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욕망이다!
80년대부터 2000년대를 잇는 옷의 서사!
 
어느 날 얼굴에 흉터가 생긴 한 배우의 이야기
혹은 한 여자의 지독한 사랑 이야기




■ 간략 소개


인간에게 옷은 무엇인가?

“알지? 흉터는 옷의 기원이라는 거.”

백지영의 신작 『내 황홀한 옷의 기원』은 인간의 옷에 대한 욕망의 세계를 다룬 소설이다. 간결하고 정감 있는 문체로, 한 영화배우의 가족사와 1980년대 정치적 상황을 결합해 옷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 문제를 스릴러적 형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백지영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틈틈이 소설을 발표해 오고 있는 신예 작가이다. 200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다. 첫 작품집 『피아노가 있는 방』을 통해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내면을 집요하게 탐색”(고인환/평론가)하여, 이른바 ‘착한 소설’의 역습이라는 평을 받았다. 2018년에는 장편소설 『나의 노열 패밀리』을 통해 “가족소설의 문법을 바꾸며”“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고 질주하는 사회, 그 속에 놓여 갈 길을 암중모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서경석/평론가)를 썼다.


■ 출판사 서평


신작 『나의 황홀한 옷의 기원』은 전작처럼,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인 의·식·주의 문제를 다룬다. 전작에서는 ‘음식’을 다루었고, 신작에서는 ‘옷’을 다룬다. 옷은 욕망을 표현하는 데 적합한 소재이다. 소설에서는 옷을 만들고, 옷을 입고, 옷을 통해 욕망을 나타내고 실현하려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면면이 교직된다. 중심 서사는, 한 배우의 사고에서 시작된다. 한 배우가 해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런데, 수상을 축하하는 파티에서 갑자기 사라진 그는 얼굴에 심한 상처를 입고 나타나고 의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얼굴에 흉터가 생기고 만다. 실종과 상처 자체도 미스터리하지만, 상처를 입힌 후 실과 바늘로 상처를 꿰매놓은 엽기적인 사건이었다. 누가, 무슨 이유로, 한 배우의 생명줄과 같은 얼굴에 흉터를 남겼을까.

작품은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와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에 바탕을 두고 서사가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젊은 독자들과도 잘 맞는 감각적인 소설이다. 실제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교묘하게 섞이면서 1980년대를 넘어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에 육박하는 긴장감을 유발한다.(김승구/세종대 교수)

주된 서사는 배우(나중에 얼굴에 흉터를 갖게 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만, 또 다른 인물의 서사는 말미에 드러나는 이름 없는 여자(어려서부터 얼굴에 흉터를 가진)이다. 얼굴에 흉터를 갖고 있어 늘 고개도 들지 못하고 살지만, 어린 시절 현우가 잡아준 따뜻한 손을 기억해 결국 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했던 여자의 사랑 이야기. 따라서, 이 작품은 한 배우가 아버지를 뛰어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닌, 슬픈 상처를 가진 한 여자의 지독한 사랑 이야기일지 모른다.

 

 

미스터리 장르의 정통 규칙에

80년부터 2000년대를 잇는 옷의 서사를 입히다.

 

백지영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소설 구상의 계기가 된 경험을 들려준다. 중학교 때 당시는 물론 지금도 한국 에로 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영화를 만든 감독을 아빠로 둔 학생이 있었다. 어느 날 그 감독이 학부형 자격으로 일일교사로 초빙됐다. 유명 감독을 코앞에서 본다는 설렘과 기대가 있었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중학교에 에로 영화 감독이라니.

그때의 일일 강의는 백지영 작가에게 그 시대의 모순적 상황을 상징하는 장면처럼 각인되어 있었다 한다. 하지만, 작가에게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체험이라도, 그런 상황에 반감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부조리하고 모순된 아버지의 시대에 반감을 가진 소년.

백지영 작가는 요즘의 세대간의 불신을 보며 이 작품을 구상하였다. 아버지의 세대를 부정하고 뛰어넘으려 하지만, 현 세대가 전 세대와 무관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쓰였다.

의·식·주 중에서, 옷은 다른 것과는 다른 특성이 있다. 배부르면 음식은 더 이상 먹지 않고, 집도 여러 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드물지만, 옷은 있어도 또 갖고 싶어하고 딱히 필요 없어도 동경한다. 따라서 인간의 욕망이라는 감정을 무엇보다도 잘 드러내는 것이 바로 옷이다.

