편으로 사회적 가치에 가장 충실한 자본이 출현하고, 다른 한편으로 공동체의 파견자들에 의한 협동조합 등으로 나타나는 자본의 사회화와 사회의 자본화가 나타나는 이유도 흐름의 시너지효과에 대한 탐색에 기반한다. 그래서 자본주의와 비자본주의 영역 사이의 명백한 구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교환가치/사용가치와 함께 욕망가치의 영역이 등장한다.

 

욕망가치를 말하면, 아마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코웃음을 칠 것이다. 자본주의의 객관적 가치 질서 외부에 있는 주관적 가치 질서는 경제학에서 논외의 대상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서비스 정신노동의 발전 과정을 보면, 감정조차도 노동의 대상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감정조차도 노동의 형태로 직조해 내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감정의 가치화가 현실화되었다. 이미 자본주의는 주관적 가치 질서라고 여겼던 감정, 욕망, 사랑, 정동, 믿음, 희망, 꿈과 같은 영역으로 가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자본주의의 포섭 작용에도 불구하고, 주관적인 가치 영역들을 객관적 가치와 별개의 것으로 치부하려는 투박한 분류가 좌파들에게는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욕망가치의 영역은 자본주의의 내부에서 엄연히 작동하고 있는 가치 질서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욕망가치를 생산하는 것을 욕망노동이라고 부른다. 욕망노동은 아이들이 문자와 색채, 음향, 몸짓, 언표 등의 기호를 습득하는 학습노동, 여성의 돌봄과 가사노동, 장애인의 재활과 이동을 위한 정상화노동, 정신질환자가 상담자를 만나서 자신에 대해서 분석하게 되는 분석노동, 다음날 출근하기 위해서 TV를 보며 쉬는 시청각노동 등을 망라할 수 있다. 이렇듯 욕망노동은 이미 가치화되어 있는 영역이며, 실존의 좌표를 획득하고 있다.

 

자본의 상품은 공동체의 선물을 흉내 낸다. 그 대표적인 것이 크리스마스의 산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코카콜라이다. 산타클로스의 온화하고 다정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입힌 코카콜라의 이미지는 우리의 무의식 속에 달콤하게 들어온다. 문제는 우리의 무의식에까지 들어온 자본주의가 이제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는 특이성들을 빨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첨단기술사회에서 기계류의 창조와 생산은 이제 특이성을 어떻게 조성하고, 관계 성좌를 어떻게 배치하고, 생각의 경로를 어떻게 개척하는가의 여부와 긴밀히 관련되어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비자본주의 영역에 있는 공동체적 관계망에서 생산되는 생태적 지혜는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 생태적 지혜는 관계 내부에서 싹트는 지혜이며, 사랑과 욕망의 비표상적인 흐름이 의미 좌표를 흔들 때, 소수자라는 특이점이 공동체를 풍부하고 다양하게 만들 때 발생되는 관여적 지성의 산물이다. 이에 따라 생태적 지혜의 필요성과 다양성과 차이의 풍부함은 자본 역시도 말하고 있으며, 공동체를 먹잇감으로 둔 자본이 추구하고 있는 바와 정확히 일치한다.

 

저자 신승철의 욕망 자본론은 기존의 소수자들에 대한 통념에 대대적인 전환을 의미한다. , 소수자들은 특이성 생산을 함으로써 공동체 발전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관계망, 흐름, 상호작용에서 특이점으로서 작동하여 관계를 성숙시키고 발효시켜서 일반지성의 성숙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이런 색다른 사유는 요강기계에 대한 단상에 대한 현대적 해석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소수자의 욕망이 이 사회의 집단지성의 성숙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충분히 기본소득의 주체성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일갈한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빠진 3가지 주체성: 아이, 광인, 동물

자본론은 소수의 입장에서 쓰일 수 없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에는 아이, 동물, 광인과 같은 소수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읽다 보면 대부분 노동자계급이나 프롤레타리아트라는 주체성이 숨어 있을 뿐이다. 책을 어느 주체성의 시각에서 쓰느냐도 굉장히 중요한데 소수자의 시각에서 쓰이지 않은 자본론은 정상인/성인/백인/남성/노동자들의 주체성의 입장에서 서술된 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자본론은 왜 소수자 입장에서 쓰일 수 없었을까? 저자의 문제의식은 그 점에서 출발한다. 소수자의 욕망가치를 말하고, 소수자의 생태적 지혜를 말하고, 소수자의 욕망이 가진 생산성으로부터 출발할 수 없는가 하는 문제의식이다. 저자는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배제한 주체성으로, 아이, 동물, 광인 등을 대표 사례로 제시한다.

자본론은 자본주의적 주체성 중에서 말하지 않는 공백이 있다. 그래서 욕망 경제의 현존에 대해서 사유할 수 없었다. 욕망 경제에 대한 시도는 프로이트-마르크스주의 계열에서 출발하여 라이히에 의해서 기본적인 구도가 그려지고, 들뢰즈와 가타리의 앙티 오이디푸스에서 구체화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 연구자들은 욕망 경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욕망과 자본의 관계와 욕망가치에 대한 연구는 맥이 끊겨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마르크스의 정치경제학비판 요강에서 언급된 기계에 대한 단상이 소수자의 욕망 경제에 대해서 사유할 수 있는 주춧돌로 간주될 수 있는 여지는 풍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마르크스주의에서 이단으로 불리는 이 전통은 마르크스주의 내부에서 설득되고 수용될 수 있는 여지가 굉장히 낮다. 소수자라는 주체성은 자본론의 외부로서 위치하기 때문에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발언이나 목소리에서는 배제되어 왔다. 물론 발전 노선하에서는 소수자들의 욕망가치를 승인하는 역사적인 행동이나 제도가 반짝 나타날 때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 노선이 가진 풍부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그것이 수용된 과정은 그리 길지 않다.

