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원의 붉은 열매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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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적절한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이 감정이 부풀어오르는 지점을 정확하게 누르고 싶은데
마치 까만 과녁만 놔두고 변두리만 꾹꾹 눌러대는 식이었다.
소설을 읽다보면 아, 바로 그런 표현을 원했어, 라고
속시원해지는 걸 내가 원하고 있다는 걸 발견한다.
내가 그때 왜 그 모양으로 멈추었는지,
내가 그때 왜 우울한 것도 아니고 불쾌한 것도 아닌 감정으로 돌아서야 했는지,
모르지 않으면서도 정확한 모양새로 알아내지 못했던 그것들을,
알게 되는 소설에서, 나는 탄복한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소설을 읽는지 몰라도, 나는 그랬다.  

권여선의 소설은 꼭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단어와 문장을 집어넣어
한숨과 감탄과 성찰을 끄집어내는 문학, 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와 나는 엄연히 다른 사람인데도
그가 얘기하는 지점에, 나도 언젠가 엉거주춤 서 있었던 적이 있었어, 라고 회상하게 된다. 
내 삶을 돌아보는 건, 거기서 시작된다.
내 감정이 그때 파이고 꺾여 지금의 내 감정이 구부러져 자라났다는
생각도 찬찬히 하게 된다.  

소설은 대놓고 정의를 내리거나 알려주지 않는다.
나 같은 사람, 나처럼 방황하고 머뭇거리는 사람을 보며
나를 생각하게 된다.
특히나 권여선의 소설은, 그랬다.
나를, 내 감정을, 내 지난 날을 돌아보게 하는, 묘한 힘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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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별 2 - 아라 5970842 푸른숲 어린이 문학 18
이현 지음, 오승민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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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2권이 훨씬 재미있다고 했다.
왜?
사건이 무척 많아.
아이의 말 그대로 엄청난 상상력이 이 속에 포화상태로 들어가 있다.  

1권에서는 호기심 많고 모험심 넘치는 로봇, 나로의 이야기였지만
2권에서는 조금은 소심한 로봇, 아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심하고 우유부단하다지만, 이야기의 폭발은 아라에게서 터진다.
판단력이 혼란스러울 정도로 선택의 분기점이 아라에게서 찍힌다.  

어릴 때 나는 선택이 쉽지 않은 성격이었다.
누군가 내게 이런 경우엔 이렇게 해라, 하고 말해줬으면 싶을 때가 많았다.
한데 그런 바람이 생기는 상황은 어른이 되어도 마구 터졌다.
내가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내가 붙들고 있는 신이 
내 눈에 보이도록 방향을 지정해주었으면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그건 내 길이 아니었을 거란 생각을, 이제는 한다.
물론 지금도 선택이 빠르거나 온전치 못해서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지만.  

마음이 생긴다는 건, 욕망도 함께 생긴다는 것과 동일한 말인가 보다.
사람의 욕망이 종말의 단초가 되듯,
로봇도 그 욕망이 사람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는 상황이 되었으니까.
결국 무수한 욕망의 증폭 속에서 어떤 가치관을 갖느냐, 가 중요하다.

아이들에게는 이 동화가 무척 어려울 수도 있겠다.
스토리로만 보자면 마냥 흥미롭지만
깊게 들어가면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어려운 가치관을 사고해야 할 테니까.  
하지만 우선은 이야기를 따라가며 결말을 상상하는 즐거움은 크다.
게다가 그 어려운 선택의 가치관은 지금부터 조금씩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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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별 1 - 나로 5907841 푸른숲 어린이 문학 18
이현 지음, 오승민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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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만들어졌다고 해서 꼭 그렇게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
이 동화 속에서 강하게 흐르는 맥이다.  

1. 로봇은 사람이 만들었다.
하지만 로봇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며 사람을 닮아간다.
로봇에게는 마음이 있으니 이미 철조각을 넘어선 생명이 되었다.  

2. 당연히 새로운 흐름이 생겨나게 된다. 
자신들의 독자적인 삶을 주관하려는 로봇들은 로봇의 별로 떠나려 하고,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횃불들이 되려 한다.  

이상하게도 그와 비슷한 상황이 연상된다.
1.의 경우에는 신의 손에 만들어진 사람이 스스로 자유의지를 가지려는 것처럼 들리고,
2.의 경우에는 한때 광화문을 뒤덮었던 촛불들이 스쳐지나간다.  

두 가지 경우 모두, 그리 만들어졌다 해서 꼭 그리 살아야 하는 건,
아니라는 식으로 들린다.
1.의 경우를 종교적으로 본다면 불경할 것이고,
2.의 경우를 정치적으로 본다면 (심하게 우향우를 한 시각에서는) 좌경으로 볼 것이다.  