 

줄거리

 

배우 정현우는 권력자들이 얽힌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를 통해 해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는다. 하지만 수상 축하파티에서 그는 갑자기 사라졌고, 얼굴에 심한 상처를 입고 나타난다. 의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얼굴에 흉터가 생기고 만다.

얼굴에 흉터가 생긴 후 그의 인생은 달라진다. 어렵게 캐스팅된 영화는 번번이 실패하고 연기력까지 의심을 받는 처지가 된다. 그의 후원자인 디자이너 줄리아와 재력가인 그의 아내 신애가 그의 재기를 위해 노력하지만, 그의 추락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다큐멘터리 감독에게서 그와 그의 아버지를 다룬 프로를 만들고 싶다는 연락이 온다. 영화감독이었던 그의 아버지 정인호는 데뷔작이 인정받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에로물을 주로 찍었으며, 감독으로의 삶보다는 여자들을 배우 시켜준다며 꾀어 데리고 다니는 한량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

그런 아버지에 관해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는 감독의 말이 현우는 내키지 않았지만, 아내 윤신애는 다큐멘터리가 그를 재기시킬지도 모른다는 꿈에 부푼다. 다시 그의 인생에 끼어든 아버지. 하지만 아버지의 영화 인생은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윤색되고 현우는 그런 상황이 혼란스럽다.

건달처럼 살아가던 아버지는 어느 날부터 방에 들어앉아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이후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며 돈을 끌어들이던 아버지는 엄마의 친정에까지 손을 벌리고 친정과 의절을 하고 살던 엄마는 분노했다. 엄마의 분노에 아버지는 일생일대의 걸작을 만들기 전까지는 돌아오지 않겠다며 집을 나갔다. 하지만 그렇게 나간 아버지는 주검이 돼 돌아오고 집에는 아버지가 영화를 만든다며 진 빚 때문에 빚쟁이들이 들이닥쳐 모든 걸 가져갔다.

현우가 사랑하는 엄마는 옷을 만드는 사람으로 재봉틀에 앉아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집안에 들이닥친 빚쟁이들은 엄마의 재봉틀까지 가져가고 재봉틀을 빼앗긴 엄마는 결국 집을 나갔다. 이후 고아가 된 현우는 가난과 수치만을 물려준 아버지를 원망하며 떠돌다가 지방의 한 술집에서 심부름을 하던 중 우연히 알 파치노의 영화를 보고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자신은 아버지와는 다른 영화인 즉 정말 좋은 작품을 남기는 배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현우가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그 영화를 찍은 것도 아버지와 다른 삶을 살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늘 그가 하고 싶어하는 일은 적극적으로 도와주던 후원자 줄리아는 그 영화를 찍는 것을 반대했다. 줄리아가 반대한다는 사실에 오히려 아내 신애는 자신이 자본을 끌어들여 적극적으로 영화를 완성하고 결국 현우에게 남우주연상이라는 쾌거를 안겼다. 하지만 그 영화로 인해 결국 상처를 입고 현우는 그렇게 경멸하던 아버지를 끌어들여 재기를 노리는 처지가 되었다.

드디어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현우는 뜻밖에도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소재가 된 사건에 아버지가 개입돼 있음을 알게 된다. 아버지와는 다른 진정한 영화인이 되겠다고 생각했던 현우는 깨닫는다. 좋은 작품으로 아버지를 뛰어넘을 것이라 생각한 건 오만이었음을.

(작품의 말미에서, 현우의 얼굴에 상처를 입히고 그 상처를 실과 바늘로 꿰매 흉터를 남긴 이가 누구인지 밝혀진다. 또 현우의 영화 출연을 반대했던 후원자 줄리아의 과거 행적도. 또, 아버지 자신이 만들려 했던 영화가 실제 아버지의 일이었음도.)

     

추천의 글

 

간결하고 정감 있는 문체로 일상의 사건들을 맛깔나게 그려내던 백지영의 새 소설을 기대하며 읽어보았다. 이 작품은 인간에게 옷이란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한 영화배우의 가족사와 1980년대 정치적 상황을 결합해 스릴러적 형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과정에 실제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교묘하게 섞이면서 1980년대를 넘어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에 육박하는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 작품은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와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에 바탕을 두고 서사가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요즘 젊은 독자들과도 잘 맞는 감각적인 소설이다.