사실 자본론의 외부는 자본주의의 외부와 공명하는 바가 있다. 푸코의 광기의 역사에서처럼 근대 초기 사회가 광인들을 바보선으로 추방했듯이 자본주의하에서는 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차별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소수자들은 사회적 약자로서의 의미가 아니라, 공동체를 풍부하게 만들어서 생태적 지혜와 집단지성을 산출하는 주체성으로 사유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펠릭스 가타리로부터 출발한 욕망가치론의 적용과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소수자를 말할 때, 사회적 약자나 양적 소수, 피해자로 보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은 공동체와 사회를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특이점이라 할 수 있다. 자본이 공동체적 관계망의 시너지 효과와 집단지성, 생태적 지혜에 주목하는 현 단계의 첨단기술사회에서 소수자가 관계 성좌를 풍부하게 만듦으로써 기계를 산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매우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역할을 보이지 않게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계에게 전기를 주듯이 소수자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할 수 없다. 저자는 2000년 초반에 사회보장소득이라는 문제의식에 접근하여 비노동 민중의 삶과 욕망을 보장하는 데 초점이 맞추었다. 그러한 문제의식을 10여 년 동안의 지적 여정을 거쳐 기본소득으로 연결지어 정리할 수 있었다.

 

 

특징과 차별성

 

이 책의 특색은 서한문 형식이란 점이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아내에게 편지 형태로 전달하고 있다. 그의 기획 의도는 매우 좁으면서도 넓다. 노동자의 노동이 아닌 소수자의 욕망을 말한다는 점에서 매우 좁은 부분에 대한 저술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노동가치를 벗어난 욕망가치로 자본주의 세상을 설명하고 바라보겠다는 의도에서 상당히 광범위한 지적 작업을 해내고 있다. 이런 의도를 잘 투영한 관계가 별난’(욕망을 뜻함)을 공동체의 필명으로 갖고 있는 철학공방 별난이라는 아내와의 공동체이다. 그의 편지는 세헤라자데의 끝나지 않는 천일야화처럼 색다른 세상의 재창조로 우리를 이끈다.

이 책은 에세이풍의 편지 형식과 비평 서적의 내용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경제철학이라는 분야가 자칫 개념의 유희나 개념의 미로를 형성할 수도 있을 텐데 이 책은 현학적인 요소보다 성찰적인 요소를 가지고 출발한다. 저자의 다른 저작에서 보이듯이 표현의 현란함을 최대한 자제하고 문제의식과 생각의 경로를 개척하는 글쓰기를 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이 아내에게 부드럽고 자상하게 말을 걸고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을 택한 것은, “욕망 자본론이 갖고 있는 무거움을 덜어내고자 독자를 고려한 소프트한 글쓰기의 형태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저자는 방황하며 모색하고 성찰하는 철학자의 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생각이 거침없고 자유롭게 표현되어 있다. 이런 점을 편집 과정에서 충분히 살려 원석대로 보여줄 부분은 그대로 살렸다.

 

주요 내용과 구성

 

이 책은 저자가 전공한 펠릭스 가타리의 욕망가치론이라는 개념의 구도를 더 확장하고 심화하려는 의도를 갖고 출발했다. 특히 소수자의 욕망이 공동체를 풍부하고 다양하게 만듦으로써 일반지성의 성숙에 도움을 준다는 점은 특이하다. 이를 통해서 일반지성이 기계류의 혁신에 원천이 되며, 소수자는 자본주의에 보이지 않게 기여하는 존재들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소수자에게 기본소득을 주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욕망가치론의 내용은 저자가 그의 박사논문과 녹색은 적색의 미래다(2013, 알렙)에서 이미 개략적인 설명을 해놓은 내용이지만, 그것의 현실적인 논증과 사례화가 가능한지를 이 책에서 처음으로 타진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1부 욕망인가? 노동인가?>에서는 들뢰즈와 가타리가 앙티 오이디푸스천 개의 고원이라는 자본주의와 정신분열증시리즈에서 제기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욕망이라는 차원을 도입한다. 욕망을 생산하면서도 억제하는 자본주의는 분열의 이중 구속(double bind)을 내재하고 있으며, 자본주의 경제와 욕망 경제가 수렴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점을 지적한다. 자본주의는 의미화와 분열이라는 한 쌍을 갖고 있고, 질문과 대답이 분열된 사회이다. 노동의 패러다임은 이익과 이해라는 점에서 정확한 의미화가 가능하지만 욕망의 패러다임은 질문과 문제의식 속에서 의미가 미끄러지는 색다른 구도를 그린다. 그렇기에 마르크스는 자본론에서 의미화할 수 없었던 욕망가치, 생명가치 등을 주석에서밖에 다룰 수 없었다.

