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2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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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이 소설 속에는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강하고 독하다.
실제로도 그런가, 괜스레 내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능력은 대단한 남자가 여자의 실연 통보에 한껏 휘둘리는가 하면,
권력지향적인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을 벗어나는 순간 하염없이 강아지 같아진다.
그들은 죄없이 범죄의 피해자가 되고,
또 범죄의 중심에서 범죄의 구덩이에 누군가를 처넣고 도망치는 자가 된다.
어쩌면 범죄의 중심에는 나약한 자신이 있고,
그 자신을 못 견뎌 잊고 싶어하는 타인 같은 자신이 있는 것이다. 

문제를 풀어가는 사람들의 면면이 흥미롭다. 
자기 삶의 문제에 허덕이면서 남의 문제를 풀어가는 고충이 기막히고,
이전에는 대단히 객관적으로 사건을 해석하던 것이
그 과정에서 지극히 주관적이며 감정이입되는 변화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하지만 절대로 오버하지는 않아서 좋았다.
이를테면 그 소설을 읽는 와중에 경찰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있어
한 몇 분 지켜보다가 어이없어 그만 자리를 떴는데, 문제는 이런 것이다. 
피의자를 추적하느라 과한 행동을 하는 형사가 울부짖는다.
죄없이 죽은 아무개 씨가 너무 불쌍하잖아요... 
감정이입이 되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그런 식으로 갑작스럽게도
도가 지나친 감정을 툭 내놓는 건 불편하다.
왜냐면, 불쌍한 감정까지는 이해하겠지만 울부짖는 감정까지는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또 하나, 끝까지 의리를 지키고 안 그래도 되는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의 친절은 결코 순수하지 않았다는 것이 소설의 전개 속에서
명백히 드러나고, 피해자는 이런 결심까지 한다. 
다시는 남을 절대로 믿지 않겠다!
실제로 나도 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나치게 친절한 얼굴은 가면 같아서 불편하고,
도에 넘치는 배려는 계산속이 감춰져 있을 듯하여 불안하다.
일이 잘 풀린다 싶으면 어느 순간 불편하고 불안해지는 것처럼. 
한데 남을 절대로 믿지 않겠다, 는 결심도 얼마나 불안한 결론인가.

사람은 모두가 불완전한 존재다.
범죄는 그래서 빚어지는 것일 터.
이 소설을 읽던 중, 나도 홧김에 저지른 일이 있다.
누구와 차를 타고 가다가 몇마디 주고받는 과정에서
그가 차를 확 받고 싶다며 소리쳤고,
나는 차가 밀려서 선 순간 갑자기 차에서 내려 딴 길로 갔다.
하지만 그는 차를 성질대로 받지 않았고, 나는 냅다 박차고 나오면서도
차가 멈추는 순간을 기다렸고 차 뒤에 오토바이라도 오지 않나
잠깐 확인했다는 것.
이 정도의 이성이 있으면 그래도 감정의 폭발적인 대립도 봉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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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 안톤 체호프 선집 3
안톤 체호프 지음, 장한 옮김 / 범우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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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체호프 선집 중 세 번째.
이 책에서 두드러진 작품은 '초원'이다.
여행기 성격을 띤 중편인데, 집을 처음 떠나온 소년이 주인공이다.
한 소년이 어미의 곁을 떠나 공부를 하러 나선다. 
낯선 사람들 속에서 초원을 가로지르는 길은 험하고 두렵다.
하나같이 다르고 또 둘째라면 서러울 이색적인 성격의 사람들이
그를 둘러싸고 초원을 지난다.
아이의 눈으로 초원과 무리를 바라보기에
모든 일들이 어렴풋하고 기이하다.  

아마도 체호프는 직접 여행을 떠나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가 되어 세상을 둘러봤을 것 같다. 
난생 처음 세상을 나간 소년의 두려움과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한데 두려움과 떨림은 내게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 두근거리게 좋다.
그건 무언가를 시작할 때 느낄 수 있는 것.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을 때의 조금씩 존재가 사라지는 듯한 절망보다는
걸음이 엉키면서도 조금씩 나아가고 혹은 더듬거리는 게 낫다.  

