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체리나무집 : 요정 친구들과 함께 노는 (입체 팝업북)
매기 배트슨 지음, 신정숙 옮김, 루이스 컴포트 그림 / 서울교육(와이즈아이북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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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학교 들어가기 전에 이 책의 다른 시리즈 한 권을 구입한 적이 있었다.  
The Fairy Palace라는 책인데 그것 역시 오랜 세월 거치면서 아이의 손때가 묻었다.  
어릴 때도 친구가 놀러오면 무조건 이 책을 펼쳐 역할놀이에 몰입했는데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낡은 궁전을 탐색하면서 별별 얘기를 만들고 깔깔대며 노는 것이다.   

이 책을 구입할까 말까 생각하다 좋은 수가 생겼다.
아이의 생일선물로 할머니가 고심하시길래 이 책을 추천했다.
아이는 물론, 할머니도 무척 좋아하셨다. 
떡 하니 펼쳐놓으면 이보다 훌륭한 집 한 채가 세상에 없다.
실제로는 나무 위에 올라가는 데 엄두도 안 나는데다
낑낑거리고 올라가본다 한들 이런 체리나무집이 만들어질 리 없다.
다 큰 초등학생 딸이라도 해도 나는 이런 상상 속의 나무 집을 펼쳐놓고  
황홀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아이는 운좋게도 예전의 궁전집이 있으니 친구와 나란히 앉아
오만 가지 상상의 날개를 펼쳤다.
이러다 날아가지 싶게 진지하고도 신나게 노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학원 가는 짬을 빌어 두 아이가 머리 맞대고 노는, 고귀한 시간, 이라고 하면 좀 과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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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니 50번 연습곡
세광음악출판사 편집부 엮음 / 세광음악출판사 / 199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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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체르니 50번을 앞두고 피아노를 그만두었다.
그래서 이 책을 아이에게 사줄 때, 정말 심각하게,
나만 혼자 의미심장했다.
이제 얘는 내 피아노 수준을 넘는구나, 라는 생각이
괜스레 사람을 울컥, 하게 했다.  

피아노가 사람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도 몰라주는 피아노라도 내게 피아노가 있다는 건
행복할 수 있는 작은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니, 어쩌면 피아노를 몰라야 더 행복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고. 
뭐가 옳은지는 모르나, 내게는 피아노를 칠 수 있는 시간이  
언제든 열려 있다는 게 좋다.  

아이도 요즘은 내 생각에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동감을 하는 모양이다. 
요즘 조금 어려운 곡에 도전하고 있는 중인데
그래도 원하는 곡을 연습할 수 있어서 좋은지
땀을 뻘뻘 흘리며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  

내가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
네가 힘들 때 두들겨 팰 수 있는 것으로, 피아노를 생각한대도 좋겠다.
피아노를 네 삶을 위해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
지금은 조금 어려울지 몰라도 마음에 통로가 없다고 느낄 때 
피아노를 패주다 보면 조금 통로가 만들어질지도 모르지.
어쨌거나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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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바이올린 교본 4 스즈키 바이올린 교본 4
세광음악 편집부 엮음 / 세광음악출판사 / 197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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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방과후 수업에서 바이올린을 배운 지 꽤 됐다.  
1학년 2학기 시작하면서 꾸준히 일 주일에 두 번 레슨을 받았다.
한 학급에 20명 남짓 되는 레슨이라 큰 기대도 하지 않고 묵묵히, 꾸준히.
그러다 지난 겨울부터 4권을 시작했다.
책을 보면, 이제 중급 정도의 단계가 되었나, 놀랄 만큼
곡의 수준이 달라져 있다.  

하지만 역시 큰 기대 없이, 묵묵히, 꾸준히, 레슨을 받은 덕분인지
별 부담 없이 바이올린을 잡는다. 다행이다.
학교에서 악기 하나쯤 배워줄 수 있는 환경이 된 거라고는 아직 말할 수 없겠지만
아이는 여전히 즐겁게 삑삑 소리를 내며 바이올린을 켠다.  

책이 얄팍하다. 수준이 좀 되는 곡들이라지만 몇 곡 수록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수록곡들을 살펴보면 이 몇 곡 안 되는 교본을 끝날 즈음엔
실력이 분명 나아질 것이다.
오히려 책이 두툼했더라면 한 권씩 끝내는 즐거움도 많이 느끼지 못할 테니
차라리 얄팍한 게 낫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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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 - 우리말 속뜻 사전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
박숙희 편저 / 책이있는마을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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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이가 뜬금없이 물었다.
"'시치미 떼다'나 '어처구니 없다' 같은 재밌는 말 또 아는 거 있어요?" 
갑자기 생각이 안 나네, 하려다 솔직히 말했다.
"잘 모르겠는데. 찾아볼까."
그러고서 책장 한쪽 구석에 꽂힌 이 책을 꺼냈다.
역시 예전에 사다놓고 조금 읽다 만 흔적이 보인다.
아이와 나란히 앉아 몇 가지만 읽어보았는데 정말 재밌다.
바닷물고기에서 이름을 따온 '멍텅구리'부터
불이야 불이야에서 줄여나온 '부랴부랴'
날쌔게 먹어치우는 곶감에서 나온 '감쪽같다' 같은 말들.
가끔 기막히게 웃기는 말도 있어 한참 이 책을 붙들고 있었다.
아마 며칠동안 틈틈이 웃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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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1 조반니노 과레스끼 선집 2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이승수 옮김 / 서교출판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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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과 공산주의자 읍장의 티격태격하는 다툼은 
작가가 그리는 캐릭터 탓인지 귀엽기까지 하다.
가만히 읽고 있으면 작은 새둥지 안에서 그 여린 부리로
서로 쪼아대는 아기새들 같아 보듬어주고픈 생각까지 든다.  
어두운 길목에 버티고 섰다가 몽둥이찜질을 퍼붓는데다
달걀 한꾸러미 깨뜨릴까봐 할수없이 맞고 들어와 분통을 터뜨리는 신부며,
힘좋고 배짱좋은 신부한테 맞춤법 좀 교정해달라고 찾아오는
완고한 공산주의자 읍장이며, 모두 아기새 같은 존재임에 분명하다.
적어도 신부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예수님의 눈에는 그럴 것이다.   

갈등의 골을 가질 수밖에 없는 관계지만 그전에 그들은 깊은 정을 가진다.
그건 서로 받아쳐주며 자신의 존재에 힘과 위로를 주는 관계라서가 아닐까.
아닌게아니라 읍장은 멀리 떠난 신부를 그리워하고
신부도 초라해지는 읍장을 못견뎌한다.  

이 소설은 참 재밌는 구성을 가졌다.
신부와 읍장의 갈등이라는 기본 틀 안에 
포복절도할 만한 에피소드를 매번 만들어 부어주는 식이다.
무수한 에피소드들을 조금씩 다른 색으로 찍어낸 판화처럼 읽어가면서
틈틈이 즐거워지는, 흥미로운 소설이라고 할까.  

가끔 내 마음속에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이 있을 때
그가 나와 어떤 관계인지 되짚어볼 때가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뜻하지 않은 바람이 생겼다.  
그 미워서 쳐다보고도 싶지 않은 관계가 신부와 읍장 간의 갈등이었으면 좋겠다.
저 미운 놈과도 미운정을 들여봐?  
소설 속 귀여운 아기새 관계도 나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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