<2부 욕망가치론과 기본소득>은 성장이 아닌 발전 노선에서 필요한 욕망가치론을 제기한다. 생산자와 소비자라는 역할을 할당받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내부 상점처럼 사회를 바라보면서 관계를 성숙시키는 내포적 발전을 기약할 때, 소수자의 의미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이 점에서 욕망가치론은 기본소득을 가장 필요로 하는 비노동 민중에 대한 이론이다.

<3부 욕망은 상품 물신성을 어떻게 보는가?>는 자본주의의 상품과 공동체의 선물을 구분하면서 상품 물신주의의 기원을 탐색한다. 함수론에 의해 움직이는 자본주의가 아닌 확률론적인 경우의 수가 중요한 공동체를 통해서 상품 물신성으로부터 벗어난 대안 경제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공동체 경제의 선물은 욕망과 사랑의 움직임처럼 뻔하게 결정된 것이 아니라, 공동체 내 어느 누군가를 향하며 확률론적인 성격을 갖는다. 마치 양자역학의 경우의 수나 주사위 던지기처럼 순환하고 유통되는 선물은 상품 물신성으로부터 벗어난 대안 경제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4. 욕망의 정치경제학은 가능한가?>는 들뢰즈와 가타리가 함께 쓴 개념인 욕망하는 기계를 통해서 네트워크와 같이 작동하는 공동체 경제를 사고한다. 이에 따라 아주 커다랗고 불변항으로서의 구조가 아니라 욕망하는 기계 간의 연결 접속의 성격에 따라 변이되고 횡단하며 이행하는 정치경제학의 구도가 그려진다. 들뢰즈와 가타리가 접속(connection), 이접(disjunction), 연접(conjunction)이라고 규정했던 연결 접속의 특성에 따라 어떻게 욕망의 정치경제학이 달라지는가를 볼 수 있는 장이다.

<5부 욕망과 기호의 경제>에서는 가타리의 흐름으로서의 도표와 고정관념으로서의 기표 간의 대결, 환상의 수다스러움과 사랑의 수다스러움의 대결이 그려진다. 자본주의는 기표와 같이 의미화하고 모델화될 수 있는 것들을 기성 상품으로 만들어, 사랑과 욕망의 흐름에 따라 의미 좌표가 흔들리는 것을 억압한다. 이에 따라 뻔한 상품, 뻔한 소비자, 뻔한 생산자로 규정되어 고정관념에 따라 상품이 거래되는 것이다. 이에 반해 공동체 경제는 욕망의 기호 흐름을 통해서 의미화되어 재현될 수 있을 선물을 유통한다. 상품은 사랑과 정성, 인격으로부터 분리되어 있다면, 선물에는 사랑과 정성, 인격이 담겨 있다.

<6. 욕망 자본론>은 자본론의 외부가 바로 욕망이었음을 적시하면서, 욕망 자본론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장이다. 통합된 세계 자본주의와 풀뿌리 공동체 간의 생활에서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어디를 가든 아파트, 육식, TV, 자동차와 같은 통속적 삶을 유지하고, 자본이 지나간 곳에 백화점, 마트, 편의점, 호텔 등이 자리잡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지자체에서는 국경을 넘나들며 매끄럽게 이동하는 초국적 자본을 머물게 하기 위해서 축제, 특산물, 디즈니랜드, 박물관 등으로 호들갑을 떤다. 욕망 자본론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외부인 아이, 동물, 광인의 비표상적인 흐름을 다시 받아들여 사랑과 욕망의 비표상적 흐름으로 바꾸어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욕망 자본론은 자본이 사회화되고 사회가 자본화되는 이중적 경향을 갖는 현 시점에서 사회적 경제의 활력과 생명 에너지를 규명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글을 마친다.

욕망 자본론은 색다른 사유의 실험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미연관, 생활연관, 세계연관 속에서 세계를 재창조하려는 철학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마치 만화경을 쓰고 거리로 나선 사람이 좌충우돌하듯 의미의 성좌를 새롭게 형성하기 위해서 의미의 분열과 흔들림에 의존하는 방법에 따르고 있다. 이 책이 공동체 경제와 발전 전략, 사회적 경제에서 등장하는 주체성 생산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이 책이 사실은 생명 에너지와 활력으로서의 욕망을 촉발하고 고무하기 위한 실천적인 의미도 함께 갖고 있다는 점을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 신승철(申承澈)

 

2010년도에 동국대학교에서 펠릭스 가타리의 분열분석과 미시정치라는 논문으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1년에는 동물보호 무크지 에서 편집위원으로 활동했고, 2012년에는 녹색당 생명권 정책의 초안을 썼으며, 당해 <성미산마을 연구조사 사업>에도 참여했다. 현재 동국대, 한성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고, 철학공방 <별난> 공동 대표, 생태문화협동조합 <달공> 준비위원, 카라 소속 동물사랑도서관 아카이브 위원, 가톨릭 생명윤리연구소 전문 연구위원, 경희대 약학대학과 식약처 실험동물윤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역서로는 사이버-맑스(이후, 2003)가 있으며, 저서로는 대한민국욕망공화국(해피스토리, 2008), 에코소피(, 2008), 대한민국 욕망보고서(당대, 2011), 펠릭스 가타리의 생태철학(그물코, 2011), 사랑과 욕망의 영토(중원문화, 2011), 분열과 혁명의 영토(중원문화, 2011), 루저의 심리학(삼인, 2012), 식탁 위의 철학(동녘, 2012), 눈물 닦고 스피노자(동녘, 2012), 녹색은 적색의 미래다(알렙, 2013), 갈라파고스로 간 철학자(서해문집, 2013), 공저로는 인문학 박물관에서(인물과사상사, 2010), 철학자의 서재2(알렙, 2012), 달려라 청춘(삼인, 2014)이 있다.

