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부르디외와 한국사회 살림지식총서 76
홍성민 지음 / 살림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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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부르디외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지만 그의 원 저작을 보기엔 그 짧은 '강의에 대한 강의'를 읽고 하얀건 종이고 검은 건 글씨구나 외에 아무것도 얻지 못한 끔찍했던 개인적인 기억 때문에 꺼려졌고, 그렇다고 그에 관한 뾰족한 개론서 또한 그 누구로부터도 소개받지 못했던 나였기 때문에, 살림 지식총서 76번째 씨리즈로 부르디외와 관련된 책이 나오는 순간 주저없이 냉큼 샀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소감은?? 한마디로 대박이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문고본'이라는 양적 한계 때문에 부르디외 사상에 대한 소개 이외에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는 부르디외 사상을 한국 사회에 적용하여 비평까지 감행(?)하고, 그의 사상에 대한 꽤나 깊은 수준의 평가까지 해내고 있다. 심지어 저자는 마지막 부록처럼 덧붙혀 있는 '저자후기'에서 우리 학계의 고질적 병폐-학문 분야의 자리싸움?-까지 비판하며 앞으로의 연구방향까지 넌지시 알려주고 있다.

부르디외의 핵심 개념으로 저자가 꼽은 것은 아비투스와 상징폭력, 그리고 장이론이다. 이 세가지 개념은 오늘날 한국사회의 변혁 이론에 있어서도 적지않은 함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어찌보면, 정치적인 세력 확대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문화로 그들의 정치를 둘러 싸는 것이 아닐까? 자본의 논리가, 자본의 문화가 도처에서 관철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설령 좌파정당이 집권한다 해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오해는 마시라, 정치적 운동 자체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니깐. 하지만, 누군가는 부인한다 하더라도 아비투스, 그리고 상징폭력의 중요성을 우리는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적은 분량의 책이지만, 그 어떤 책보다 오랜, 진지한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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