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리뷰오브북스》 17호 차례

편집실에서

특집 리뷰: 헌법의 순간
유정훈 헌법을 공부하는 슬픔과 기쁨 『헌법의 순간』
이용우 탄핵의 딜레마 『나쁜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이황희 법은 어떻게 정의와 멀어지는가 『히틀러의 법률가들』
김경현 로마 공화국의 몰락, 역사는 반복하는가 『독재의 탄생』

이마고 문디: 이미지로 읽는 세계
현시원 모든 여자들은 쓰고 있다 『페미니즘 미술 읽기』

디자인 리뷰
구정연 지면 위의 세계

북 & 메이커
김수진 어쩌다 책방을 운영하게 됐을까

리뷰
서영채 한강,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문학 『작별하지 않는다』
이석재 전쟁을 안 하면 인간이 아닌가 『전쟁은 인간에게 무엇인가』
박상은 그 어떤 작은 ‘사고’도 시스템의 문제다 『사고는 없다』
이상훈 저성장 초입 한국은 일본보다 나은 길을 갈 수 있을까 『일본의 30년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박소령 찰리 멍거와 친구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 『가난한 찰리의 연감』
황정하·홍성욱 멋진 구(舊)세계 『똥』
재반론
박경섭 현실의 지층은 복합적이다

고전의 강
권석준 지능은 블록처럼 조립될 수 있는가 『마음의 사회』

문학
이만교 책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책을 읽는 방법
박지니 제목은 가능한 세상의 증거를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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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책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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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주년, 서울리뷰오브북스 17호 출간!💥

2020년 12월 창간준비호와 2021년 3월 창간호로 출범한 서리북이 어느새 네 번째 돌을 맞습니다.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탄핵 소추안 발의와 의결, 최초의 현직 대통령 체포·구속영장 발부와 집행, 내란 혐의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심판,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관통해 이어지고 있는 극한의 갈등과 대립까지, 엄혹한 시간 속에서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거듭 곱씹는 한때입니다.

이번 서리북 17호 표지에는 책들 사이로 헌법-꽃이 꽂혀 있습니다. 위태로워 보이는 한편, 물을 주어 살려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드는 모습입니다. 매일 죽은 나무에 물을 주던 수도사가 어느 날 마침내 나무에 온통 꽃이 만발한 모습을 마주했다는 우화처럼, 우리의 헌법-꽃도 다시금 활짝 피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서리북 17호 출간 소식으로 찾아뵙습니다.

이번 호 특집 리뷰에서는 ‘헌법의 순간’*을 지나는 지금, 우리에게 나침반이 되어 줄 네 권의 책을 만나봅니다.

* 이번 특집 제목은 특집 리뷰에서 다루는 박혁의 『헌법의 순간』(페이퍼로드, 2024)에서 따왔습니다.


○○○
"특집 리뷰: 헌법의 순간"

박혁의 『헌법의 순간』, 이철희의 『나쁜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헤린더 파우어-스투더의『히틀러의 법률가들』, 에드워드 와츠의 『독재의 탄생』으로 보는 제헌헌법, 탄핵의 정치학, 법과 정의의 관계, 공화국 몰락의 역사

"리뷰"
『작별하지 않는다』를 중심으로 한강 작가의 문학 세계를 이야기하는 문학평론가 서영채의 서평부터, ‘한국에서는 왜 이렇게 참사가 반복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구하는 재난사회학자 박상은의 『사고는 없다』서평까지

"고전의 강"
인공지능의 대부 마빈 민스키의 고전, 『마음의 사회』

"이마고 문디"
큐레이터 김홍희의 『페미니즘 미술 읽기』를 통해 조망하는 동시대 한국 여성 미술의 지형

"북&메이커"
큐레이션 서점 ‘어쩌다 책방’과 함께한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김수진 디렉터의 회고

"디자인 리뷰"
《뉴스페이퍼》와 전단 프로젝트 《이건 연애편지가 아닙니다》로 보는 새로운 소통의 가능성

"문학"
이만교 작가와 박지니 작가의 에세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할인 혜택 및 사은품(특별판 『읽기의 최전선』 또는 한 호 더, 리뷰노트)과 함께 서리북 17호를 정기구독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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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엉망진창

 

 

우선, 인용 하나.

