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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의 명저 20 ㅣ 지혜가 드는 창 9
김진균, 임현진, 전성우 지음 / 새길아카데미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고등학교 3학년 수능이 끝난 뒤. 우리 반 담임선생님께서 혹시 시간나는 사람은 읽어보라며 추천해주셨던 도서들 중 제일 첫번째로 언급하셨던 것이 바로 이 책이었다. 그 때의 나는 정말이지 이유없이 사회학과를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지망했었고(정말 이건 지금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간다. 그 때 사회학이 어떤 학문인지 정확히 알았던 것도 아니고, 그 과에 나와서 무얼 할 수 있는지를 알았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평생 사회학 공부를 하면서 살아가리라 생각해본적은 더더욱 없었는데 말이다.) 대학에 가면-엄밀히 말해 '사회학과'에 '합격'하면-즉시 이 책을 구입해서 읽어보리라고 다짐(?)했었다.
물론 나는 당연히 사회학과에 떨어졌고, 한해 뒤 나와 우리 가족 입장에서 볼 때에는 더욱 쌩뚱맞게 법학을 전공하게 되었으며, 이 책은 어느샌가 내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그리고 2년쯤 지났을까. 학회 세미나 교재 선정차 교보문고를 헤매다가 우연히 이 책과 다시금 조우했을때 얼마나 기분이 묘하던지. 당장 이 책을 사고는 집에 들어와 읽었는데, 근데...뭐가 이렇게 어렵다냐.-_-;;;;; 담임선생님께서 우리의 정신 수준을 지나치게 높게 잡으셨던가, 아니면 읽지 않고 추천해주셨던가 둘 중의 하나라고 생각을 하고 한 쪽에 치워뒀다가 한참이 지나 다시 읽었지만, 역시나 어렵더라.
사실, 이 책이 어려운데에는 몇가지 꼽을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20권의 책을 300여 페이지에 소개하려다보니 압축적인 문장과 단어를 쓰게되고 그게 아마 나같은 초심자를 허덕이게 만드는 첫번째 요인일 듯 싶다. 그 다음으로는 공동작업인지라 앞에서 나왔으면 하는 설명이 없이 뒤의 내용이 나오곤 한다는 점인데, 이를테면 루만의 사회체계론은 탈콧 파슨스의 견해를 독자가 이미 알고 있을것이라는 가정 하에 설명하고 있지만, 탈콧파슨스의 주저(?)라 할만한 책은 명저20권에 선정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을만한 저자들의 믿을만한 20권의 선택은 이후 내 독서 방향에 어느정도 도움을 주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 여기에 선정된 책들 중 다수는 아직 읽지 못했지만 말이다.-_-;;;여하튼, 차마 '기획에 맞게 잘 쓰여진 책'이란 얘기는 못하겠지만, '사회학에, 혹은 고전에 어느정도 흥미를 북돋을 수 있는 책'이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ps.담임선생님께서 이 책을 추천해주시며 살짝 해주시던 부연설명. "S대 사회과학대는 두 분의 '균'들이 꽉잡고 있다고들 얘기하지"(왜 난 이런것만 잘 기억하는걸까.) 그 '균'들 중 한 분 이시자, 이 책의 공동저자이셨던 김진균 선생님이 돌아가신지도 어느덧 2년이 지났다. 늦게나마 '민중의 스승'이셨던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