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죽은 사상인가
막스 갈로 지음, 홍세화 옮김 / 당대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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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본서는 미국의 평론가 윌리엄 파프씨가 던진 '진보는 이제 죽은 사상인가'라는 질문에 프랑스의 철학자, 역사가, 정치가, 교사 등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답하는 형식으로 '르 몽드'지에 실린 것을 모은 책이다. 필진에는 소설 '나폴레옹'으로 국내에도 어느 정도 알려진 막스 갈로나, 조절이론으로 유명한 알랭 리피에츠, 유럽은행 초대 총재였던 자크 아탈리등이 눈에 띈다.

글이 쓰여진 시기가 세기말인 96년 가을쯤이었던데다가, 동구가 몰락하고 과학기술의 성과만큼이나 그 충격적 부작용이 더 심화되어 보여지는 시기였기에(당시 유럽은 광우병 파동의 여파로 뒤숭숭했다. 물론 요즘엔 조류독감 덕택에 아예 '전세계'가 뒤숭숭한 상황이다만)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사뭇 어두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진보'란 무엇일까? 책에서 언급되는 진보는 단순히 '좌파적'혹은 '민주주의적'사고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과학기술의 발달, 물질문명의 혜택 등등을 포괄한 굉장히 넓은 개념이고, 여기에는 어찌되었건 '앞으로 잘 될 것이다'라는 믿음마저 포함된다.

우리가 생각했던 미래가 그렇게 장밋빛만은 아니었음을, 인간이 그의 의지로 만든 세상이 그렇게 인간적이지만은 않음을 목도한 상황에서, 저자들이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부분은 두가지 정도 되는 것 같다. 과학기술의 진보가 윤리적 진보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미래는 진보로 보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하다는 것.

지나친 비관주의가 책 전반을 엄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저자들은 한결같이 '의지로 낙관'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렇다. 불확실에 직면한 오늘의 세계에 모든 것은 인간의 의지에 맡겨져있다. 우리의 자유는 책임을 묻고있다. 때문에 밝은 미래는, 단순한 몇가지 기획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다른 무엇이 아닌 '우리의'끊임없는 노력과 성찰, 바로 그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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