어느 날, 달걀 껍데기 속에서 맥주를 빚던 이가 거기 빠져 몸을 데었다. 이 광경을 바라본 벼룩이 놀라 비명을 질렀다. 벼룩 옆에 있던 문짝도 놀라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이가 데었기 때문이야.” 벼룩의 대답에 문짝은 갑자기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이 소리를 듣고 빗자루가 왜 그렇게 삐걱거리느냐고 묻는다. 문짝이 대답한다. “어떻게 내가 삐걱거리지 않을 수가 있겠어. 이는 데었지. 벼룩은 울고 있는데.” 이 소리를 들은 빗자루는 갑자기 방을 쓸기 시작한다. 마차가 지나가다 이 장면을 보고 왜 비질을 하고 있느냐고 묻는다. 빗자루는 답한다. “어떻게 내가 비질을 하지 않을 수 있겠어. 이는 데었지, 벼룩은 울고 있지, 문짝은 삐걱대는데.”

이에 마차는 갑자기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한다. 길가의 거름더미가 왜 그렇게 달리느냐고 마차에게 묻는다. 마차는 대답한다. “어떻게 내가 달리지 않을 수가 있겠어. 이는 데었지, 벼룩은 울고 있지, 문짝은 삐걱거리지, 빗자루는 비질하고 있는데.” 거름더미가 미친 듯 타오르기 시작한다. 근처의 작은 나무가 왜 그렇게 타느냐고 묻는다. 거름더미는 답한다. “어떻게 내가 타지 않을 수 있겠어. 이는 데었지, 벼룩은 울고 있지, 문짝은 삐걱거리지, 빗자루는 비질을 하지, 마차는 내달리고 있는데.” 이 소리를 들은 나무는 온몸을 흔들기 시작한다. 젊은 여자가 물동이를 이고 지나가다가 나무에게 왜 그리 흔들어 대느냐고 묻는다. 나무는 대답한다. “어떻게 내가 온몸을 흔들지 않을 수 있겠어. 이는 데었지, 벼룩은 울고 있지, 문짝은 삐걱거리지, 빗자루는 비질을 하지, 마차는 내달리지, 거름더미는 타고 있는데.”

여자는 그렇다면 난 내 물동이를 깨뜨려야겠군이라 말하고는 들고 있던 물동이를 깨버린다. 샘물이 놀라 왜 물동이를 깨느냐 묻자 처녀는 대답한다. “어떻게 내가 물동이를 깨뜨리지 않을 수 있겠어. 이는 데었지, 벼룩은 울고 있지, 문짝은 삐걱거리지, 빗자루는 비질을 하지, 마차는 내달리지, 거름더미는 타고 있지, 나무는 온몸을 흔들고 있는데.” 샘물은 말한다. “맙소사, 큰일이로군! 그렇다면 나는 마구 흘러내려야겠군.” 샘은 물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이 바람에 처녀, 나무, 거름더미, 마차, , 벼룩, 이는 다 휩쓸려 빠져 죽었다.

그림 형제의 ()와 벼룩이라는 동화다(그림 형제, 1999: 192-195). 몇 년 전 우연히 그림 형제 동화 전집을 펼쳐 보다가 이 이야기를 발견했다. 심오한 철학적 메시지가 있는 것 같지도 않고, 숨겨진 지혜나 비의를 품고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묘한 매력이 있었다. 뭔가가 저기 있다. 중요한 인식적 가치를 지닌 무언가가 저 이야기 속에 있다. 무언가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보다가 나는 그림 형제의 이와 벼룩이 서술하는 것과 매우 유사한 세계가 사회 이론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렸다. 브뤼노 라투르의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 Theory, ANT)이 그리는 세계가 그것이다. (김홍중, 그림형제와 라투르: ANT 서사기계에 대한 몇 가지 성찰, 문명과 경계, Vol.6, 2023.3, 13-48.)