?김승구(세종대 교수)

 

작가가 된 후, 정갈한 단편을 발표해 오던 그녀가 두 번째 장편을 내놓습니다. 저자의 아름다운 심성이 장편의 서사 안에 어떻게 교직되어 있을까. 문장을 너머 그 뒤를 흐르고 있는 저자의 가슴에 귀를 기울여 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한수산(소설가)

 

저자 소개

백 지 영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세종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곰탕」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수혜했으며, 세종대에서 문학과 영화 등을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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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구들 위에서 나고, 산담 두른 작지왓(작은 돌이 깔려 있는 밭)에 묻힌다.”

예로부터 전해지는 이 말 속에는 ‘돌에서 왔다가 돌로 돌아가는 사람들’이라는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가 나타나 있다. 제주 사람들이 평생 돌과 함께 거칠고 팍팍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많은 부분이 달라지고 변하였지만, 제주 선조들이 사는 집은 돌로 시작해서 돌로 마무리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타리, 올레, 울담, 산담, 밭담, 심지어 바닷가에 고기를 잡기 위해 둘러놓은 원담까지 모두 돌로 이루어졌다. 각종 살림 도구 역시 돌을 이용하여 의식주를 해결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돌로 마을의 허한 기운을 채워주는 방사탑을 쌓기도 하고, 죽은 자들의 넋을 지켜주는 동자석을 빚기도 했다.

임철우의 소설 『돌담에 속삭이는』에 이런 구절이 있다.

“돌담에 영혼이 깃들어 있어, 제주 섬에 가면 부디 돌멩이 한 개라도 무심히 밟고 지나지 말라. 돌담의 돌멩이 한 개라도 무심히 빼내어 허물지 말라.”

제주의 돌은 제주인들의 한숨과 눈물의 상징이며, 세월의 무게를 함께 견디어 온 증거임을 전해 주는 말이다.

- 《제주, 당신을 만나다》(15-17쪽)(홍죽희 여연 지음, 김일영 사진, 알렙 펴냄)










제주, 당신을 만나다

저자 홍죽희, 여연

출판 알렙

발매 2020.10.05.

네이버 책에서 보기 : https://bit.ly/3lU9co9

예스24 : https://bit.ly/3dsqLIN

교보문고 : https://bit.ly/318AxdY

알라딘 : https://bit.ly/2T2te33

인터파크 : https://bit.ly/3k1uW0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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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죽희, 여연 지음 / 김일영 사진 / 알렙 펴냄



동갑내기 두 여인이 제주의 신을 찾아 순례길에 오릅니다. 한라산 기슭에서, 마을마다 있는 신당에서, 그리고 제주의 돌과 나무와 바다에서 ‘제주의 신들’과 만납니다. 두 벗은 함께 걸으면서 ‘심방’이 되어 갑니다. 신당을 찾는 순례길 그 자체가 한판 ‘굿’입니다. 『제주, 당신을 만나다』는 걸으면서 심방이 되어가는 두 벗이 한라산과 제주 바다에서 만난 신의 이야기를 다시 인간에게 들려주는 ‘영게울림’입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소미’들의 ‘연물 장단’이 들리고, 푸른 대나무에 장식한 ‘기메’처럼 사진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두 여인의 ‘영게울림’을 들으면서 우리 자신도 제주의 마을이 되고, 삶의 역사가 되고, 마침내 하로산또가 되어갑니다.

―박성인, 가장자리 농원지기



■ 출판사 서평


하로산또와 미륵신이 들려주는 제주 신화 테마 기행

제주의 한라산 자락에는 하로산또가, 바닷길에는 미륵신이 좌정하고 있다. 한라산의 하로산또는 한라산에서 솟아나 바람신으로 사냥신으로, 산신백관 풍수신으로 시대 흐름에 따라 혹은 지역에 따라 모습을 달리 하였다. 그리고 미륵신은 먼 바다 물길을 따라 제주섬으로 넘어와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어루만져 주며 바닷가 해안길에 좌정하였다.

따라서 바닷가 마을에 좌정하고 있는 ‘미륵신’ 이야기와 한라산에서 솟아난 ‘하로산또’ 이야기를 아우르면 제주 신화의 전 면모를 살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50대 두 벗이 자신의 삶을 본풀이하듯 풀어놓은 읽기 쉬운 에세이기도 하다. 여행객들에게는 신당을 통해 제주의 또 다른 참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길라잡이이며 제주 신화를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유용한 연구 자료가 될 수 있다.

