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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마르크스주의 전통은 무엇인가 ?
존 몰리뉴 지음, 최일붕 옮김 / 책갈피 / 2005년 8월
평점 :
고전 마르크스주의 전통은 무엇인가? 아마, 저자인 몰리뉴 교수는 이렇게 답하고 싶으셨나보다. '그것은 바로 트로츠키주의이다.'
저자가 고전마르크스주의의 전통에 속하느냐 않느냐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그것은 바로 '진정 노동자를 변혁의 주체로 보느냐. 그리하여 노동자가 역사의 주인이 되도록 하느냐,'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저자는 흔히들 마르크스주의의 한 지류로 꼽히는 카우츠키주의나 스탈린주의, 그리고 제3세계 민족주의를 '알고보면 마르크스주의가 아닌 것'으로 논증해낸다.
사실, 개인적으로 그의 분석과 비판에 대해 토를 달 생각은 전혀 없다. 아니 오히려 상당부분 동감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으로 고전 마르크스주의 전통에 속하는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정말이지 모르겠다. 카우츠키주의건 스탈린주의건 제3세계 민족주의건 애초 취지는 자본에 대한 저항과 변혁이었고, 어찌되었건 조금이라도 더 진보적이고 조금이라도 더 살만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들의 미약한 사회경제적 토대나 지도자의 스타일, 혹은 체제 내재적 모순은 그러한 '주의'들을 막말로 '망'하게 만들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그들의 실수 또한 마르크스주의 전통 하에서 검토되고 비판되는 것, 그러한 성찰과 반성이야말로 조금 더 나은 마르크스주의를 만들기 위한 생산적인 작업이 아닐까. 스탈린주의가, 일국사회주의가 알고보면 국가자본주의라는 저자의 지적에 당연히 동의하지만, 그러한 스탈린주의의 국가자본주의적 요소는 이미 저자가 고전마르크스주의의 전통에 속하는 사람으로 꼽은 레닌의 신경제정책에 노정된 것은 아니었을까. 그러한 분석과 비판, 혹은 반성은 빼놓은 채 여러 다른 맑스주의계열의 사상을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게 '정치적'인 언술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일까. 그 어느 책보다도 짧은 내용 속에 현실사회주의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알기쉽게, 잘 지적하고 비판해 낸 이 책은 나에게 99%만족을 줬지만, 저자의 작업이 썩 '생산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라는 1%의 실망감? 혹은 당혹감? 때문에 나에게 책을 읽은 후 만족감보다는 찜찜함의 기억을 더 오래 남겨준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