 

이 이야기를 서두에 꺼낸 후, 김홍중 선생은 이솝의 <이와 벼룩> 동화를 끄집어낸 이유가 브뤼노 라투르의 행위자 네크워크 이론이 그리는 세계와의 유사점 때문이라고 밝힌다.

 

이번에는 스토리 리부트: 이야기는 어떻게 생성되는가(김만수 지음, 알렙 펴낼 예정)에 실린 글 인용. 여기서 소개하는 <이와 벼룩> 이야기는 그림 형제 원작, 김경연 옮김, 그림 형제 민담집(현암사, 2012), 190쪽에서 요약했다.

두 번째 인용.

 

그림 형제 민담집에 실린 이와 벼룩은 참 엉망진창이다. 한 집에 이와 벼룩이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런데 달걀껍데기에 맥주를 빚다가 그만 이가 맥주에 빠져 화상을 입고 말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벼룩이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 사연을 들은 문이 삐걱거리기 시작하고, 또 그 사연을 들은 작은 빗자루가 바닥을 쓸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사연을 듣는 순서대로 수레가 달리기 시작하고, 거름더미가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하고, 나무는 몸을 흔들기 시작하고, 소녀는 물동이를 깨뜨린다. 화자는 물동이를 깨뜨리는 소녀에게 소녀야, 왜 물동이를 깨버리니?”라고 묻는데, 소녀의 답변은 매우 길지만 단순하다. “물동이를 깨뜨리지 않을 수 있겠어? 이는 화상을 입었지, 벼룩은 울고 있지, 문은 삐걱거리지, 빗자루는 쓸고 다니지, 수레는 달리지, 거름더미는 타오르지, 나무는 몸을 흔들지.” 물론 사건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데, 이들의 대화를 엿듣던 샘물이 또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아이 참, 그렇다면 나는 밖으로 흐르기 시작해야지.” 샘물은 깜짝 놀라 밖으로 흐르기 시작했고, 그리하여 소녀, 나무, 거름더미, 수레, 빗자루, , 벼룩, 이 모두 물속에 빠져 죽고 만다.

이와 벼룩이 맥주를 빚는다는 상황 자체도 황당하고, 별것도 아닌 남의 일에 뛰어들어, 모두가 엉망진창이 된다는 이야기 자체가 정말 엉망진창이다. 왜 민담의 전승자들은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었을까. 민담의 수집가나 연구자들은 이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리지 않는다. 다만 이야기가 엉망진창인 것처럼, 우리네 인생도 엉망진창일 수 있다는 것, 인생살이의 전후에는 어떤 인과관계도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우리 인생의 우여곡절이 맥주 웅덩이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어처구니없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 등을 이런 방식으로 전한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최근 이 민담은 프랑스의 사회학자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행위자 네트워크 이론(Actor Network Theory, ANT)’이 사회 이론에 기여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데에 멋지게 인용되었다. 라투르는 사회학 이론이 추상적 개념과 복잡한 공리의 집합이 아니라, 독특한 서사와 감흥의 힘으로 충만한 이야기여야 함을 강조한다. 사회학 이론은 체계화된 담론이 아니라 파괴, 관조, 서사의 복합적인 수행이라는 것. 그는 이를 독특한 서사 기계라 명명한다. 세계는 이론과 상관없이 이미 맹렬하게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론은 그의 맹렬한 말을 들어주는 방법에 불과하다는 것. 우리는 이와 벼룩이 말하는 것도 맹렬히 들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주석으로 김홍중, 그림형제와 라투르: ANT 서사기계에 대한 몇 가지 성찰, 문명과 경계, Vol.6, 2023.3, 13-48.을 달아두었다.)

