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리야르와 시뮬라시옹 살림 H classic 1
배영달 지음 / 살림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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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보드리야르의 주저인 '시뮬라시옹'의 도입부 경구(?)는 굉장히 매력적인 구석이 있다. 사실, 남얘기처럼 써놓긴 했는데, 실은 이건 전적으로 내 얘기다-_-;;;; 즉, 그러니깐, 어느날 서점에서 민음사 판 시뮬라시옹 책 초입의 문구-시뮬라크르는 진실을 감추는 게 아니라, 진실이야말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숨길 뿐-에 완전히 뻑가서 구입했었는데, 그 수없이 많은 각주를 보고 질려서 포기하였던 전력(?)이 있었으니깐. 그러던 중 살림출판사에서 시뮬라시옹의 개론서로 보이는 본서가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주저없이 바로 구입하게 되었다는.

보드리야르는 현대 사회를 '소비의 사회'로 규정한 후, 우리가 소비하는 상품은 상품이 아닌 기호라고 주장한다. 즉, 우리가 코카콜라를 구입할 경우 우리가 구입한 것은 거품있는 검은 액체가 아닌, '젊음'이라는 상징, 즉 기호라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실재는 기호와 이미지의 안개 속으로 사라지'게 되며 결국 실체는 아무것도 없이 시뮬라크르가 시뮬라크르를 생산하는 상황 즉, 시뮬라크르의 자전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사고를 급진적으로 진행하여 '디즈니랜드는 미국 사회 전체가 디즈니랜드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그 곳에 존재한다'는 방식으로 까지 나아간다. 즉, 고위 공직자의 부패는 정부가 온통 부패 천지인 것을 감추기 위해 존재하고, 전쟁은 온 세상이 전쟁으로 가득차 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본에 대한 저항은? 저항마저도 시뮬라시옹의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으면 우리는 극단적인 허무주의에 빠지게 되는 것 아닌가?

이러한 허무주의의 함정으로부터 헤어나오기 위해 보드리야르는 '급진적사유'를 주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급진적 사유'가 설명된 부분은 내 역량으로는 도저히 이해불가였다. 실은 위의 정리한 내용들도 무지 자신있게 아는 척하고 썼다만, 그게 확실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는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즉, 이 책은 초보자를 위한 시뮬라시옹의 개론서라기 보단, 일단 시뮬라시옹을 읽은 사람들을 위한 책인 것 같다는 소리다. 시뮬라크르의 자전이나 내파같은 중요한 개념들이 앞에서 이미 다 사용된 후 뒤에 그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것만 봐도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다.-_-;;;

결국 시뮬라시옹을 읽은 후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는 숙제아닌 숙제가 다시 생긴 셈이다. 물론, 그 숙제를 언제쯤 해낼 수 있을지 기약은 없다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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