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인터뷰


 

 








편집자 안녕하세요. 선생님. 2013녹색은 적색의 미래다(알렙)를 내신 이후로, 선생님께서는 몇 권의 책을 더 내셨지요? 20010년 박사학위 논문이 통과된 이후로, 공저 포함하여 벌써 15번째 저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 책이 선생님의 저작 중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궁금하네요.

 

신승철 이 책은 박사학위 논문에서의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점을 갖습니다. 그간 욕망자본론과 관련되어 여러 가지 단상과 아이디어를 블로그나 발표 글에 실어 왔지만, 이렇게 일관된 맥락 하에서 한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실 저의 욕망자본론은 펠릭스 가타리의 욕망가치라는 개념을 더 발전시킨 내용입니다. 좀 더 논의를 전개하고 구체화하면서 지금 여기의 한국사회에 맞게 쓸 필요가 있었습니다. 저의 지적 여정 속에서 맑스주의자들에게 가장 많이 질문을 받아 왔습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맑스의 가치론에 대해서 대대적인 수정을 가한다는 것을 매우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소수자의 시각에서 다시 자본론을 검토한다는 입장에서 밑그림을 그리면서 이 책을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2010년 박사논문을 쓸 때, 욕망자본론이라는 개념의 구도를 그려내고 몹시 흥분했지만, 그간 기회와 시간이 없어 구체화할 수 없었습니다. 늘 빚진 기분이었죠. 이제야 빚을 털어버린 느낌이 듭니다. 이 책이 갖는 독특한 위상은 맑스주의의 개념지도와 주류경제학의 논의를 벗어나서 대안사회를 꿈꾸고 사유한 책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책 역시도 배치라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생각에 대해서 동의하게 되는군요.

 

편집자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모음집이 사실은 어려운 경제철학 책이에요. 특별히 이런 형식을 갖춘 이유가 있나요?

 

신승철 사실, 개념과 논증이 난무하는 철학 책이란, 공허하거나 현학적이기 쉬워요. 사실 철학은 답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참신하고 신선한 문제제기를 던지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내에게 편지를 보낸 이유는, 아내와 저는 철학공방 <별난>이라는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공동체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죠. , 우리 둘을 포함하여 문래동 예술가와 활동가들과 함께 생태문화협동조합 달공을 만들어가고 있기도 해요. <욕망 자본론>은 공동체 경제, 생태 경제가 어떻게 가능한가를 탐문하는 것이기도 해서, 우리 둘 사이의 관계망에서 싹트는 욕망과 생태적 지혜에 기반해서 써내려갔습니다. 피케티 교수의 <21세기 자본>처럼 실증 자료와 도표, 예시는 없지만, 너와 나 사이의 관계망이 주는 생태적 지혜, 집단지성, 공통의 아이디어 등에 기반해서 문제의식을 풀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런 실험적인 형식은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관계망에서 산출되는 생각의 경로를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편집자 편집자가 여러 번 읽어보아도, 이 책의 내용을 숙지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책 전체를 통해서 일관되게 몇 가지 명제와 주장을 하고 계시죠. 저자께서 직접 본인의 명제와 주장을 서너 가지로 정리해 주실 수 있나요?

 

신승철 자본주의는 화석연료고갈, 기후변화, 생물대량멸종 등 장기비상시대로 이미 접어 들어간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기존의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이 아니라, 발전노선에 주목하게 만드는데요, 저는 발전노선에서 욕망가치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소수자에게 기본소득을 주는 것이 욕망가치 입장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사회적 경제에서의 자본의 욕망화와 욕망의 자본화라는 색다른 국면을 어떻게 사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자본론>의 공백인 욕망가치 영역을 통해서 통합된 세계자본주의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어떻게 초래해야 할지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노동을 하지 않으면서 욕망을 가진 소수자들은 그저 수혜적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색다른 관계망을 창발함으로써 보이지 않게 이 사회를 풍부하게 만들면서 기여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그것입니다. 그것이 욕망가치론의 핵심적인 명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저의 문제의식을 좀 더 간략히 정리하자면, “자본주의 경제는 소수자와 비노동 민중의 욕망가치의 생산성과 창조성에 기반하는 발전전략’, ‘기본소득’, ‘사회적 경제로 이행하고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요즘 기본소득이나 부유세등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책에서 보니, 신승철 선생님께서는 상당히 오래전에 사회보장소득이란 개념을 얘기하셨더군요. 욕망가치와 기본소득에 대해 연관성을 좀 깊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신승철 우리가 소수자를 말할 때, 사회적 약자나 양적 소수, 피해자로 보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은 공동체와 사회를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특이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본이 공동체적 관계망의 시너지효과와 집단지성, 생태적 지혜에 주목하는 현 단계의 첨단기술사회에서 소수자가 관계성좌를 풍부하게 만듦으로써 기계를 산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매우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역할을 보이지 않게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계에게 전기를 주듯이 소수자에게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할 수 없겠지요. 제가 2000년 초반에 접근했던 사회보장소득의 문제의식은 비노동 민중의 삶과 욕망을 보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러한 문제의식을 10여 년 동안의 지적 여정을 거쳐 이제야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편집자 욕망에는 자본주의적 욕망이 있고 생명 에너지인 욕망이 있다고 하셨는데, 사랑과 욕망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을 조금 말씀해 주세요.

 

신승철 기존 생태주의자들은 욕망=자본주의적 욕망이라는 공식 속에서 금욕이나 절욕을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생명에너지로서의 욕망은 공동체의 활력과 생명에너지로 흐르기 때문에 지나친 금욕주의는 공동체를 폐색시킬 위험을 노정합니다. 저는 욕망에 대한 자주관리의 행동을 공동체에서 감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펠릭스 가타리의 욕망의 미시정치라는 개념도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여기서 사랑과 욕망은 미래를 향한 문제제기입니다. 우리는 질문을 던지면서 미래를 향해서 탈영토화를 감행하고 있는 진행형적 과정에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과 욕망의 순환과 재생의 흐름에 입각한 대안적인 경제 질서를 생각하는 것은 색다른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편집자 짧은 인터뷰지만, 끝으로 독자에게 해주실 말씀은요?

 

신승철 욕망자본론은 미래진행형적인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철학자가 의미화하는 모델이나 답이 아니라, 참신한 문제의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색다른 문제의식에 접속하여 상상력을 극대화하고, 독특한 욕망을 유통시킬 때 독자 역시도 아주 색다른 생각의 경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의 미에서 이 책은 대안 경제 모델이라는 답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대신 각자가 갖고 있는 욕망을 통해서 네가 무엇을 원하는지?’라는 질문을 던지도록 만들어주고 대안 경제를 스스로 사유할 수 있도록 인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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