 

위의 김홍중 선생님의 글이나 김만수 선생님의 글이 일맥이 상통하다는 점 외에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알렙에서 간행되었()다는 점이다. 이와는 공통점이 없는 또 다른 <이와 벼룩> 이야기. 이번에는 한국 설화이다. 경기도 포천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세 번째, 이것 또한 인용.

 

옛날 어떤 중이 깊은 산골에서 도를 닦고 있었다. 그런데 옷에 이가 끓어 중을 마구 물어뜯었다. 그럴 때마다 중은 정신이 집중되지 않아, 전념하여 도를 닦을 수가 없었다. 생각다 못해 중은 이들을 불러 놓고 약속을 했다. “이봐, 내 말을 들으라고. 아무리 너희들이 미물이라지만, 내가 지금 도를 닦는데 그렇게 방해를 해서야 쓰겠니? 그러니 앞으론 내가 도를 닦는 동안은 절대로 물지 말고, 쉴 때에만 물도록 해라. 내 말 알아듣겠니?” “, 알았어요.” “그리고 이 약속은 절대로 다른 것들에겐 말해선 안 돼. 그것도 약속하겠니?” “알았어요. 염려하지 마세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이는 우연히도 벼룩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벼룩이 이를 보고 이상한 질문을 했다. “, 이야. 넌 어떻게 했기에 그렇게도 오동통 살이 쪘느냐? 참 부럽다야. 그 방법 좀 내게 가르쳐 주지 않을래?” 이는 살이 쪘다고 벼룩이 칭찬하는 소리를 듣자, 어깨가 으쓱해지며 코가 시큰했다. 이런 칭찬 소리에 팔려, 이는 그만 중과의 약속을 깨뜨리고 자랑삼아 그 비밀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리하여 벼룩도 이처럼 중이 도를 닦다가 쉬는 때를 기다려 물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중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고 얼굴이 불덩이처럼 달아오르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 옷을 활활 벗고는 자기 옷을 불에 태워 버렸다. 이 바람에 옷에 있던 이도, 벼룩도 그만 다 타 죽어 버렸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향토문화전자대전)

 

무엇이 살생을 금하고 수도에 정진하라는 스님의 마음에 불을 질렀을까. 물론 스님은 이도 벼룩도 직접 잡아 죽이지 아니하고, 자신의 옷을 불태웠을 뿐이다. 다만, 그 옷에 이와 벼룩이 있었을 뿐이고.

인과응보. 약속을 깨뜨리고 비밀을 누설한 이나 중의 몸에 붙어 살을 물어뜯는 벼룩이나, (미물이라도 생물이라면 억하심정이야 있겠지만) 인간의 입장에서는 죄지은 존재. (=인과)는 곧 응보(관계)라는 게, 이 설화의 교훈이다.

 

서양의 아이소포스(이솝)의 우화는 삶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말해 준다. 경기도 포천에 구전되는 이 우화도 뚜렷한 인과관계는 없음을 보여준다. 다만, 약속을 깨고 비밀을 터뜨리면 응당한 대가가 따른다. 자고로 말이 많으면 안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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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유럽중심 비판이론의 한계와 글로벌 사우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하는 보아벤투라 드 소우자 산투스의 『남의 인식론』 중에서 <서론> 부분을 요약하며 읽은 내용입니다. 원문은 원고지 150매 이상의 긴 글입니다.

서론 서구중심의 비판이론 및 정치적 상상력과 거리두기

이제는 다른 시선을 가질 때

20세기 이후, 유럽 중심의 비판이론은 자유와 평등, 해방을 꿈꾸는 정치적 상상력의 핵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러한 전통은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남의 인식론』 서론에서 보아벤투라 드 소우자 산투스는 서구중심의 비판 전통과 거리두기를 시도하며,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해방적 정치 상상력과 이론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산투스 교수에 글에 따르면, 서구 비판이론의 다섯 가지 한계를 짚을 수 있습니다. 그가 내놓는 진단과 분석은 명쾌한 언어로 표현됩니다.