 

 

 

차례

 

 

머리말 장기 비상 시대에 눈뜬 욕망

 

 

1 욕망인가? 노동인가?

 

생명 욕망인가? 자본 욕망인가?

욕망은 마조히즘인가?

욕망을 생산할 것인가? 욕망을 억제할 것인가?

시장 자유주의인가? 공동체 자율주의인가?

흐름인가? 고정관념인가?

노동가치인가? 욕망가치인가?

 

2 지금, 기본소득이 필요한 까닭

 

마르크스가 알지 못했던 욕망가치

발전인가? 성장인가?

내포적 발전 단계에서, 욕망이 필요하다

관계망 성숙에는 비밀이 있다

일반지성의 기본 전제들

완전히 색다른 욕망 경제

지금, 기본소득이 필요한 까닭

 

3 욕망은 상품 물신성을 어떻게 보는가?

 

세계 자본주의, 욕망을 포섭하다

상품 물신성의 기원, 등가교환

선물과 증여의 욕망을 어떻게 볼 것인가?

상품 물신성에 혁신은 없을까?

자본주의적인 욕망은 허구 상품을 가능케 한다

욕망화폐론

 

4 욕망의 정치경제학은 가능한가?

 

들뢰즈와 가타리는 왜 욕망하는 기계를 등장시켰는가?

욕망하는 기계의 3가지 연결 방식

욕망하는 기계와 기관 없는 신체

욕망은 특이성을 생산한다

들뢰즈와 가타리의 욕망의 경제학을 넘어서

 

 

5 욕망과 기호의 경제

 

의미는 지독한 권력이다

도표적 욕망인가? 기표적 욕망인가?

사랑인가? 환상인가?

공동체의 수다스러움과 이미지 영상의 수다스러움

구조 환상을 넘어선 욕망의 기호 흐름

 

 

6 욕망 자본론

 

코드의 잉여가치와 사회적 경제

자본주의는 비자본주의를 필요로 하는가?

자본의 욕망화와 욕망의 자본화

자본론의 외부: 아이, 동물, 광인

 

결론 통합된 세계 자본주의와 풀뿌리 관계망

 

 

 

 

미니 인터뷰

 

 

편집자 안녕하세요. 선생님. 2013녹색은 적색의 미래다(알렙)를 내신 이후로, 선생님께서는 몇 권의 책을 더 내셨지요? 20010년 박사학위 논문이 통과된 이후로, 공저 포함하여 벌써 15번째 저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 책이 선생님의 저작 중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궁금하네요.

 

신승철 이 책은 박사학위 논문에서의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점을 갖습니다. 그간 욕망자본론과 관련되어 여러 가지 단상과 아이디어를 블로그나 발표 글에 실어 왔지만, 이렇게 일관된 맥락 하에서 한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실 저의 욕망자본론은 펠릭스 가타리의 욕망가치라는 개념을 더 발전시킨 내용입니다. 좀 더 논의를 전개하고 구체화하면서 지금 여기의 한국사회에 맞게 쓸 필요가 있었습니다. 저의 지적 여정 속에서 맑스주의자들에게 가장 많이 질문을 받아 왔습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맑스의 가치론에 대해서 대대적인 수정을 가한다는 것을 매우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소수자의 시각에서 다시 자본론을 검토한다는 입장에서 밑그림을 그리면서 이 책을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2010년 박사논문을 쓸 때, 욕망자본론이라는 개념의 구도를 그려내고 몹시 흥분했지만, 그간 기회와 시간이 없어 구체화할 수 없었습니다. 늘 빚진 기분이었죠. 이제야 빚을 털어버린 느낌이 듭니다. 이 책이 갖는 독특한 위상은 맑스주의의 개념지도와 주류경제학의 논의를 벗어나서 대안사회를 꿈꾸고 사유한 책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책 역시도 배치라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생각에 대해서 동의하게 되는군요.

 

편집자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모음집이 사실은 어려운 경제철학 책이에요. 특별히 이런 형식을 갖춘 이유가 있나요?

 

신승철 사실, 개념과 논증이 난무하는 철학 책이란, 공허하거나 현학적이기 쉬워요. 사실 철학은 답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참신하고 신선한 문제제기를 던지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내에게 편지를 보낸 이유는, 아내와 저는 철학공방 <별난>이라는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공동체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죠. , 우리 둘을 포함하여 문래동 예술가와 활동가들과 함께 생태문화협동조합 달공을 만들어가고 있기도 해요. <욕망 자본론>은 공동체 경제, 생태 경제가 어떻게 가능한가를 탐문하는 것이기도 해서, 우리 둘 사이의 관계망에서 싹트는 욕망과 생태적 지혜에 기반해서 써내려갔습니다.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처럼 실증 자료와 도표, 예시는 없지만, 너와 나 사이의 관계망이 주는 생태적 지혜, 집단지성, 공통의 아이디어 등에 기반해서 문제의식을 풀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런 실험적인 형식은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관계망에서 산출되는 생각의 경로를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편집자 편집자가 여러 번 읽어보아도, 이 책의 내용을 숙지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책 전체를 통해서 일관되게 몇 가지 명제와 주장을 하고 계시죠. 저자께서 직접 본인의 명제와 주장을 서너 가지로 정리해 주실 수 있나요?

