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1 조반니노 과레스끼 선집 2
죠반니노 과레스끼 지음, 이승수 옮김 / 서교출판사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신부님과 공산주의자 읍장의 티격태격하는 다툼은 
작가가 그리는 캐릭터 탓인지 귀엽기까지 하다.
가만히 읽고 있으면 작은 새둥지 안에서 그 여린 부리로
서로 쪼아대는 아기새들 같아 보듬어주고픈 생각까지 든다.  
어두운 길목에 버티고 섰다가 몽둥이찜질을 퍼붓는데다
달걀 한꾸러미 깨뜨릴까봐 할수없이 맞고 들어와 분통을 터뜨리는 신부며,
힘좋고 배짱좋은 신부한테 맞춤법 좀 교정해달라고 찾아오는
완고한 공산주의자 읍장이며, 모두 아기새 같은 존재임에 분명하다.
적어도 신부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예수님의 눈에는 그럴 것이다.   

갈등의 골을 가질 수밖에 없는 관계지만 그전에 그들은 깊은 정을 가진다.
그건 서로 받아쳐주며 자신의 존재에 힘과 위로를 주는 관계라서가 아닐까.
아닌게아니라 읍장은 멀리 떠난 신부를 그리워하고
신부도 초라해지는 읍장을 못견뎌한다.  

이 소설은 참 재밌는 구성을 가졌다.
신부와 읍장의 갈등이라는 기본 틀 안에 
포복절도할 만한 에피소드를 매번 만들어 부어주는 식이다.
무수한 에피소드들을 조금씩 다른 색으로 찍어낸 판화처럼 읽어가면서
틈틈이 즐거워지는, 흥미로운 소설이라고 할까.  

가끔 내 마음속에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이 있을 때
그가 나와 어떤 관계인지 되짚어볼 때가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며 뜻하지 않은 바람이 생겼다.  
그 미워서 쳐다보고도 싶지 않은 관계가 신부와 읍장 간의 갈등이었으면 좋겠다.
저 미운 놈과도 미운정을 들여봐?  
소설 속 귀여운 아기새 관계도 나름 괜찮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