먼저, 강한 질문에 약한 대답. 인권, 민주주의, 발전 등 서구적 원칙들은 현실의 모순에 대해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글로벌 사우스의 저항과 투쟁은 이러한 개념들의 한계를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둘째, 끝없는 자본주의의 종말. 자본주의의 위기를 비판하면서도, 유럽 중심 이론은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라틴아메리카의 다양한 시도들(예: ‘수막 카우사이’, ‘공동체적 사회주의’)이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줍니다.

셋째, 끝없는 식민주의의 종말. 정치적 독립이 식민주의의 종식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산투스 교수는 내부 식민주의가 지속되고 있으며, 문화적・인종적 억압의 심화를 지적하면서, 탈식민적 연대를 모색합니다.

넷째, 시간성의 딜레마: 긴급성과 문명적 변화의 충돌. 기후위기, 불평등, 전쟁 등은 즉각적인 행동을 요구하면서도 장기적 문명 전환을 동시에 필요로 합니다. 산투스 교수가 중심이 되었던 세계사회포럼은 이 두 시간성을 조화롭게 결합하려는 실험장이었습니다.

다섯째, 비판적 명사의 상실과 이론과 실천의 유령적 관계. 산투스 교수는 비판적 명사 즉 사회주의, 혁명 등 본래의 비판적 언어가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그대신 형용사 중심의 수식어로 대체되면서 비판의 힘이 약화되고 있습니다. 실천은 원주민, 여성, 농민 등 새로운 주체들이 이끌고 있지만, 기존 이론은 이들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세계사회포럼 이후의 인식론적 전환. 세계사회포럼은 북반구의 중심적 이론을 탈중심화하고, 남반구의 다양한 실천과 지식이 동등하게 평가받아야 함을 보여주기 위한 운동과 실천입니다. 이제 우리는 과학적 지식뿐 아니라 토착 지식, 대중 지식, 종교적 지식까지 포함하는 ‘지식의 생태학’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도 요점이죠. 우리는 지금 ‘근대적 해결책이 더 이상 없는 근대적 문제들’을 마주한 전례 없는 과도기에 살고 있습니다. 전통적 전위 이론은 놀라움과 낯선 실재들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실천을 따라가고, 해석하며, 번역하는 ‘후위 이론’입니다. 이는 남반구에서 비롯된 경험을 적극적으로 배우고, 상호문화적 대화를 통해 새로운 해방의 길을 모색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글로벌 사우스의 시선으로 세계를 다시 보다.

이 글이 전하는 가장 큰 메시지는 하나입니다. 더 이상 서구 이론만으로 세계를 설명할 수 없으며, 그 외의 수많은 삶의 지혜와 정치적 실천을 배워야 할 때라는 것입니다. 좌파 이론의 재구성, 해방의 새로운 상상력은 ‘남으로 향함’에서 시작됩니다.

한국은 이제, 지구상의 최빈국에서 불과 몇십 년 만에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하죠. 눈 떠보니 다시 후진국이 되었다고도 하고 독재 국가로 진행한다고도 합니다만, 현재 한국의 경제력과 민주주의력으로 봤을 때 글로벌 사우스가 아니라 글로벌 노스 쪽으로 편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근대적 해결책이 없는 근대적 문제들이 여전한 한국 사회가 마주한 전례 없는 과도기’에, 산투스 교수의 『남의 인식론: 인식론 살해에 맞서는 정의(Epistemologies of the South: Justice against Epistemicide)』는 우리에게 큰 시사점을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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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북 17호(2025 봄) 출간 임박! 🌱
CONTENTS