 

신승철 자본주의는 화석연료고갈, 기후변화, 생물대량멸종 등 장기비상시대로 이미 접어 들어간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기존의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이 아니라, 발전노선에 주목하게 만드는데요, 저는 발전노선에서 욕망가치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소수자에게 기본소득을 주는 것이 욕망가치 입장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사회적 경제에서의 자본의 욕망화와 욕망의 자본화라는 색다른 국면을 어떻게 사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자본론>의 공백인 욕망가치 영역을 통해서 통합된 세계자본주의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어떻게 초래해야 할지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노동을 하지 않으면서 욕망을 가진 소수자들은 그저 수혜적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색다른 관계망을 창발함으로써 보이지 않게 이 사회를 풍부하게 만들면서 기여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그것입니다. 그것이 욕망가치론의 핵심적인 명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저의 문제의식을 좀 더 간략히 정리하자면, “자본주의 경제는 소수자와 비노동 민중의 욕망가치의 생산성과 창조성에 기반하는 발전전략’, ‘기본소득’, ‘사회적 경제로 이행하고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요즘 기본소득이나 부유세등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책에서 보니, 신승철 선생님께서는 상당히 오래전에 사회보장소득이란 개념을 얘기하셨더군요. 욕망가치와 기본소득에 대해 연관성을 좀 깊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신승철 우리가 소수자를 말할 때, 사회적 약자나 양적 소수, 피해자로 보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은 공동체와 사회를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특이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본이 공동체적 관계망의 시너지효과와 집단지성, 생태적 지혜에 주목하는 현 단계의 첨단기술사회에서 소수자가 관계성좌를 풍부하게 만듦으로써 기계를 산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매우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역할을 보이지 않게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계에게 전기를 주듯이 소수자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할 수 없겠지요. 제가 2000년 초반에 접근했던 사회보장소득의 문제의식은 비노동 민중의 삶과 욕망을 보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러한 문제의식을 10여 년 동안의 지적 여정을 거쳐 이제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편집자 욕망에는 자본주의적 욕망이 있고 생명 에너지인 욕망이 있다고 하셨는데, 사랑과 욕망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을 조금 말씀해 주세요.

 

신승철 기존 생태주의자들은 욕망=자본주의적 욕망이라는 공식 속에서 금욕이나 절욕을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생명에너지로서의 욕망은 공동체의 활력과 생명에너지로 흐르기 때문에 지나친 금욕주의는 공동체를 폐색시킬 위험을 노정합니다. 저는 욕망에 대한 자주관리의 행동을 공동체에서 감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펠릭스 가타리의 욕망의 미시정치라는 개념도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여기서 사랑과 욕망은 미래를 향한 문제제기입니다. 우리는 질문을 던지면서 미래를 향해서 탈영토화를 감행하고 있는 진행형적 과정에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과 욕망의 순환과 재생의 흐름에 입각한 대안적인 경제 질서를 생각하는 것은 색다른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편집자 짧은 인터뷰지만, 끝으로 독자에게 해주실 말씀은요?

 

신승철 욕망자본론은 미래진행형적인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철학자가 의미화하는 모델이나 답이 아니라, 참신한 문제의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색다른 문제의식에 접속하여 상상력을 극대화하고, 독특한 욕망을 유통시킬 때 독자 역시도 아주 색다른 생각의 경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 미에서 이 책은 대안 경제 모델이라는 답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대신 각자가 갖고 있는 욕망을 통해서 네가 무엇을 원하는지?’라는 질문을 던지도록 만들어주고 대안 경제를 스스로 사유할 수 있도록 인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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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총구에서 나왔다 : 박정희 vs 마오쩌둥 - 한국 중국 독재 정치의 역사
박형기 지음 / 알렙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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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소개

  

 

권력은 총구에서 나왔다:

박정희 vs 마오쩌둥

 

한국·중국 독재 정치의 역사

 

박형기 지음33616,000원 출간일 2014년 10월 25ISBN 978-89-97779-43-7 03910

 

분야 역사동아시아사한국사

국내도서 사회과학 정치학/외교학/행정학 정치인


 

동북아시아 영웅 3인의 인생 역정을 탐험해 보는 시간 여행

 

박형기는 그동안 언론사에서 홍콩 특파원과 국제부 기자 등을 거치면서친디아』『중화 경제의 리더들』『덩샤오핑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등 중국 문제와 국제 경제에 관심을 두고 천착해 왔었다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양극단의 평가를 받는 박정희라는 역사 인물에 대해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선을 찾고자 하는 이 기획에서저자는 해외로 시각을 돌려보자고 제안한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373-4 성지빌딩 615 전화 325-2015 팩스 325-2016 

E-mail alephbook@naver.com 휴대전화 010-9383-8534 

  

 

작품 소개 

 

 

■ 중국 혁명의 마오쩌둥개혁개방의 덩샤오핑유신의 박정희

독재의 세 얼굴을 통해 중국과 한국의 현대사를 재구성하다!