소설은 소년이 어느 한 곳에 정착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지점에서 끝난다.
이제 그의 삶은 어떻게 펼쳐질까, 가 작가의 마지막 문장.
놀랍도록 가슴 벅차고 두려움에 떨리는 상황 속에 소년을 놔두고
작가는 돌아섰다.
거기 선 채 작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소년이 아니라,
마치 나 자신 같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이라면, '초원'도 좋았지만
'구세프'가 더 좋았다.
절망스러운 상황 속에서 죽어가는 두 남자를 그렸다.
한 남자의 시선 속에서 다른 남자가 죽었고,
곧 그 시선의 주인공도 죽어, 객관적인 시점으로 죽음이 분해되는 결말을 그렸다.
주제의식도 생각해볼 만하지만, 죽음의 분해를 다루어낸 미학이 전율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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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인간의 대화 - 안톤 체호프 선집 1
안톤 체호프 지음, 홍순미 옮김 / 범우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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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범우사의 안톤 체호프 선집을 오랫동안 보관함에 넣어두고 있다가
마침내 하나씩 사들일 결심을 굳혔다.
그리고 1권을 사고 곧이어 2권을 구입하려다가 난관에 부딪혔다.
2권은 품절. 
아마도 나는 체호프의 소설을 읽고 싶은 생각이 2위,
1위는 나란히 다섯 권을 꽂아두고 싶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2권을 놓친 허탈감에 한참을 쌓아두었다가 1권을 읽었다.   

1권은 무척 짧은 단편들이다.
게다가 그간 번역되지 못한 체호프의 소설들이다.
아마도 너무나 짧으며 작품성이 떨어진다 생각되었던가 보다.
실제로 나도 우리나라 모 작가의 최근 단편집을 읽다가
조금 실망스러웠던 적이 있다.
너무 자투리 같은 짧은 글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한데 체호프의 초기 단편을 읽는 내내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무척 재미있었다.
그의 유머를 따라갈 사람이 있을까.
낭패스러운 결말을 그처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의 짧은 작품들을 읽다 보면 기막힌 웃음과 씁쓸한 페이소스가
밀물 썰물처럼 들었다 나가는 걸 느낄 수 있다. 
사람이 물질을 만들어냈으나 오히려 물질 속에 갇히고 마는 상황들이
그의 작품 속에서는 기묘하게 드러난다.
그 속에는 사람이 있고, 또 사람이 만들어낸 물질이 있고,
그것들이 뒤엉킨 구조가 있다.
아마 나도 그 안에서 내가 갇힌 구조를 올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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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빅터 - 17년 동안 바보로 살았던 멘사 회장의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레이먼드 조 지음, 박형동 그림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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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두려워하던 것이 있었다.
과감히 시도를 했으나, 실패하면?
실패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내게 능력이 없다는 걸 증명하는,
결정적인 일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남들은 그게 뭐 실패랄 것 있냐고 할 만한 일일 수 있지만
나는 혼자서 그 잣대를 들이댔던 일들에 몇 차례 증명해 보였다.
물론 누구랄 것도 없이 내게 증명하는, 바보짓.  

바보라고 내게 덧씌우면 바보가 된다.
그건 내가 능력이 있고 없고에 따라 발생되는 일이 아니라
내가 두려워서 주춤거리고 머뭇거리다 실패하게 되는 일이다.
그걸 안다.
하지만 아는 것과 몸으로 행하는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왜 바보로 살게 되었나, 아니,
왜 실패에 능력의 유무를 걸고 우려하는 바보짓을 하게 됐나, 하고
나를 생각하게 했다.
누구나 사람들 속의 바보가 될 수 있겠다.
그게 누가 내게 바보의 옷을 입혀줘서라기보다는
내가 스스로 주워입었기 때문이다.  

바보 빅터, 는 그런 얘기를 해준다.
네 바보 옷은 그만 벗어라,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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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s & Figures/Thoughts & Notions: Answer Key and Video Transcripts (Paperback, 4 Revised edition)
Patricia Ackert & Linda Lee 지음 / Thomson Learning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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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2권 함께 구성되어 있어 2권까지 공부하게 되긴 한데, 부록으로 있으면 더 좋을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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