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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인간의 대화 - 안톤 체호프 선집 1
안톤 체호프 지음, 홍순미 옮김 / 범우사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범우사의 안톤 체호프 선집을 오랫동안 보관함에 넣어두고 있다가
마침내 하나씩 사들일 결심을 굳혔다.
그리고 1권을 사고 곧이어 2권을 구입하려다가 난관에 부딪혔다.
2권은 품절.
아마도 나는 체호프의 소설을 읽고 싶은 생각이 2위,
1위는 나란히 다섯 권을 꽂아두고 싶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2권을 놓친 허탈감에 한참을 쌓아두었다가 1권을 읽었다.
1권은 무척 짧은 단편들이다.
게다가 그간 번역되지 못한 체호프의 소설들이다.
아마도 너무나 짧으며 작품성이 떨어진다 생각되었던가 보다.
실제로 나도 우리나라 모 작가의 최근 단편집을 읽다가
조금 실망스러웠던 적이 있다.
너무 자투리 같은 짧은 글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한데 체호프의 초기 단편을 읽는 내내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무척 재미있었다.
그의 유머를 따라갈 사람이 있을까.
낭패스러운 결말을 그처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의 짧은 작품들을 읽다 보면 기막힌 웃음과 씁쓸한 페이소스가
밀물 썰물처럼 들었다 나가는 걸 느낄 수 있다.
사람이 물질을 만들어냈으나 오히려 물질 속에 갇히고 마는 상황들이
그의 작품 속에서는 기묘하게 드러난다.
그 속에는 사람이 있고, 또 사람이 만들어낸 물질이 있고,
그것들이 뒤엉킨 구조가 있다.
아마 나도 그 안에서 내가 갇힌 구조를 올려다보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