 

산업화 세력은 박정희를 반신반인으로 미화해 왔고산업화 세력으로부터 탄압받았던 민주화 세력은 박정희의 경제개발 업적을 애써 무시해 왔다이에 따라 박정희에 대한 국내의 평가는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진영 논리의 틀에 갇혀 박정희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이에 따라 필자는 국제적 시각으로 박정희를 재평가해 보는 것이 박정희를 객관화하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란 생각을 했다다른 나라 지도자와 비교해 보면 박정희가 과연 반신반인의 자격이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멀리 갈 것도 없다마침 중국에는 반신반인이라고 불리는 지도자가 있다바로 마오쩌둥이다

신중국을 건설한 마오쩌둥은 집권 후 수천만 명을 아사시키는 등 실정을 거듭했다그래도 중국인들은 그들을 먹고 살게 해준 덩샤오핑보다 마오쩌둥을 훨씬 더 좋아한다

저자가 중국 취재 여행을 다닐 때중국인들에게 왜 당신들은 잘살게 해준 덩샤오핑보다 수천만 명을 아사시킨 마오쩌둥을 더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약속이나 한 듯 덩샤오핑은 우리에게 돈을 벌게 해주었다. ‘마오주시(毛主席그들은 반드시 이렇게 부른다)’는 우리의 체면을 살려주었다돈은 언제라도 벌 수 있지만 한번 깎인 체면은 영원히 회복할 수 없다는 답을 듣곤 했다

마오쩌둥은 중국 땅에서 모든 제국주의 세력을 몰아내고 중국의 자주를 확보했다만약 마오쩌둥이 아니라 장제스가 중국을 통일했더라면 중국은 제2의 일본이 됐을 것이다지금보다 더 잘 살 수 있었겠지만 자주를 잃었을 것이다일본이 미국의 핵우산 아래 들어가는 순간일본이 세계 최강국이 될 가능성은 사라졌다장제스가 집권을 했더라면 중국은 제2의 일본이 됐을 것이다그러나 중국은 마오쩌둥 덕에 미국의 핵우산 아래 들어가지 않았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만큼 뛰어난 업적이 있었고또 마오보다 훨씬 세련된 리더십을 구사했다만약 덩샤오핑이 없었더라면 중국은 소련의 전철을 밟았을 것이다그러나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덕분에 중국은 유일 초강대국 미국을 위협하는 유일한 나라가 됐다덩샤오핑은 또 천안문 사건 이후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지만 그래도 중국을 통치했다이에 비해 마오쩌둥은 대약진운동 실패로 권력을 위협받자 문화혁명을 일으켜 정권을 탈환했다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마오는 권력으로 통치했지만 덩은 권위로 중국을 통치한 것이다덩이 마오보다 한 차원 높은 리더십을 구사한 셈이다.

그럼에도 덩은 중국에서 반신반인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중국에서 반신반인의 대접을 받는 현대 인물은 마오쩌둥이 유일하다돈은 언제라도 벌 수 있지만 한 번 잘못 쓰인 역사는 다시는 바로잡을 길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박정희도 덩샤오핑처럼 한국의 백성들을 먹고 살게 했다그러나 그는 덩과 결정적으로 다른 것이 있다덩이 일본 제국주의 세력을 만주에서 몰아내기 위해 젊음을 바쳤을 때박정희는 일본군(만군)으로서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 전쟁의 첨병 노릇을 했다그리고 박정희는 집권 과정도 정당성이 없었다박정희는 쿠데타로 집권했다마오와 덩도 무력으로 집권했다그러나 이들은 정당성이 있었다중국은 쑨원이 청조를 무너트리고 중화민국을 열었으나 위안스카이의 반정으로 공화정이 곧바로 막을 내렸다이후 중국은 군벌과 국민당 공산당이 내전을 벌였다마오와 덩은 이 내전을 끝내고 중국을 통일한 난세의 영웅들이었다그러나 한국은 1948년 해방 이후 민주주의를 채택했다박정희가 정치를 하고 싶었다면 출마해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 규칙이었다박정희는 이 같은 규칙을 무시하고 쿠데타로 집권했다

 

저자는 박정희의 경제적 업적을 평가절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그가 한국의 경제 발전에 결정적 공헌을 했다고 생각한다박정희는 조국을 근대화한능력 있는 정치인이었다그러나 반신반인'이라고 부르기에는 정통성이 너무 취약하다박정희가 위인도 아닌 반신반인이라면 그의 이력도 완벽해야 한다그러나 박정희는 혈서를 써가면서까지 일제의 침략 전쟁에 협력했고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정권을 잡았으며그것도 모자라 유신이라는 제2의 쿠데타를 일으켰다

사실 박정희는 반신반인은 물론 위인의 범주에 넣기도 힘들다위인은 보고 배울 것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박정희가 위인이라면 우리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식민 시대가 다시 온다면 식민 종주국에 충성해라앞으로 다시 군부독재 시절이 온다면 군부독재에 협력해라그리고 반칙을 일삼더라도 무조건 출세해라.”