  1. 💥 서리북 17호 COMING SOON! ― 특집. 헌법의 순간
  2. 📚 서리북 16호 다시보기 ― 이동진, 조천호, 정은진의 리뷰
  3. 🎉 창간 4주년 기념 정기구독 이벤트
  4. 🚚 정기구독자 배송정보 변경
안녕하세요, 서울리뷰오브북스(이하 서리북)입니다. 긴 겨울이 가고, 비로소 봄이 다가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올봄으로, 2020년 12월 창간준비호와 2021년 3월 창간호로 출범한 서리북은 어느새 네 번째 돌을 맞습니다. 지난 12월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탄핵 소추안 발의와 의결, 최초의 현직 대통령 체포·구속영장 발부와 집행, 내란 혐의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심판,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관통해 이어지고 있는 극한의 갈등과 대립까지, 엄혹한 시간 속에서 책을 읽고, 책에 대한 글인 서평을 쓰고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거듭 곱씹는 한때입니다. 이번 서리북 17호 표지에는 책들 사이로 헌법-꽃이 꽂혀 있습니다. 위태로워 보이는 한편, 물을 주어 살려야할 것 같은 마음이 드는 모습입니다. 매일 죽은 나무에 물을 주던 수도사가 어느 날 마침내 나무에 온통 꽃이 만발한 모습을 마주했다는 우화처럼, 우리의 헌법-꽃도 다시금 활짝 피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서른일곱 번째 우주레터의 문을 열어 봅니다.📚 
서리북 17호 COMING SOON!:
특집. 헌법의 순간

17호 특집 리뷰의 주제는
‘헌법의 순간’입니다.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탄핵 소추안 발의와 의결, 최초의 현직 대통령 체포·구속영장 발부와 집행, 내란 혐의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심판, 그리고 지리한 정치적 공방과 법정 다툼이 이어지면서 많은 국민들의 놀란 가슴은 아직도 쉽게 가라앉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응원봉 시위,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특검법 발의와 거부, 이상하리만치 급격히 오르내리는 여론조사 결과 등, 평범한 일상을 앗아 가는 속보의 연발로 인해 갑자기 온 국민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정치권과 사법권 소식에 쏠렸다. 무엇보다도 많은 이들이 헌법에 커다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무엇이 합헌이고 무엇이 위헌인지 법 조항 하나하나 따져 보고자 하는 호기심이 일었다는 사람들이 많다. 새삼 걱정스러운 것은 자유나 민주, 공정 등의 단어의 의미를 오염시켜 온 정치권의 일부 세력들이 이제 ‘헌법’이라는 단어의 가치와 공정성마저 제멋대로 재단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이맘때 발간한 《서리북》 13호에서도 ‘민주주의와 선거’라는 제목의 특집을 다룬 적이 있었는데 정확히 1년 만에 다시 정치적인 주제로 돌아오게 되었고, 이번에는 특별히 ‘헌법’이라는 단어에 더욱 집중할 특별한 상황이 마련되었다. 그래서 이번 호 특집의 제목은 ‘헌법의 순간’으로 정했다. 유정훈 편집위원이 서평을 쓴 박혁의 책 『헌법의 순간』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시의적절하게도 현재 우리의 관심사를 가장 잘 반영해 주는 촌철살인의 경구라 생각했다.”

― 정우현 편집위원, 「편집실에서」


유정훈, 이용우, 이황희, 김경현특집 리뷰: 헌법의 순간’을 서리북 16호에서 만나 보세요!
헌법을 공부하는 슬픔과 기쁨
유정훈의 『헌법의 순간』 리뷰

우리는 지금 뜻하지 않게 헌법의 순간을 맞아 그 한가운데를 지나가고 있다. ‘전 국민이 헌법을 공부한다’는 말을 듣고 웃어넘길 수가 없다. 법률가들조차 거의 볼 일이 없던 헌법 제77조 계엄 관련 내용을 읽어 보고, 대통령 권한대행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논하고,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명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 지금은 헌법을 공부하는 슬픔이 앞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을 때는 헌법을 공부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그리고 다른 수단으로 헌법을 공부하는 즐거움이 많은 사람의 것이 되기를 바란다. 일부 권력자만의 것도 아니고 국란 극복의 시간도 아닌, 국민 모두의 헌법의 순간을 맞게 되기를 소망한다.