저자들은 한라산 기슭에서, 마을마다 있는 신당에서, 그리고 제주의 돌과 나무와 바다에서 ‘제주의 신들’과 만났다. 두 벗은 함께 걸으면서 ‘심방’이 되어갔다. 신당을 찾는 순례길 그 자체가 한판 ‘굿’이다. 『제주, 당신을 만나다』는 걸으면서 심방이 되어가는 두 벗이 한라산과 제주 바다에서 만난 신의 이야기를 다시 인간에게 들려주는 ‘영게울림’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소미’들의 ‘연물 장단’이 들리고, 푸른 대나무에 장식한 ‘기메’처럼 사진이 펼쳐진다. 그리고 두 여인의 ‘영게울림’을 들으면서 우리 자신도 제주의 마을이 되고, 삶의 역사가 되고, 마침내 하로산또가 되어간다.

제주신화연구소에서 제주 신화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두고 오랫동안 신당 답사를 해온 저자들의 소박한 바람은, 제주 곳곳에 남아 있는 신들의 성소인 신당을 보존하는 데 보탬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고, 앞으로도 당신화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더욱 필요하다.

이 글은 선인들의 삶의 이야기이기도 한 제주 신화와 문화유산인 신당이 잘 제대로 보존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어나간 발걸음의 기록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주 신화 테마길을 열었다. 그리하여 제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한 번쯤은 성숲을 걸으며 앞서 걸어간 선인들의 삶을 생각해 보길 바라는 소박한 염원을 담았다.

동갑내기 저자인 여연과 홍죽희는 국어 교사로, 영어 교사로 재직한 경험에다 제주의 역사와 문화, 신화에 관한 관심에 있어서 닮은 점이 많다. 여연의 이전 책은 각각 출판산업진흥도서(『제주의 파랑새』, 2016)와 세종도서(『신화와 함께하는 당올레 기행』, 2017)에 선정된 바 있다.

사진 작가 김일영 역시 제주도 중산간 마을과 신당을 찾고 기록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제주의 성숲 당올레』(2020)를 펴내고, 사진전시회를 열기도 하였다.

신당을 찾는 순례길, 제주 바다와 산에서 만난,

당堂과 신神들의 소소한 이야기

이 책은, 바닷가 미륵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기록한 홍죽희의 글(1부)과 한라산에서 솟아난 신 하로산또를 기록한 여연의 글(2부), 그리고 그 여정을 함께한 김일영의 사진으로 구성돼 있다.

1부는 주로 바닷가 마을에 좌정하고 있는 미륵신 이야기이다. 바다에서 건져올린 미륵돌을 모시고 나서 부자가 되었다는 윤동지영감당 이야기, 잠수(해녀)와 어부들의 생사를 넘나드는 바다의 삶을 어떻게 미륵신앙으로 극복했는지 생각해 보는 신촌 일뤠당과 함덕 서물당, 토속적이고 해학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화천사 오석불 이야기가 뒤를 잇는다. 한라산 자락으로 가서 산신미륵을 만나고 나서, 한라산에서 산신이 내려와 거대한 암반을 신체로 삼은 하가리 큰신머들 새당도 둘러보았다.

2부는 한라산에서 솟아난 신 하로산또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산신이 좌정하고 있는 신당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사냥의 습성을 버리지 못해 부인으로부터 쫓겨나는 소천국 이야기와 강풍이 휘몰아치고 폭우가 쏟아질 때마다 신의 노여움을 떠올리게 하는 광양당신 이야기를 앞에 두었다.

그리고 아버지 소천국과는 달리 사냥신이면서도 또한 문장도 뛰어나고 늠름한 기상으로 마을을 지켜주는 하로산또 형제 이야기와 바람신이면서 바람을 제대로 피운 바람웃도에 대한 이야기가 뒤를 잇는다. 요즘 말로 거의 천재에 해당하는 재능을 보여주면서 도교의 신선을 떠올리게 하는 산신백관 하로산또들을 만나보고, 바다와 강남천자국을 평정한 영웅신 궤네기또 이야기도 음미해 보는 기회를 가졌다. 마지막으로 도두봉 허리에 자리잡은 오름허릿당의 존재감 없는 하로산또를 되살리고 나서 꼭대기에 올라 탁 트인 제주의 바다를 조망하였다.

