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략 소개
  
제주에서 나고, 제주에서 자라고, 제주에서 배우고, 제주에게 배운 것이 삶의 전부인 사람, 그것을 오롯이 제주에 돌려주는 게 평생의 업인 사람, 제주신화연구소 문무병 소장이다. 그는 제주의 속살을 알려면 제주의 신화를 알아야 하는데, 제주 신화의 심오한 세계에 들어가는 올레의 첫 길이 제주 무속에 대한 이해라고 한다.
신화는 과거에 전해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에도 만들어지고 있고, 미래에도 만들어질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다. 신화의 향기에 제대로 취하기 위해서는 무속 신앙(큰굿, 본풀이)과의 연계점을 찾으면 더욱 수월하다. 이 책은 제주 신화 이야기가 깃든 현장 곳곳을 찾아다니며, 제주 신화 이야기의 원형과 구연 양상을 샅샅이 탐색해 온 책이다. 무속의 현장에서 방금 잡은 물고기처럼 팔팔하게 살아 숨 쉬는 제주 신화와 그 신화를 둘러싼 담론을 담은 책이다.


■ 출판사 서평


제주의 뿌리, 제주 신화,
스토리텔링으로 풀고 담론으로 읽다!    

제주 민속과 신화의 산증인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 문무병 소장은 지난 40여 년간 제주의 민속과 신화를 연구해 온 학자이다. 특히 제주의 큰굿 자료를 중심으로 제주 지역 곳곳의 신당과 본풀이, 그리고 무속 신앙 의례를 빠짐없이 정리하고 분석하였다. 이러한 그의 학문적 배경은 제주 신화를 더 깊게 이해하는 바탕이 되었다. 제주의 신화는 제주의 무속신앙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에 구송으로 전해지던 신화는 시간이 지나 더 이상 이야기되지 않으면 흔적도 없이 바람 속에 사라진다. 기껏해야 지명이나 명소의 이름의 뒷이야기 정도로나 남을 뿐이다. 하지만 구연이 아니라 채록이 되면 위대한 기록 문화로 재탄생하게 된다. 제주 신화는 변방이라는 지역적 특수성 탓에 오랫동안 채록마저 되지 않았다. 그동안은 문무병 소장을 비롯한 소수의 지역 학자들에 의해 기록·정리하는 작업이 우선이었다면, 이제 해석·의미화를 거쳐 담론화로 나아갈 차례가 되었다.
문무병 소장이 새로 쓰는 제주 신화 스토리텔링은, 제주의 뿌리이자 정신인 신화를 신본풀이를 중심으로 풀고 담론으로 읽어내는 기획이다. 제주 신화는 심방(무속인)의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는 내용이자, 당굿이나 조상굿을 할 때에 구연된다. 이 신화는 그저 텍스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구복·축원·주술·치료의 의미가 함께하는, 다시 말해 제주인의 삶과 밀접하게 함께해온 종교이자 문화이자 풍속이었다.
 
 
 

