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치적 인간의 초상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 리브로 / 1998년 7월
평점 :
품절


막스 갈로의 '나폴레옹'을 꽤나 지루하게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 '내가 만약 소설을 쓴다면, 나폴레옹보단 탈레랑이나 혹은 무엇보다 푸셰!!같은 사람이 소재로 더 끌릴텐데.' 역시나, 그런 생각을 나만 했을리가 없지. 역사소설의 대가(?) 츠바이크가 이미 반세기 전 푸셰를 소재로 소설을 썼더군.

그럼, 지극히 정치적인 인간, 푸셰는 누구인가?? 젊은 시절, 수도승으로 시작, 프랑스 대혁명의 파고 속에 뛰어들어 산악파니, 지롱드니, 나폴레옹이니, 왕정복고니 수많은 정변을 겪으면서 수많은 영웅들-국왕이었던 루이16세를 시작으로, 마라, 로베스피에르, 심지어 나폴레옹까지-이 쓰러지는 동안, 끝까지 권력의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은 좋게 말한다면 처세술의 달인이요, 나쁘게 말하자면 기회주의자 중의 기회주의자였다.

그가 선택하는 당파는 이념이고 뭐고 없이 오로지 '다수당'이었다. 그에게 일관성이 있다면 오로지 그 점 뿐. 어느 당이 다수당인지 알 수 없는 혼란의 시기에는 이기는 쪽이 확연하게 드러날때까지 은둔하며 기다리는 현명함(?)까지 보인다. 그는 한번도 최고의 지위에 오른 적은 없지만, 최고권력자 주위에서 '언제나' 살아남으면서, 그 최고권력자를 막후에서 쥐고 흔들었으며, 자신의 살아남음을 위해 체제와 자신이 그간 충성을 바치던 군주를 버리는 데에도 서슴치 않았다. 그에게는 그 어떤 숭고한 가치도 없었고 오로지 맹목적인 생존의지, 권력의지, 부에대한 의지 뿐이었다. 권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때문에 이를 유지하기 위해 보여진 그의 '비겁함' 은 그 어떤 폭군의 악랄함보다 더 많은 이를 죽음의 길로 이끌었고, 그의 '탁월한 능력'은 수많은 제도와 이념을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었다.

츠바이크는 시종일관 푸셰를 비난하지 않는다. 차라리 그의 능력을 칭송하는 편에 가깝다. 이를 통해 츠바이크가 보여주고자 한 것은?? 폭압적인 독재자, 무능력한 대표자만큼이나, 스스로 보신하기에 정신없는 비겁한 지도자가 더 무섭다는 것을, 정작 주의하고 경계하여야 할 자는 멍청한 패배자가 아니라 비열하게 성공한 자라는 것을 보여주려던 것이 아니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