이 글은 딱딱하고 거창한 학자의 담론이 아니다. 또한 무게 있는 신들의 이야기만도 아니다. 신들의 이야기를 씨실 삼고, 앞서 제주 땅에 뿌리 내렸던 선인들의 이야기와 그 삶을 이어받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날실 삼아 스토리텔링을 시도해 보았다. 여기에 제주의 산과 들을 그야말로 귀신에 씐 듯 훑고 다니며 건져 올린 사진 작품들을 배경 무늬로 깔았다.

제주에서는 ‘신화’를 ‘본풀이’라고 한다. ‘본풀이’는 신의 본(本)을 풀어낸다는 의미의 제주 말이다. 제주 신화의 ‘본풀이’는 심방들이 굿을 통해 풀어내는 신들의 이야기여서, 이 구술된 자료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들다. 저자들이 들려주는 신들의 이야기는 신당 답사라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일반인들이 공감하기 쉽게 풀어진데다, 자연스럽게 저자들의 개인사가 곁들여지게 되어 누구나 쉽게 이들의 이야기 산책에 동행할 수 있다. 발이 편한 신발, 물병 하나, 곧 사라질지 모르는 신당을 기록할 휴대폰 카메라만 있으면 말이다.

제주, 당신을 만나다

저자 홍죽희, 여연

출판 알렙

발매 2020.10.05.

네이버 책에서 보기 : https://bit.ly/3lU9co9

예스24 : https://bit.ly/3dsqLIN

교보문고 : https://bit.ly/318AxdY

알라딘 : https://bit.ly/2T2te33

인터파크 : https://bit.ly/3k1uW0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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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알렙 씨입니다.
오늘은 몇 회에 걸쳐 <어셈블리관련 해외 자료를 공유할까 합니다이 자료들은, assembly가 2017년에 출판된 이후마이클 하트와 안토니오 네그리가 공동으로 혹은 각각 진행했던 각종 글과 영상들입니다.
 
먼저, <어셈블리>(2017, 한국판 2020) 출간 이후 마이클 하트가 MFU(media for us)와 나눈 인터뷰입니다.
 
Michael Hardt on Leaderless Movements and Organizing The Multitude,
 
https://mediaforus.org/interviews/har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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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셈블리』, 어떤 책인가?

오늘날 가장 창의적인 (좌파) 사상가들인 마이클 하트와 안토니오 네그리의 『어셈블리』(2017)는 2000년부터 3-5년 주기로 출간된 『제국』(2000[한국어판 2001]), 『다중』(2004[2008]), 『공통체』(2009[2014])의 작업을 반복·계승하면서도 그것을 새로운 현실에 맞게 진화시킨다. ‘아랍의 봄’과 ‘월가 점거’라는 급박한 정세에 맞게 소책자로 발표한 『선언』(2012[2012])을 포함하는 5부작 혹은 4+1부의 전체(하지만 완료되지 않는) 저작은 공통의 기획에서 발간되어 왔다.

『어셈블리』는 영미권(assembly), 독일어(assembly), 스페인어(Asamblea), 이탈리아어(Assemblea) 등으로 번역되고, 미국/프랑스/독일/스페인/이탈리아/중국/일본/캐나다 등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출간되었다.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20여 종이 넘는 그들의 이전 저서들이 출판되어 있다. 독일어로 번역된 『assembly』에는 “새로운 민주주의 질서”라는 부제가 달려 있으며, 이탈리아어로 번역된 『assemblea』에 달린 설명은 “현재와 미래의 풀뿌리운동을 위한 정치 및 경제 조직에 대한 기본 가이드”이다.

이 저작들에 대해서 ‘아래로부터 본 제국의 역사’, ‘21세기 절대민주주의의 구성 기획’, ‘탈근대 코뮤니스트 선언’ 같은 이름을 부여할 수도 있는데, 이는 5편의 저작 모두 근대의 별종들인 마키아벨리, 스피노자, 마르크스의 유물론과 그 개념들을 밑바탕으로 공유하기 때문이다.(옮긴이 해제 참조) 4+1부작은 각각 독립된 주제를 다루지만, 자세히 보면 바로 이전 저작에서 제기한 문제를 새로운 정세 속에서 반복, 변형, 추가시킴을 알 수 있다.