무속 현장에서 길어 올린 살아 있는 제주 신화
 
문무병 소장이 전하는 제주 신화 이야기는, 무속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살아 있는 제주 신화다. 그것은 과거가 아닌 현재 살아 숨 쉬는 이야기이고, 미래에 더 풍성해질 이야기다. 따라서 문무병 소장은 지금이야말로 제주 신화에 대한 거대한 서사를 시작할 때라고 말한다. 신화라는 서사가 가진 다양하고 거대한 힘과, 제주 사람들이 상상하고 꿈꾸던 세계, 그 신화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을 발루는(닦는) 길이 신화 공동체를 완성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제주 신화를 제주의 무속·본풀이와의 연계점에서 정리하고 체계화하는 것은 몇 가지 특장점을 가진다. 우선, 신화의 세계는 신의 길을 닦는 과정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인간과 신 사이에 다리를 놓고, 신이 사는 하늘로 올라가는 신줄을 타고, 신화 본풀이(내력)를 노래하여 신을 살려내는 일, 그리하여 결국 문제를 풀어 다리를 건너는 것이 신화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것은 심방의 굿(주로 큰굿)의 순서에서 제의절차로 재현된다. 따라서 그 제의 절차(형식)의 특성을 알지 못하고서는, 신의 내력(신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힘들다. 이 두 권의 책은 이처럼 제주 신화가 이야기되는 환경과 조건에서 제주 신화의 특성을 찾아나서고 있다.
둘째, 심방들의 구연에서 그 현재성을 찾을 수 있다. 큰심방들은 세습무와 같이 대대로 학습 및 유전되어 오는데, 그들의 굿에서의 역할은 그저 전통을 이어가는 데만 있지 않다. 심방들에 의해 구연되는 신화 속 인물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제주인이 될 수도 있고(갑자기 미스 춘향이 등장한다), 미래의 제주인으로 상상될 수도 있다. 따라서 그동안 제주 신화들을 다룬 텍스트가 소설이나 동화처럼 스토리라인 중심으로 정리돼 왔다면, 문무병의 제주 신화 이야기는 본풀이 중심으로 정리해 온 점에서 이와 같은 현대적 맥락을 갖는다. 본풀이 하는 심방(과거)이 굿에 참관하는 사람(현재)과 끊임없이 주고받는 대화에서, 제주인이 상상하는 신화의 세계(미래)가 펼쳐지는 것이다. 그 미래란 이상세계일 수도, 현실의 구복이나 축원에 불과할 수도 있다.
셋째, 신화의 내용은 원형을 유지하면서도 끊임없이 가지를 뻗고 꽃을 가꾸어 더욱 풍성해질 수 있다. 심방들이 구연하는 굿의 사설은 텍스트화되어 있지 않았기에, 심방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더욱 풍성해진 내용들이 담겨지게 되었다. 임진왜란의 내용이 불쑥 들어가는가 하면, 중국 사서나 한국의 옛 기록들에 등장하는 고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 내용들은 심방들이 덧붙인 것들이다. 이러한 특징은 구전의 방식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데, 만일 이러한 방식적인 특성을 빼고 제주 신화를 이야기한다면, 다소 앙상해질 것이다.
 
 

무속 본풀이에 제주인의 상상이 더해진 신화 담론집
 
이번에 함께 출간되는 문무병 소장의 설문대할망 손가락두 하늘 이야기는 제주인의 정신적 뿌리인 신화 이야기에, 제주인의 등줄기라는 무속의 본풀이, 여기에 제주인의 상상을 더해 만들어진 신화 담론집이다. 무엇보다 저자는 이번 두 책에서 신화는 현재에도 끊임없이 더해지고 재구성되고 있다는 관점에 따라, 스토리텔링 방식을 새롭게 신화를 제시해 보려 하였다.
20세기 이후 신화 연구의 큰 특징은 민족학의 비중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신화 연구는 고전 학자의 손에서 원전 텍스트 해석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류학자로부터 실증적으로 조사되고 자료로 정리되어 그로부터 도출된 결론을 통해 이루어진다. “신화는 모든 문화의 요소이며, 끊임없이 신생한다.”(말리노브스키)는 말처럼, 신화는 텍스트가 아니라 삶의 곳곳에 있다. 문무병 소장이 민속학에서 출발하여 신화에 이른 방식이 의미 있게 작용할 터이다.



제주 신화 연구가이자 민속학자 문무병이
새로 쓰는 제주 신화 스토리텔링 


2권 <두 하늘 이야기>


<두 하늘 이야기>는 세상을 살았던 두 종류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평생을 신을 위해 살았던 심방이 죽어서 가는 저승과 사람으로 태어나 살다가 죽으면 저승차사가 데려가는 저승이 다르다는 것이다. 두 저승. 심방의 저승 ‘삼시왕’ 삼천천제석궁과 인간의 저승 ‘열시왕’ 이야기이다.


신화의 세계를 신길을 닦는 과정으로 본다면, 태초에 세상이 창조되던 왁왁한 어둠을 헤치는 창세의 다리인 천지왕다리를 놓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천지왕이 길을 트면, 삼시왕 무조 젯부기 삼형제가 삼천천제석궁 깊은 궁에 갇힌 어머니를 구하고, 어주에삼녹거리에 신전집을 지어 어머니 자주명왕 아기씨를 모셔와 악기의 신 너사무너 도령이 어머니를 모시고 연물을 치며 굿법을 열었던 ‘초공 신길’인 초공다리를 놓고, 서천꽃밭의 생명꽃, 번성꽃, 환생꽃을 따다가 병든 자를 고치고 죽은 자를 살리는 ‘이공 꽃길’인 이공다리를 놓고, 삼공 가믄장아기가 아버지 강이영성과 어머니 홍은소천을 찾으려고 100일 봉사 잔치를 하여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던 ‘삼공 전상길’인 전상다리를 놓고, 차례로 신의 세계를 열어가 불도땅에서 아기들을 키워주는 삼싱할망다리, 칠원성군다리, 구할망다리, 심방집 당주다리, 사가집 시왕다리, 요왕다리, 곱은멩두다리 등 모든 신길을 다 닦고 다리를 놓는다. 이것이 신화 본풀이를 노래하여 신을 살려내는 일, ‘신나락 만나락 하는(신명나는) 일’, 신화의 세계, 신화 공동체를 완성하는 길이다. 그리하여 문제를 풀어 다리를 건너는 것이 신화의 세계를 완성하는 것이다.



