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미래
앤서니 기든스 지음, 신광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책의 원제는 'Where now for New Labour'다. 여기서 New Labour가 새로운 노동이 아닌 신노동당이라는 것은 어지간한 눈치없는 사람도 쉽게 알아챌 수 있는 것. 하지만, 자본주의사회에서 상업적인 고려를 안하고 생활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터, 다소 황당한(?) 제목에 대해선 일단 관용을 베풀어도 좋을 듯 싶다.^^;;;

제3의길이 블레어 정부의 공식 이데올로기로 절찬리에 '팔려나가고'있을 때, 에릭 홉스봄과 스튜어트 홀을 위시한 영국 좌파 학자들은 '제3의 길은 없다'라는 책에서 블레어 정부와 기든스의 기획은 '그저 우회하는 것일 뿐'이라며 통렬히 비판했었다. 이 책을 보고 난 느낌은 글쎄, 우회라는 표현조차도 후하겠다는 것. 책에서 보여지는 기든스의 논리 대부분은, 신자유주의 논리에 대항하기보다는 이를 좌파적으로 억지로 수렴하여 합리화하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변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아울러 이 책이 발간된 이후의 일이기는 하지만, 기든스가 블레어의 노동당 정부가 행한 이라크 파병을 어떻게 보는지도 굉장히 궁금하다. 그것마저 합리화하려나?) 게다가 자신을 비판하는 소위 '구좌파'세력에 대해서는 심지어 '의심할 여지없이 좌파의 일부는 좌파가 정권을 잡았을 때보다 우파가 정권을 잡았을 때 더 행복해한다'는 이야기까지 하는데, 다소 진지함을 결여한 발언이 아닌가 싶어 실망스러웠다.

아울러, 제3의 길의 기획이 애초 취지와는 달리 실제 정책대안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에 있어서 정반합의 합(合)이라기보다, 단순한 절충이 되지 않았는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국유화와 민영화 사이에서 '관민 협동체제'뭐 이런 대안은 솔직히 기든스'씩이나'되는 학자의 대안이라고 보면, 다소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건 세계적으로 유명한 석학이, 고고한 상아탑에 머물지 않고 어떻게건 자신의 이론을 팍팍한 현실 속에 구체적인 정책의 형태로써 적용해보려는 노력의 모습만큼은 확실해 보이며, 그 점은 동북아의 분단된 국가의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굉장히 부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오늘도 방송을 틀면, 그 수많은 식자들과 교수들이 이런저런 그럴듯한 이야기들을 하지만, '한국은 어떤 국가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기든스만큼 딱 부러지면서도 독창적으로, 그러면서도 사려깊고 따뜻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학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ps.번역의 문제에 있어서, 접속사나 조사가 어긋나고 주어술어의 호응이 종종 어그러지는 경향이 보여지는데, 혹여 새로 찍어지는 판본에는 그 부분에 있어서 수정을 해 주셨으면 하는 조그만 소망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