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은 신화다, 계몽의 변증법 리라이팅 클래식 8
권용선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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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마스는 대학원 시절 이 책을 읽곤 '신선한 지적 충격'을 받았다고 하면서 금세기 가장 우울한 책이라는 평을 했다. 개인적으로는 하버마스의 그 말에 속아서(?) 문학과 지성사에서 간행된 '계몽의 변증법'을 샀다가 50페이지를 채 넘기지 못하고 좌절하고마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고.

하여간, '계몽의 변증법'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관심이 가던 책이었건만 그 난해함에 손도 못대고 있던 도중, 그린비의 리라이팅 클래식 시리즈의 한권으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지체없이 구입했다. 저자의 소개에서 보면 나오듯, 저자도 계몽의 변증법이 쉬운책은 아님을 미리 경고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다양한 문학적 방법을 사용한다. 이를테면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가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던지, 그 둘이 서로 특정주제에 대해 대화를 한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신'을 몰아냄으로써 계몽의 시대를 열었던 이성은 스스로 신의 자리를 차지하여 결국 새로운 야만을 불렀다는 계몽의 변증법의 취지를 이 책을 읽으면서 쉽게 알 수 있었다. 또한 오디세우스와 사드의 소설에 관한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의 해석을 보며, 고전 해석의 또다른 방식을 보게 된 것도 또 하나의 수확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다른 리라이팅 시리즈에 비해 약간의 아쉬움이 남음은 지울 수 없다. 물론 계몽의 변증법 자체가 원채 어려운 책인지라 그것을 알기 쉽게 설명한 것만해도 충분히 대단한 일일 수는 있겠지만, 리라이팅 시리즈의 다른 책에 비해 저자 자신의 생각에 대해서는 그닥 많이 나와있지 않았다는 점이 첫번째 아쉬움이다. 두번째 아쉬움은 계몽비판의 측면에 있어서 이후의 논의는 어떻게 되어가는지,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철학자들은 이 책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근대성의 기획을 고수하고 있는 그들의 후예-대표적으로 하버마스-들의 이 책에 대한 입장은 어떠한지에 대한 설명도 있었으면 조금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 개인적으로는 분량도 좀 더 늘리고, 출간시기가 다소 늦춰지더라도 그 부분에 있어서 다소간의 보충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조그마한 아쉬움이 남는 책이기도 했다.

자, 어쨌건 그럼 이제 '계몽의 변증법'원전을 읽는 일만 남은건가??
근데 언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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