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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게 불만스러웠고, 모든게 싫었다. 성적은 미친듯이 곤두박질 쳤고, 그렇다고 다른 뾰족한 재능이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어디에다 하소연한다고 풀릴문제도 아니었다. 나 스스로 원하는것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만사 싫었다. 어느날 저녁을 먹으며, 나도 모르게 주절주절 이런식의 불만을 늘어놓자 아버지께선 한마디 하셨다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거니?" 물론 나는 그에 대해 아무 답도 할 수 없었다. 그냥 모든게 싫었고, 그래서 모든 것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었으니깐. 이게 나의 고등학교 시절의 모습이다.
책을 보며, 그등학교 때 이 책을 만났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나만 힘든게 아니었구나. 그 때 이 책을 만났다면, 홀든 콜필드를 만났다면, 조금 덜 힘들 수도 있었을텐데. 콜필드의 학창시절과 나의 학창시절간에 차이가 있다면, 자신의 감정에 대한 솔직함의 유무 정도일 뿐이리라. 개인적으로 너무도 공감이 갔고, 아마 이것은 대다수가 '이유없이' 소외되고 억압될 수 밖에 없는 우리의 교육현실상 다른 독자들도 비슷할꺼라는 생각이 든다.(아닌가? 그럼 복받은거고)
존레논의 암살자는 이 책을 읽고 존레논을 암살했다고 했다지만, 그건 아마 그가 이 책을 오독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홀필드에게는 어린 시절의 철없는 냉소만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에게는, 어찌보면 매우 소박하면서도 굉장히 소중하며 원대한 소망-비유적으로 '호밀밭의 파수꾼'-이 있었고, 그가 사랑하는 무엇-천진난만한 아이들-도 있었다.(이 점 또한 나와는 굉장히 다르다.) 콜필드가 자라서 어른이 되었다면, 분명 아마 어린 시절의 냉소를 가볍게 뛰어넘는 따뜻함을 가진 사람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에게는 남들이 품을 수 없는 진정 따뜻한 '꿈'이 있었으니깐.
ps.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번역'일 것이다. 적당한 과장과 적당한 비속어 사용은 독자로 하여금 기분나쁘지 않으면서도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미덕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