이 공통주의(commonism)의 옹호자들은 이 책에서 다시 한번 사회 발전에 있어서 가장 문제적인 지점들에 대한 비판적 분석을 제공한다. 중심 이슈는, 그토록 많은 이들의 요구와 욕망을 표현하는 사회운동들이 어째서 새롭고 진정으로 민주적이며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실패해 왔는가이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많은 명제와 개념들이 그렇듯이, 문제제기의 노선 자체가 이미 논쟁적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우리는 리더십과 제도의 문제를 대면해야 하며, 과감히 다중의 기업가 정신(the entrepreneurship of the multitude)을 상상하고, 낡은 말들을 전유해서 그 의미를 역전시켜야 한다.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 네그리와 하트는 <한국어판 서문>을 추가하여 써주었다.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이해와 함께 그에 맞는 조언도 부가하였다. 다음은 책에 수록된 <한국어판 서문>이다.



안토니오 네그리, 마이클 하트

한국어판 저자 서문

미완의 사업

『어셈블리』는 2011년에 모습을 드러낸 새로운 투쟁들의 순환에서 영감을 받았다. 주자들이 전속력으로 달리고는 기진맥진하며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기는 올림픽 육상 계주처럼, 투쟁들은 전 지구를 가로질러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이어졌다. 권위주의 체제에 맞서 싸운 튀니지와 이집트의 투쟁들에서 시작해, 북아프리카와 중동, 스페인, 그리스로, 그리고 미국의 월가 점거로 뻗어나갔다. 그에 뒤이은 시기에는 투쟁들이 전 세계의 여러 나라들, 브라질, 터키, 홍콩 등으로,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블랙라이브스매터로 출현했다. 2016-2017년 박근혜 정부에 맞서 일어난 한국의 촛불투쟁 역시 이 순환에 중요하면서도 강력한 기여를 했다. 그리고 순환은 지금도 계속된다.

물론 이 투쟁들 각각은 독특하며, 국지적이거나 일국적인 상황과 연관된 특수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적어도 두 가지 결정적인 속성을 공유한다. 첫째, 이 투쟁들은 모두 (공공연하든 암묵적이든) 우리가 새로운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시위로는 충분하지 않다. 트럼프의 미국, 에르도안의 터키, 푸틴의 러시아, 보우소나루의 브라질 등과 같은 반동적인 정부와 마주할 때, 물론 저항이 본질적이고 필수적이지만, 또한 우리는 해방으로 향하는 대안적인 길을 기획하고 창출해야 한다. 이 대안의 한쪽 면에 민주주의에의 요구가 있다.

우리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다고 오랫동안 얘기 들었지만, 그것이 진실이 아님을 아주 잘 알고 있다. 2011년 스페인의 인디그나도스들은 “진짜 민주주의는 이제부터!”라고 요구함으로써 이러한 거짓을 돌파하고자 했다. 그들의 슬로건은 적어도 현재 우리의 민주주의가 진짜가 아님을 지시한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이것은 과거의 어떤 민주주의를 되찾는 문제가 아니며, 대신 우리는 오늘날의 시대에 맞는 민주주의 사회를 발명해야 한다. 사실 우리의 기존의 정치적 어휘들인 민주주의, 자유, 평등과 같은 개념들 대부분이 부패했기 때문에, 새로운 개념들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지난 세기의 사회적 투쟁들은 이러한 방향에서 커다란 진전을 이루었다. 새로운 민주주의를 요구한 것만으로도, 그것이 무엇이 될지 우리가 아직 정확하게 표명할 수 없을 때조차, 이미 위대한 한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이 운동들이 전 지구에 걸쳐 공유하는 두 번째 결정적인 속성은 그것들 모두가 다중의 투쟁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다중의 투쟁은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와 강하게 중첩되어 있다. 이 운동들은 중앙집중화된 리더십을 가지지 않으며, 그 안에는 다양한 요구를 제기하는 광범위한 사회적 주체들이 포함되어 있다. 추상적인 언어로 말하자면, 이 운동들은 오늘날 유일한 정치적 지평은 다양성이라고 선언한다. 실천적인 의미에서 운동들은 새로운 민주주의 형태들을 실험함으로써 조직화를 시도한다. 그리고 모두가 모이는 총회總會, general assembly야말로 이 새로운 민주주의 형태들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이다.