■ 저자 소개


문무병
1993년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국어 교사와 제주교육박물관 연구사 등으로 재직했다. 부산대학교 예술대학에서 15년간 민속학 강의를 했다. 제주 4·3연구소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제주신화연구소 소장,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이사장, 민족미학연구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속신화(1999), 제주도 큰굿 자료집(2001), 제주의 민속극(2003), 바람의 축제, 칠머리당 영등굿(2004), 제주도 본향당 신앙 과 본풀이(2008), 신화와 함께하는 제주 당올레(공저, 201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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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신당은 마을 수호신인 토주관(土主官)을 모시고 있으며 설촌(設村)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본향당을 중심으로, 아이를 낳고 건강하게 기르도록 돌봐주는 일뤠당, 처녀의 순결을 지켜주는 여드렛당, 사냥하던 사람들이 다니던 신산당, 해녀와 어부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고 바다밭을 지켜주는 돈짓당(갯당)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미 넘치는 각양각색의 신들은 우리가 몰랐던 제주 사람들의 예민한 종교적 감수성을 보여준다 할 수 있다. 이는 오랜 세월 생존을 위해 척박한 환경에 맞서오면서 필사적으로 기댈 곳을 찾았던, 그래서 "나무 하나 돌 하나에서도 신성(神聖)을 느끼고 숭배하며 힘과 위안을 얻고자 했던" 제주민들의 간절함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 연합뉴스 기사 중에서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10/17/0200000000AKR20171017001600005.HTML?input=11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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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8천 신들의 고향
제주에서
신을 만나러 가는 길



신들의 이야기를 품은 길, 제주 당올레
신화와 풍속과 정신이 어우러진 길을 따라 걷다!

<신화와 함께하는 제주 당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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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신당에 가보면 고산의 차귀당이나 신산리 본향 범성굴왓 할망당처럼 어엿한 당집이 지어진 경우들도 있었고, 와산의 베락당처럼 만년폭낭이라고 하는 오랜 세월을 품고 있는 팽나무가 있는 신당들도 있었으며, 애월의 황달궤당처럼 커다란 바위로 이루어진 신당도 있었다. 그러나 시선을 끄는 나무나 바위도 없이 그저 오며 가며 쉽게 들를 수 있는 곳에 위치한 소박한 신당도 많았다. 애월의 바구사니우영 돗당이나 온평리 돌갯동산 돌개할망당이 그 경우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소박한 신당에서 더 큰 감동을 느끼기도 했다. 기댈 만한 것이 하나도 없는 힘없는 민중이 나무 하나 돌 하나에도 신성(神聖)을 느끼고 숭배하면서 힘과 위안을 얻고자 했던 간절한 마음이 느껴져서이다.
- 《신화와 함께하는 제주 당올레》 중에서

▶ 《신화와 함께하는 제주 당올레》 자세히 보기 (강력 추천)

http://aladin.kr/p/eU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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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친구들이 있는데, 한번 기획안 들어보시겠어요?"
#신승철 #심기용 #정윤아 #철학공방 별난 #출간 #후기
- 《우리는 폴리아모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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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렙씨가 폴***리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가 작년 가을경이었습니다. 철학공방 별난의 신승철 선생님과 만나 이런저런 일들로 의논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신승철 선생님은 알렙에서 책 여러 권 그리고 여타 다른 출판사에서도 저서 여러 권을 내신 분입니다. 알렙에서 낸 책들은 주로 생태철학에 관한 것이었는데, 생태철학의 수요가 그리 많지 않은 탓인지, 매번 신 선생님의 책들은 그리 재미를 보지 못했었습니다.

다만, 올해 2월에 출판한 <구성주의와 자율성>이라는 책이 세종도서 학술부문에 선정되어, 드디어 2쇄를 찍게 되었습니다. 그에 힘입어, 다음 기획도 진행해 보려 하는데...... 두둥, 그것은 바로 펠릭스 가타리가 정식화한 분자혁명의 테제들에 관한 해설과 해석입니다. 제목은 가제로 <책략에서 앞서가라>라고 지어놓았습니다. 뭔가 Feel이 오지 않은가요.......