 

내용 속으로 

 

 

■ 정당한 권력”(마오쩌둥덩샤오핑) vs “부당한 권력”(박정희)

 

저자는 먼저 박정희마오쩌둥덩샤오핑의 공통점을 찾는다이들은 모두 무력으로 정권을 잡았고 독재자였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권력의 재구축을 위해서도박정희는 유신마오쩌둥은 문화혁명덩샤오핑은 천안문 학살을 지시했다

이들은 젊은 시절 대부분을 전장에서 보냈기 때문에,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마오쩌둥의 어록)는 사실을 아주 잘 알았다마오는 대장정항일 전쟁국공 내전을 치렀다덩샤오핑도 항일 전쟁과 국공 내전 과정에서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발휘한 유능한 지휘관이었다박정희도 만주에서 팔로군과 싸웠고한국전쟁에도 참전했다

저자는 이들이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본다마오와 덩은 정당성이 있었지만박정희는 정당성이 없었다박정희는 헌정 질서를 무너뜨렸지만마오와 덩은 그렇지 않았다마오쩌둥은 농민의 영웅이었을 뿐 아니라중국 땅에서 모든 제국주의 세력을 몰아내고 신중국을 건설한 민족의 영웅이었다그러나 박정희는 정권을 잡기 위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총칼을 사용했다박정희가 정치를 하고 싶었다면 군복을 벗고 출마해 국민의 심판을 받았어야 했다

 

 

■ 경제 실정”(마오쩌둥) vs “경제로 제건국”(덩샤오핑박정희)

 

마오쩌둥은 집권 후 대약진운동문화혁명 등 실정을 거듭했다특히 그는 대약진운동으로 중국 경제를 붕괴 직전까지 몰고 갔다붕괴 직전의 중국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운 지도자가 바로 덩샤오핑이다박정희도 기아선상을 헤매던 한국의 경제를 일으켜 세웠다박정희와 덩샤오핑은 경제로 제2의 건국을 한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박정희와 덩샤오핑은 집권 후 세계의 보편 질서를 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박정희는 만주와 일본미국을 직접 경험한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코즈모폴리턴(국제인)이었다덩샤오핑 또한 젊은 시절 대부분을 프랑스와 소련에서 보냈다실제 이들은 집권과 함께 조국을 세계의 보편 질서에 편입시켰다박정희는 국민의 엄청난 반대에도 한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함으로써 한미일 삼각동맹에 가입했다한미일 삼각동맹은 전후 동북아시아의 보편 질서였다박정희는 한미일 삼각동맹에 가입함으로써 안보와 경제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덩샤오핑도 집권 이후 대외에 문호를 개방했다덩샤오핑은 중국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선진국의 기술과 자본을 들여와야 하고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미국 등 선진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그는 집권 직후 잇따라 일본과 미국 방문에 나서 양국과 국교를 정상화했다중국에 있어 일본과 미국은 한때 전면전을 불사하던 불구대천의 원수였다그러나 중국은 나라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이들의 자본과 기술이 필요했다그리고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평화가 긴요했다.

박정희와 덩샤오핑이 조국을 세계적 보편 질서에 편입시킨 덕분에 한국과 중국은 빠르게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었다이들 때문에 중국은 미국과 유일하게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고대한민국은 세계 15위권의 경제 대국이 됐다경제적 관점으로만 볼 때박정희와 덩샤오핑 모두 반신반인의 자격이 충분하다.

그러나 박정희와 덩샤오핑에게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덩샤오핑이 중국 땅에서 일제를 몰아내기 위해 청춘을 바쳤을 때박정희는 일제를 위해 젊음을 바쳤다이뿐 아니라 덩샤오핑은 박정희보다 훨씬 세련된 통치술을 구사했다

 

 

■ 폭력으로 통치한다”(마오쩌둥박정희) vs “권위로 통치한다”(덩샤오핑)

 

박정희와 마오쩌둥 리더십의 핵심은 폭력이었다이들은 정치적 리더십이 바닥났을 때 동원한 것이 폭력이었다박정희와 마오쩌둥은 반대 세력을 억누르기 위해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다특히 이들은 문화혁명과 유신이라는 체제를 동원했다마오는 대약진운동 실패로 권력을 위협받자 문화혁명을 일으켜 권력을 탈환했다박정희는 더 이상 법률에 의한 정상적 통치가 불가능해지자 유신을 선포했다유신과 문화혁명 기간 수많은 사람이 박정희와 마오쩌둥에 의해 희생됐다이들은 야만적인 방법으로 정적을 제거하거나 억눌렀다마오의 제물은 류샤오치펑더화이(彭德懷팽덕회등이었고박정희의 제물은 김대중장준하 등이었다.

세 독재자 중 그나마 정당한 리더십을 행사한 인물은 덩샤오핑이다덩샤오핑도 집권 후 폭력을 쓴 적이 있다덩은 천안문 사건을 진압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했다그러나 이는 일시적 폭력이지 구조적 폭력은 아니었다이에 비해 문화혁명과 유신은 일시적 폭력이 아닌 구조적 폭력이었다

덩샤오핑은 천안문 사건 이후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지만 그래도 중국을 통치했다권력이 아닌 권위를 빌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박정희의 유신과 마오쩌둥의 문화혁명은 그들이 죽자마자 부정됐다이들은 권위가 아닌 권력으로 통치했기 때문이다권력이 아닌 권위로 통치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덩샤오핑은 마오쩌둥박정희보다 한 차원 높은 리더십을 구사한 것이다.