하지만 운동들의 다양성은 보다 심오한 사회적 분석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계급투쟁 개념이 다양성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어떻게 새로이 해석되어야 하는지를 이해한다면, 우리는 운동들의 다양성을 계급투쟁의 재발명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계급은 획일화된 통일체로 이해되어서는 안 되며, 어떤 이상적인 노동자 유형으로 대표되어서도 안 된다. 대신 노동계급은 공장 노동자, 무급 가사노동자, 불안정 노동자, 그리고 불법적인 노동 착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이르는 엄청나게 다양한 노동의 형상들로 채워져야 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동계급 투쟁과 반자본주의 투쟁은 페미니즘, 반인종차별, 탈식민주의, 퀴어, 장애인 차별 반대 등 다른 지배의 축에 맞서는 투쟁과 같은 기반 위에서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다중의 개념과 실천은 미국의 흑인 페미니즘의 이론적 실천에서 연원하는 교차성 분석 및 실천과 밀접하게 연결되며, 실제로 그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런 식으로 다양성의 정치를 구축하고 실행하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지만, 바로 그것이 지난 세기들의 사회운동들, 다중의 투쟁들이 시도하고자 했던 것이다.

『어셈블리』에서 우리는 운동들의 정치적 발전과 민주적 협치 구조를 향한 잠재력을 분석하고, 이에 더해 경제적·사회적 조건들이 민주주의적 미래의 씨앗을 배태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가령 분석 중 일부는 오늘날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공통적인 것의 확장을 탐구하고, 그래서 그것이 사적 소유의 지배(그리고 모든 것을 사유화하려는 신자유주의적 광기)를 무너뜨리고 전복시킬 잠재력을 갖는 방식에 대한 탐구를 포함한다. 이러한 분석에서 한 가지 중요한 목적은 민주적 의사결정을 진정으로 해낼 수 있는 사회적 주체들이 오늘날 출현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사회적으로 가장 중요한 의제를 함께 결정할 수 있는 사회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있다. 물론 우리의 분석의 다른 목적에는 그러한 민주적 해방 과정의 길에 놓여 있는 모든 장애물들을 인식하는 것도 있다. 이를 위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자유주의의 구조들과 오늘날의 자본주의적 지배, 특히 자본이 다양한 추출 형태 및 금융 메커니즘을 통해 사회를 통제하고 착취하는 방식을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본이 형태를 바꿀수록 우리의 반자본주의 투쟁 또한 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세기에 일었던 다양한 다중의 투쟁들을 존중하지만, 다양성 자체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도 인식한다. 이것은 우리가 전통적인 정치적 형태인 통일성이나 중앙집중화로 회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들이 조직화되어 효과적이면서 오래 지속되는 정치 세력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때로 이것은 연대, 연합, 수렴의 형태를 취한다. 가령 반자본주의 투쟁들은 페미니즘 투쟁들 및 반인종주의 투쟁들과의 공감sympathy을 표현해야 할 뿐만 아니라, 또한 그들의 목적이 실제로 수렴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즉 가부장제나 백인 우월주의 그리고 다른 지배의 축들 또한 공격하지 않는다면 자본은 결코 도전받지 않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지배 형태들은 실제로 서로 맞물려 있고, 서로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된 다중들은 현재 우리의 다양한 정치적 욕망을 고려하여 대항권력이나 이중권력과 같은 공산주의 전통에서 쓰던 핵심 개념들 중 몇 가지를 재발명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해방으로의 길이 경유해야만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조직화 과정이다.

근래에 있었던 다중의 투쟁들에 공감한 목격자들, 그리고 심지어 투쟁에 참여한 사람들조차 투쟁의 결과를 두고는 낙담하곤 한다. 운동들이 많은 경우에서 극劇적인 정치적 변화(심지어 독재자 타도와 같은)를 만들어냈지만, 그것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고, 몇 년 뒤에는 다시 억압 장치가 돌아와 있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을 실패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무엇보다도 실패라기보다 차라리 패배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진단이다. 그러한 투쟁들 모두와 맞서는 억압 세력들이 경찰 폭력, 비밀정보 작전, 정치적 탄압 등을 가하면서 반대편 극단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러한 극적인 역사적 과정의 끝이 아니라 중간 지점에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중의 투쟁들은 좌절되고, 한동안 지연될지언정 중단되지 않을 과정과 욕망을 가동시키고,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운동들은 미완의 사업unfinished business이며, 머지않아 세계 전역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시작했던 것을 완성하려고 거리에 설 것이다. 우리는 한국의 활동가들이 이 과정에 앞장서길 진심으로 바란다!

2020년

마이클 하트, 안토니오 네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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