여기서의 이야기는 신승철 선생님이 아니라, 그와 같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심기용, 정윤아 연구원에 관한 것입니다. <철학공방 별난>이란 이름이 말하듯, "별난 친구들이 별난 기획을 갖고 있다"는 말에 솔깃했습니다.

게다가 그 개념도 낯선 "폴리아모리"라니, 그리고 윤리적/비윤리적 잣대로 이거냐 저거냐 옳고 그름을 내릴 수도 없는 영역이라니. 출판을 하는 데에 여러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만, 이 신풍속도가 젊은 층의 뜨거운 관심과 이해를 받고 있다는 점에 놀랐고, 어느 정도 소개의 가치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저자들이, 이런 풍속을 강요하거나, 오래된 관습을 거부하거나, 새로운 관념만이 옳다거나, 사랑에 관한 옛 개념을 폐기하라거나, 등의 주장을 거세게 하지 않은 것이 분명합니다.
또한, 이 저자들이, 사랑에 관한 아주 정식화되고 정초화된 개념을 갖고 있다고 내세우는 것도 아닙니다. 폴리아모리라는 언어 또한 이제 생긴 지 얼마 안 돼 본질상 이것이다라고 딱히 규정할 것이 많지 않습니다.

알렙씨는 저자들이 "폴리아모리적인 삶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폴리아모리로 살아가겠노라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길 바라는" 의도를 갖고 있음에 주목했습니다.
저자들의 말처럼 "어쩌면 앞으로 우리가 새롭게 마주치게 될 삶"일 수도, 아니면, "직접 들어본다면 생각 외로 아주 평범한, 이미 겪어본 이야기일 가능성이 농후한 이야기"
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알렙씨는 독자들에게 조금은 불편할지 모를 낯선 질문들, 낯선 문턱들로 가득 찬 이 책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알렙씨가 이에 동의 표를 보내는가와는 관계가 없듯이, 독자들도 동의/부동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대로의 모습을 가감 없이 접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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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략 소개

저자들은 스스로를 당당히 폴리아모리라 선언하고, 국내에서 비독점적 다자 연애라고 번역·소개되고 있는 폴리아모리에 관한 개념의 재정립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이 책은 폴리아모리에 관한 국내 첫 보고서이자 심층 탐구서이다. 인터뷰와 세미나, 강연 등을 통해 만난 수많은 한국 폴리아모리들의 실제 삶을 생생히 구성해 놓음은 물론, 인문/철학적 이론적 전거를 통해 이에 관한 다양한 논점을 부각시킨다.


■ 출판사 서평

우리는 연애라고 하면 당연히 단 한 사람과의 일대일 연애 구도를 떠올린다. 대중 매체가 전달하는 사랑과 연애는 모두 그러한 모노아모리monoamory의 구도이다. 하지만, “왜 한 사람만 사랑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다양하게 변형된다. “난 애인이 있는데, 왜 다른 사람에게 끌리는 걸까?” “다른 사람도 좋아지는데, 내가 나쁜 걸까?” 등의 죄의식 섞인 내면 갈등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폴리아모리polyamory의 개념은 이 질문들에 대한 유쾌한 답이 될 수 있다.

저자들에 따르면, 폴리아모리와 다자 연애는 엄밀히 다른 개념이다. 폴리아모리는 정확히 번역하자면 다자간 사랑에 가깝다. 다자 연애는 연애라는 명시화된 관계를 다수 둔다는 뜻이지만, 폴리아모리는 접속connection과 변용affection을 통해 부드러운 흐름을 생성할 때 발생하는 사랑의 능력을 지닌 모든 존재를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폴리아모리는 아주 자연적 상태이고, 윤리와 제도에 의해 형성된 모노아모리 문화야말로 자연적인 상태가 아니다.