📖 대상 도서  
『헌법의 순간』
박혁 지음, 페이퍼로드, 2024  
탄핵의 딜레마
이용우의 『나쁜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리뷰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의 진행 과정에서 우리는 민주공화국을 지탱하는 서로 다른 이해를 갖는 집단의 사회적 합의 절차로서 정치를 없애고 극단적 대립과 헌법 기구 자체를 부정하는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 사실 이는 탄핵 제도가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불완전성에 기인한다. 이 불완전성은 법적 정당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통해 보완되어야 한다. 따라서 작금의 탄핵 정국이 단순히 한 권력자의 축출 여부를 넘어, 민주적 헌정 질서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인지 주목해야 한다. 나아가 이철희는 이번 탄핵 국면에서 우리가 탄핵 제도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민주주의를 지켜 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 대상 도서
『나쁜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이철희 지음, 메디치미디어, 2024

법은 어떻게 정의와 멀어지는가
이황희의 『히틀러의 법률가들』 리뷰

나치에 의한 법의 타락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인위적인 노력의 산물이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 같은 법의 타락을 방지하는 과제도 자연적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이 역시 그러한 타락을 막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의 대상이다. 법의 정당성을 내재적으로 산출해야 하는 근대 입헌주의에서 법은 민주적으로 제정된 실정법이며 헌법이 정한 요건에 따라 비로소 확정된다. 그러나 헌법이 정한 요건 자체만으로 법의 타락 가능성이 차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의 타락을 막는 최후의 방벽은 정의로운 법에 의해 통치되기를 원하는 국민의 요구와 이를 위한 실천이다. 법에 대한 최종적인 감독자는 법의 궁극적인 작성자인 국민이기 때문이다.

📖 대상 도서  
『히틀러의 법률가들』
헤린더 파우어-스투더 지음, 박경선 옮김, 진실의힘, 2024  
로마 공화국의 몰락, 역사는 반복하는가
김경현의 『독재의 탄생』 리뷰

저자가 한국어판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한국 사람들은 민주적 제도를 구축하기 위해 열심히 싸워 왔고, 그 제도를 유지하는 일도 감탄스러울 만큼 잘했다. 소통과 협조에 의한 통합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보다 국가의 이익을 더 우선시하는 책임감 있는 정치가가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정치가에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공화정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폴리테이아(politeia)’가 도시국가를 의미하는 ‘폴리스(polis)’와 시민으로 행동한다는 의미를 지닌 ‘폴리테우오(politeuo)’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현재 민주공화국에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잘못은 반복될 수 있다.

  📖 대상 도서
『독재의 탄생』
에드워드 와츠 지음, 신기섭 옮김, 마르코폴로, 2024
이 밖에도 『페미니즘 미술 읽기』를 통해 한국 여성 미술가들과 큐레이터 김홍희의 ‘쓰기’를 논하는 현시원 편집위원의 이마고 문디(「모든 여자들은 쓰고 있다」)와 올해로 10년을 맞은 큐레이션 서점 ‘어쩌다 책방’ 김수진 디렉터의 이야기를 담은 북&메이커(「어쩌다 책방을 운영하게 됐을까」)부터,

『작별하지 않는다』를 중심으로 한강 작가의 문학을 톺아보는 문학평론가 서영채의 「한강,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문학」, 역사학자 마거릿 맥밀런의 『전쟁은 인간에게 무엇인가』를 다루며 전쟁과 인간의 본성을 논하는 편집위원 이석재의 「전쟁을 안 하면 인간이 아닌가」, 『사고는 없다』를 통해 사고를 시스템적으로 이해하는 재난사회학자 박상은의 「그 어떤 작은 ‘사고’도 시스템의 문제다」까지, 시의성 있는 다채로운 리뷰들이 실립니다.

