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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민족주의 비교연구
박호성 / 당대 / 1997년 8월
평점 :
절판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 이 책은 원래 짧은 논문으로 기획된 것이지만 저자의 뜻하지 않은 사고(교통사고)로 인해 어정쩡한 상태(?)에서 출판되게 된 책이다. 책은 우선 민족에 대한 기초 개념과 민족주의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한 후, 남한의 민족주의를 설명한다. 북한이 택하고 있는 공식적인 이념인 사회주의 사상에 따른다면, 사실 민족이란 개념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았기에 그닥 중요한 민족개념은 없었지만, 민족에 대해 언급했던 맑스주의의 황태자(?혹은 배신자?ㅋ) 카우츠키의 민족이론을 서술한 후 북한의 민족주의 개념을 논하고 있다.
저자는 남북한의 민족주의를 '서리 낀 창'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남북한의 민족주의에라는 '창'에 우리 민족주의의 역사적 특성이라 할 수 있는'문화민족주의'및'저항민족주의'의 내재적 문제, 그리고 이에 대한 정권의 정파적 활용으로 '서리'가 끼고 말았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한반도 민족주의론'을 제창한다.
이 책의 첫번째 문제는 우선적으로 한반도 민족주의론을 주장하기까지의 '비약'에 있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인해 출판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고, 때문에 책 흐름상에 어느정도 하자가 있을 것임을 저자가 서문에서 내비치고 있긴 하지만, 남한 민족주의와 북한 민족주의를 비판적으로 고찰한 후 한반도 민족주의를 주장하는 과정사이에 아무런 언급이 없다. 사정이 어찌되었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자의 마지막 주장이란 측면에서 볼 때 다소 아쉬운 감이 없지 않다.
두번째 문제로는 민족주의를 인류가 결코 떨쳐낼 수 없는 '창'으로 표현한 대목이다. 물론 우리의 민족주의는 잘만 활용한다면(물론 그간의 민족주의는 저자의 말대로 안에서의 자유에 있어서 상당히 야박했다는 결정적인 폐해가 있었다)적어도 가장 대립적인 두 주체-남한과 북한-만큼은 평화로 이끌어 통합하는 기재가 될 수 있다고 볼수도 있다. 하지만 민족주의를 통일 이후에까지 필요한, 아니 인류가 떨쳐낼 수 없는 필연적인 요소로서의 세상을 보는'창'으로 표현한 것에는 적어도 본서에 나와 있는것보다는 더 상세하고 성실한 설명이 필요했다. 민족국가의 통일 이후 언제나 팽창적이고, 혹은 이질적인 것에 대한 불관용적 측면이 강고해져온 민족주의의 지난 역사를 되돌아 보더라도 말이다.
저자의 주장까지 가는 논리에 있어서 비약(이라고 하기보다는 '누락'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만)이 있다는 점을 뺀다면, 아울러 제목 그대로 '남북한 민족주의 비교연구'에만 주목한다면 한번쯤 읽어보고 생각할 책이라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쓰다 만 책'이라는 다소간의 아쉬움은 지우기 힘든게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