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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진정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었던 한 남자 이야기, 라고
이 소설의 표지는 큼직하게 써 놓았다.
그는 이전에는 정말 걷어차 버리고 싶은 삶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떤 분수령을 거치면서 그 삶을 진정으로 되찾고 싶어하게 되었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지금 내 삶을 만족스럽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건 누가 만들어준 삶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온 삶일 테니까.
그러니까 진정 '나'를 위한 삶이라는 건, 사실 모순일 수 있다.
내가 살아온 길에서 나로 인해 세상에 나온 생명과,
그 생명을 함께 만든 사람 역시 기실 '나'를 위한 삶 속에 동행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해서 걷어차 버리게 되면
끔찍하게도 '나'는 사라진다.
우연찮게도 이 소설 속에는 나와 비슷한 인물이 있었다.
나는 그의 마음을 읽기도 하고, 다시 그를 끌고 나와 내 마음을 읽어보았다.
정체되어 있는 삶들이 이 세상 어느 구석에도 널려 있을 테니
소설 속 한 인물이 나와 비슷할 수 있는 건 당연하다.
그러니 원한다면 위로를 받을 수 있겠다.
'나'를 위한 삶을 찾으려 했으나 결국 삶 전체를 통째로 잃어버리고
다시 만들어가야 하는 인물도 있었으니까.
잃어버린 것에 대한 회한은 끝도 없으며 지워지지도 않는다.
적어도 소설 속 주인공의 경우는 그랬다.
이 소설은 작가가 원했다면 더 나아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분명 이 주인공은 또 한 번의 분수령을 넘을 수 있으며,
그렇지 않다면 그 어느 삶보다 정체된 삶으로 마감할 수 있을 테니까.
지금의 내 삶, 사랑할 수 없다 해도 노력하는 게 옳다.
그래야 정체를 극복할 길도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