로봇의 별은, 본격 SF동화라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극히 사고의 폭을 넓히는 동화다.
한참 시간이 흐른 미래의 상황이라고 하지만
어쩌면 정확한 예측이 될지도 모른다.
사람은 너무도 욕망이 강한 존재라 이보다 더한 상황을 가져올지도.  

내 아이가 읽을 때는 흥미로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서 그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상상력은, 곧 힘이 될 거라 믿는다.
내게 주어진 상황을 무조건 부정하라는 말을, 작가는 하지 않는다.
다만 불합리한 상황이 나를 촛불로, 횃불로, 이끌 수도 있다는 사고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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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빅 픽처 
이런 소설은 일부러라도 읽지 않는데 어쩌다 읽기 시작했고,
또 이상한 흡입력이 있어 후닥닥 읽어치웠다.
참 재미있는 건, 이 소설 꽤 빠져가며 읽었는데도
그다지 품에 안고 싶지는 않다는 것.
역시 사람은 자기가 가진 테두리가 있는 모양이다.  

2. 로봇의 별 1
이현 작가의 동화 중에서 읽지 않고 있던 책들을 이제 읽는다.
내가 이 작가를 좋아하나, 싶을 만큼 어쩌다 보니 다 챙겨읽었다.
SF 장르가 내게는 잘 맞지 않지만, 이 작가가 들려주는 SF 상상력은 다행히 내게 수월했다.  

3. 로봇의 별 2
하늘도시라는 개념은 그리 낯설지 않다.
자본이 어떻게 사람을 망치는지, 그건 하늘도시 아래에서 극명하게 볼 수 있다.
자본은 하늘도시를 만들었다지만 사실은 하늘도시 아래를 만든 것이다.
자본은 가지지 못한 사람을 마치 멸종되는 공룡처럼 만들어간다.
그것이 하늘도시의 사람에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면,
이미 하늘도시도 멸종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4. 내 정원의 붉은 열매들
권여선의 소설을 왜 이제야 읽었을까.
이상하게도 푸르른 틈새나 처녀치마가 회자되는 걸 알면서도
선뜻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마 그 시절 호감 가는 출판사의 책이 아니어서 그랬는지도.
어쨌거나 지금에 와서야 그의 소설을 읽었다.
스릴있는 내용도 아닌데 한번에 읽지 못하고 부득불 끊게 되면
뒤가 내내 궁금해지고 읽고 싶어지는 단편은 거의 처음.
그는 김언수의 설계자들을 추천하는 글에서 필력이 부럽다는 말을 드러냈는데
권여선이야말로 작가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을 만했다.
더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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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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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별 1- 나로 5907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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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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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었던 한 남자 이야기, 라고
이 소설의 표지는 큼직하게 써 놓았다.
그는 이전에는 정말 걷어차 버리고 싶은 삶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떤 분수령을 거치면서 그 삶을 진정으로 되찾고 싶어하게 되었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지금 내 삶을 만족스럽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건 누가 만들어준 삶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온 삶일 테니까.  

그러니까 진정 '나'를 위한 삶이라는 건, 사실 모순일 수 있다.
내가 살아온 길에서 나로 인해 세상에 나온 생명과,
그 생명을 함께 만든 사람 역시 기실 '나'를 위한 삶 속에 동행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해서 걷어차 버리게 되면
끔찍하게도 '나'는 사라진다.  

우연찮게도 이 소설 속에는 나와 비슷한 인물이 있었다.
나는 그의 마음을 읽기도 하고, 다시 그를 끌고 나와 내 마음을 읽어보았다.
정체되어 있는 삶들이 이 세상 어느 구석에도 널려 있을 테니
소설 속 한 인물이 나와 비슷할 수 있는 건 당연하다.
그러니 원한다면 위로를 받을 수 있겠다.  
'나'를 위한 삶을 찾으려 했으나 결국 삶 전체를 통째로 잃어버리고
다시 만들어가야 하는 인물도 있었으니까.
잃어버린 것에 대한 회한은 끝도 없으며 지워지지도 않는다.
적어도 소설 속 주인공의 경우는 그랬다.
이 소설은 작가가 원했다면 더 나아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분명 이 주인공은 또 한 번의 분수령을 넘을 수 있으며,
그렇지 않다면 그 어느 삶보다 정체된 삶으로 마감할 수 있을 테니까.  

지금의 내 삶, 사랑할 수 없다 해도 노력하는 게 옳다.
그래야 정체를 극복할 길도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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