17호도 많은 기대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서리북 16호 다시보기:
이동진, 조천호, 정은진의 리뷰
16호(2024 겨울) 〈리뷰〉 코너에서는 지난해 한국 사회를 강타한 ‘의료 대란’을 다루는 『뒤틀린 한국 의료』와 폭염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폭염 살인』, 그리고 누구나 저마다의 속도로 배울 수 있는 디지털 교육의 가능성을 들려주는 『우리는 모두 다르게 배운다』까지, 각 분야에서 화제를 모은 세 권의 책을 다루었습니다.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동진, 대기과학자 조천호, 컴퓨터과학자 정은진의 서평을 되돌아보며, 곧 돌아올 서리북 17호를 기다려 보는 것은 어떨까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읽은 화제의 책,
서리북 16호에서 확인해 보세요!
“필수과의 수가를 올려주면 어떨까?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K-의료는 이미 ‘값싼 의료’가 아니다. 한 나라 보건의료의 성과는 폐암 5년 생존율로 측정되지 않는다. 건강보험료와 자기 주머니에서 내는 돈 대비 국민 건강이 문제다. 이 점에서 우리는 이미 남들만큼 쓰고 남들만큼의 성과만 내는 단계에 와 있다. 의료비 지출이 매우 빠르게 늘었기 때문이다. 의료비 지출 총액을 계속 늘릴 수는 없으니 덜 필요한 의료에서 더 필요한 의료로 돈을 옮겨 와야 한다. ‘뒤틀린’ K-의료의 전체적인 재조정,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이동진
「기자의 눈으로 본 K-의료의 정치경제학
“우리는 살아 있는 모든 존재와 깊이 연결돼 있다. ‘인간은 앞으로 세상이 얼마나 더워질지, 나아가 [앞으로 닥칠] 역경과 소란을 헤치고 서로를 얼마나 많이 보호해줄 수 있을지를 통제할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인간이 일으키는 폭염은 결국 인간의 손길만이 해결할 수 있다. 폭염 대응은 우리가 사회적 약자의 고통에 대해 얼마나 감수성이 있는가의 척도이기도 하다. 즉 폭염이 우리 수준을 드러낼 것이다. 폭염 속에서 우리는 ‘통째로 구워질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행동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다.”

조천호
「불타는 폭염에서 불타는 야망으로
“한 명의 교사가 20명 이상의 학생들을 한 교실에 모아 놓고 가르치는 학교는 지식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기관이 아니고, 공장에서 시키는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읽기, 쓰기, 셈하기를 가르치는 한편 단체 생활에 익숙하고 순종적인 일꾼을 만들기 위해 19세기 프러시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교육의 목표는 지식의 습득 혹은 취업이 되었고, 한 명의 강사가 다수의 학생에게 설명하는 방식이 이런 목표를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방법이 될 수는 없다. 학생 한 명 한 명은 모두 다른 지식을 가지고 교실에 들어와, 같은 교실에 있어도 서로 다른 경험을 하고, 다른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배움의 결실을 맺는다.

정은진
「모두가 다르게 배우는 하나의 교실을 위해
창간 4주년 기념 정기구독 이벤트
2021년 3월 창간의 돛을 올린 서리북은 이번 17호로 창간 4주년을 맞습니다. 지난 4년간 서리북은 열일곱 호의 잡지를 펴내며 서평 공모전 ‘우주리뷰상’ 개최, 특별판 『읽기의 최전선』 출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선정’ 등 크고 작은 활동과 성과를 이어왔습니다.

창간 4주년을 맞기까지 서리북을 지탱해 온 힘은 오롯이 독자님의 후원과 격려였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창간 4주년을 기념하며, 열흘간 창간 4주년 기념 정기구독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이벤트 기간 동안 일반 정기구독권과 종이책+전자책 정기구독권을 더욱 할인된 금액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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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인 혜택 2: 종이책+전자책 정기구독(1~3년) 40% 할인 ▶ 50% 할인
    • 1년 구독 100,000원 → 50,000원
    • 2년 구독 200,000원 → 100,000원
    • 3년 구독 300,000원 → 150,000원

    🎁 대상: 서리북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이용 고객

    🎁 기간: ~2025년 3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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