 

 

■ 박정희를 반신반인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까닭은

 

그럼에도 덩샤오핑은 중국에서 반신반인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중국에서 반신반인의 대접을 받고 있는 현대 인물은 마오쩌둥이 유일하다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이라는 탁월한 업적마오와 함께 중국공산당을 이끌고 항일 전쟁에도 직접 참전한 정당성그리고 마오와 박정희보다 한 수 위의 리더십을 갖추었음에도 반신반인의 경지에 오르지 못했다한 나라의 지도자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정당성 또는 정통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은 단연 김구 선생이다김구 선생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국 현대 인물 중 가장 존경받는 인물 1위를 도맡아 한다김구 선생은 업적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는 독립운동을 했다그러나 독립은 김구의 광복군이 아니라 미국에 의해 이뤄졌다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하자 일본은 항복했고이에 따라 한국은 독립했다김구 선생은 또 정권 쟁취에도 실패했다그만의 업적을 쌓을 기회조차 잡아보지 못한 것이다그럼에도 김구 선생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다그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도 국민을 먹여 살린 덩샤오핑이 아니라 국민을 굶주리게 했지만 중국 현대사의 정통성을 한 몸에 구현한 마오쩌둥이 반신반인의 대접을 받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저자는 반신반인이라는 단어는 아무에게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업적도 업적이지만 무엇보다도 정당성을 완벽하게 갖추어야 한다박정희보다 정당성을 더 갖추고 한 차원 높은 리더십을 행사한 덩샤오핑도 반신반인의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하물며 일제 타도의 선봉에 서기는커녕 일제 침략 전쟁의 첨병 노릇을 했고헌정 질서를 유린해 가며 집권한 박정희가 반신반인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을까?”

 

 

■ 한국·중국 독재자 3인의 12가지 리더십

 

마오쩌둥

정통성 마오쩌둥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질 때마다 정통성이란 무기로 그 위기를 돌파했다.

지적 능력 마오는 정치가이기 이전에 당대 최고의 사상가였다마오는 지적으로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자주 마오는 평생을 자주로 일관한 정치가였다.

폭력 마오쩌둥은 폭력의 화신이었다특히 반대파를 무자비한 폭력으로 억눌렀다.

 

 

덩샤오핑

화합 정치의 달인인 그는 친구의 극대화적의 극소화라는 명제를 뼛속 깊이 체화한 인물이었다.

권위 덩샤오핑은 권력이 아닌 권위로 중국을 통치했다

유연 덩샤오핑은 유연한 발상을 했다덩샤오핑은 발상뿐 아니라 정치 리더십도 부드러운 지도자였다.

보편 덩샤오핑은 평화를 지향했고합리적이었다그는 특히 세계의 보편적 질서를 존중했다.

 

 

박정희

가난 극복 박정희의 개인적 가난은 그 자신에게는 불행이었지만 우리 국민에게는 행운이었다그의 가난 극복 리더십이 경제 발전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실력과 소탈 박정희는 탁월한 실력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박정희는 실력과 인격을 겸비한 유능한 군인이었다.

마이웨이  박정희는 반대가 많아도 국익 또는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면 자신의 길을 걸었다.

폭력 집권 이후 박정희 리더십의 요체는 폭력이었다말을 잘 듣지 않는 사람에게는 가차 없는 폭력을말을 잘 듣는 사람에게는 빠른 승진을 선물했다.

 

 

 

저자 소개 박형기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성곡재단 펠로우로 홍콩 중문대학에서 수학했으며, <광주일보홍콩특파원을 지내면서 중국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다. 10여 년 동안 <머니투데이국제부 기자로 재직하면서 브릭스와 친디아’ 개념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등 국제문제에 천착했다. <머니투데이국제부장온라인 총괄부장 등을 지낸 뒤 현재는 고향에서 가업을 잇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친디아덩샤오핑-개혁개방의 총설계사중화경제의 리더들친디아의 비밀병기 화교 인교』 등이 있다

 

 

목차

 

프롤로그 반신반인이라는 말을 한국에서 처음 듣고…… 

 

 

1부 독재자와 권력자:

한국·중국 독재 권력의 세 얼굴

 

1 자주의 마오쩌둥 vs 보편의 덩샤오핑

2 박정희마오쩌둥덩샤오핑 권력의 유형

 

 

2부 권력은 총구에서 나왔다:

박정희마오쩌둥덩샤오핑의 권력 쟁취 과정

 

1 박정희와 군사 쿠데타 

 

2 마오쩌둥과 공산혁명

 

3 덩샤오핑과 신중국 건설

 

3부 잘살아 보세” vs 개혁개방:

베이징 컨센서스서울 컨센서스

 

1 대한민국 근대화의 기수박정희

 

2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덩샤오핑 

 

4부 독재 권력은 어떻게 합리화되었는가?

마오쩌둥덩샤오핑박정희의 권력 재구축 과정

 

1 마오쩌둥과 문화혁명

 

2 덩샤오핑과 천안문 사태 

 

3 박정희와 10월 유신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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