존재가 존재와 접속하여 변용을 일으키는 것은 모든 존재의 자연적 능력이다. 접속하고 변용하는 현상은 특정 존재에게만 한정해서 발생하지 않고 우연한 마주침에 의해서 무의식적으로 발생한다. 변용을 통해 부드러운 흐름이 발생할 때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부드러운 흐름은 고정관념, 억압, 배타, 차별, 권위 등 슬픔의 정서를 유발하는 것들이 방해하지 않는다면 관계망이 성숙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사랑은 불특정다수 타자와의 접속에서 무시로 발생하는 것이고, 본인의 자각 여부를 떠나 모든 사람은 태생적으로 폴리아모리일 수밖에 없다. 연애란 문화적(또는 심리적) 요인으로 관계를 명시화하는 것일 뿐이다. 특히 모노아모리의 연애 구도는 문화적 강박관념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존재론적으로 인간이 폴리아모리라면 사실 모노아모리는 불안감, 집착, 질투, 두려움 등의 심리 기제가 강하게 작용하는 부정적 상태일 것이다. 그렇다고 일대일 연애를 없애자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연애의 구도를 지향하든, 자신과 타자의 다자간 사랑 욕망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다자간 사랑 욕망이야말로 특이성을 사랑하는 공동체의 가장 근간이 되는 힘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모노아모리가 상식으로서 여겨지는 문화권 내에서 사랑에 대한 일종의 윤리적 규정을 전복시키는 개념으로서 폴리아모리에 대하여 분석해 나간다.

이 책은 바로 폴리아모리란 무엇인지 알아보고, 그것이 윤리의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거나 연결되지 않을지 추론해 보며, 마지막으로 모노아모리와 폴리아모리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오해들을 수정하거나 제거하는 단계까지 나아가고자 하였다.
        
     
  ■ 이 책의 구성
    
1장에서 저자들은 몇몇 사람들이 폴리아모리라는 것을 느끼고 알고 정체화해 가는 과정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그리고 2장에서는 비독점적 다자 연애라고 불리는 폴리아모리가 타인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긍정하는 동시에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긍정하는 새로운 사랑의 방식임을 밝힌다. 특히 이것은 유일성에 제약되지 않고 컴퍼션의 감정을 느끼는 사랑의 잠재성 자체이며 따라서 문어발와 폴리아모리는 동일한 개념이 아님을 언급한다. 저자들은 폴리아모리의 유형인 비이, 트라이어드, 쿼드, 폴리피델리티 등을 설명한다.

3장에서 저자들은 헬렌 피셔와 스피노자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폴리아모리가 자연 그 자체의 상태이며, 문명적으로 모노아모리가 구축된 것임을 주장한다. 이 사유를 이해하기 위해 들뢰즈의 강렬도, 가타리의 횡단성, 프루스트 소설에서 드러나는 성좌의 사랑을 논거로 든다. 이러한 폴리아모리에 대한 온전한 이해는, 사랑이 결코 연애 관계, 인간 관계, 언어 관계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는 점을 증명한다. 가령 비연애주의자, 동물과 식물, 언어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 또한 본래적으로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적 귀결은 질투와 집착이라는 정서, 다양한 섹슈얼리티 내에서의 병리학과 범죄학,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추상적 문제까지를 포괄하는 논의로 확장될 수 있다.

4장에서는 국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정치적 의제들과 운동들이 어떻게 폴리아모리와 맞물리는 지점이 있는지 이야기해 본다. 실제로 여성 운동과 성소수자 운동을 거쳤던 한국의 현대사를 통하여, 미래의 폴리아모리 운동이 어떤 방식으로 발생할 것인지 그려볼 수 있는 재료를 마련한다.

5장에서 저자들은 어떻게 별 탈 없이 유쾌한 방식으로 폴리아모리를 수행할 수 있는지 살펴보았다. 특히 발견주의, 생태주의, 합의주의, 구성주의, 실존주의, 해체주의, 포스트구조주의를 수단으로 삼아 누구나 폴리아모리적인 삶을 놀이처럼 즐겨볼 수 있는 비법을 소개해 본다.


■ 저자 소개



심기용

철학공방 별난 철학 연구원. 학문이면 학문, 사랑이면 사랑,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한다. 철학공방 별난에서 스피노자, 라이히, 버틀러, 가타리를 연구하며, 그러한 사유의 노선을 통해 자신의 비독점적 성생활을 설명해 내고 있다. 동국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했고, 2016년 녹색당 고양시 총선본부장을 역임하였으며, 2017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의장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leafnomad@gmail.com

   

정윤아

철학공방 별난 폴리아모리 연구원. 내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며, 내 이웃을 내 자신과 같이 사랑한다. 어릴 적부터 수많은 유형의 다자적 사랑을 일구면서 비애와 절망을 경험하였지만, 철학공방 별난에서 사랑과 욕망의 힘을 알게 된 이후로 충돌 없는 폴리아모리로서의 삶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국내 폴리아모리의 확대와 이를 통한 안정적 공동체의 건립을 기획하고 있다.

ppllpph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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