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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삼국지 1 - 난세의 영웅
박종화 지음 / 대현출판사 / 1999년 7월
평점 :
절판
그게 언제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S대 수석합격자는 그 합격 비결로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엉뚱하게'삼국지'를 꼽았으며, 아이가 어느정도 컸다고 판단되면 엔간한 가정에서 의례적으로 사주는 것이 바로 삼국지 전질이다. 너도나도 삼국지를 권하는 사회가 과연 바람직한가? 그 좋은 동양고전 다 내팽개치고 처세, 협잡, 권모술수가 판치는 본서를 꼭 권해야하는가라는 의문은 제처두자. 이미 그 부분은 너무도 많이 지적되어 온 것이니깐. 그냥 나는 내 개인적인 '삼국지'에 관한 추억을 써보고 싶다.
내가 본 삼국지는 이문열씨의 것도, 혹은 최근에 나왔다던 황석영씨의 것도 아니다. 삼국지를 읽으면서, 한자공부는 따로 안하더라도 한자와 '친숙해지기라도'바라시던, 그리고 '삼국지같은 책은 옛 작가가 쓴걸로 봐야 제맛이 난다'는 다소 독특한(?) 지론을 갖고 계시던 아버지께선 한사코 한시 원문이 수록된 옛 삼국지 판본을 고집하셨고, 때문에 초등학교5학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무더웠던 그 해 여름, 아버지와 난 청계천 고서점을 땀을 뻘뻘 흘리면서 돌아다녔었다. 하지만, 수시간을 찾아헤매여도 아버지께서 염두에 두신만큼 옛스러운, 한자가 빽빽한 삼국지는 찾기 힘들었고, 그나마 한시가 원문으로 수록된 유일한 삼국지가 박종화씨가 편역한 삼국지였다. 박종화씨의 삼국지(그의 호를 따서 '월탄삼국지'라고 불리웠다)는 당시 '어문각'이라는 출판사에서 6권짜리 양장본으로 나와있었고, 이것이 내가 수도없이 읽었고 아직도 소장하고 있는 '삼국지'되겠다.
이 삼국지에는 다른 삼국지와 다른 몇가지 장점이 있는데, 가나다 순으로 배열되어 그 인물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곁들여진 인물사전, 삼국지에서 실화인 부분과 가상으로 꾸며진 부분에 관한 설명, 삼국지의 주인공들 자손에 의해 이어지는 '후삼국지'에 대한 간략한 개관 같은 것들이 바로 그것이다. 게다가 '삼국지 동호회'같은 곳을 보면, 아직도 절판된 '박종화 삼국지'를 찾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그런걸 보면 그 때 아버지와 함께 땀 뻘뻘 흘리면서 찾아다니던게 헛 고생은 아니었구나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