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좌파 - 김규항 칼럼집
김규항 지음 / 야간비행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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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불온한가' 서평을 쓰다가, 이 책'이야말로' 추천해보고 싶어서 한번 써본다.

대학 1~2학년 시절, 소위 '비판적 지식인'이라고 불리우던 분들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분은 김규항씨라고 종종 이야기하고 다녔었다. 내 생각에, 강준만씨와 진중권씨는 다소 공격적으로 보였고, 유시민씨는 조금 무서웠으며(-_-;;;)고종석씨와 홍세화씨는 글 속에 다소 '쓸쓸함'이 묻어나와 조금씩 꺼려졌었는데(그래도 그 분들 모두 좋아하긴 했었다) 김규항씨는, 글쎄. 그런 느낌보다는 그냥 위선을 굉장히 싫어하는 분, 때문에 '믿을만한 분'정도로(그렇다고 다른 분들을 믿지 못했다는 얘긴 아니다)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정작 그의 단행본을 읽은 것은 위에 나열한 '비판적 지식인'의 책들을 한권이상 읽은 후 2003년 여름쯤에서나 가능했다. 재생용지에 소박한 디자인은 너무도 '그 다웠고', 때문에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도서관에서 졸릴 때마다 틈틈히 보리라 생각했지만, 책을 잡고 한두시간만에 다 읽어버리면서 굉장히 아쉬워했던 기억도 난다.

흥미로운건, 시간에 따라 바뀌는 그의 글들의 뉘앙스(?)였다. 사실, 김규항씨 본인또한 서문에서 어느정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만, 그가 초기에 썼던 글들은 굉장히 냉소적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냉소적이기'만'한 글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글은 점점 따뜻하고 희망적이 되어지며, 마지막에 가서는 내가 알고 있던 김규항씨가 등장(?)하더라. 아, 그때의 묘한 기쁨(?)이란.

위선을 싫어하지만 도처에 위선이 깔려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고, 좌파로 사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너무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그이지만, 그런 그마저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무엇인가 희망을 보았고, 때문에 그의 글들도 시간이 감에 따라 금씩 밝아졌었던 게 아닐까? 세상은 알고보면, 수많은 절망만큼이나 수많은 희망이 함께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그의 날카로운 문장, 날카로운 비판들을 통해 세상에 눈을 뜰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한 진보적 지식인이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은근슬쩍 보게 된 것 같아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솔직히 말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나온 '나는 왜 불온한가'보다 이 책이 더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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