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의 슬픔 브레히트 선집 1
베르톨트 브레히트 지음, 김광규 옮김 / 한마당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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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님, 저는 날을 수 있어요.
재단사가 주교에게 말했습니다.
주의해 보세요. 제가 어떻게 날으는지!
그리고 그는 날개처럼 생긴 것을
가지고 높고 높은 성당
지붕 위로 올라갔습니다.

 
주교는 계속해서 걸어갔습니다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야 사람은 새가 아니거든.
앞으로도 사람은 절대로 날을 수 없을꺼야
주교는 재단사에 대하여 말했습니다.

그 재단사가 죽었어요.
사람들이 주교에게 말했습니다.
굉장한 구경거리였어요.
그의 날개는 부러져 버렸고,
그의 몸은 박살이 나서
굳고 굳은 성당 마당에 놓여져 있어요.

성당의 종을 울리시오
그것은 거짓말에 지나지 않았소.
사람은 새가 아니오.
앞으로도 사람은 절대로 날을 수 없을 것이오.
주교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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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에는 인터넷을 검색하다보면 심심치않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비교적 잘 알려진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나 '살아남은 자의 슬픔', '어느 책읽는 노동자의 의문'등도 수록되어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는 바로 이 '울름의 재단사(Der Schneider von Ulm)'라는 시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브레히트의 몇몇 시들이 빠져 있는 것이 보이고, 번역에 있어서도 아주 약간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만, 어쨌거나 본서가 현재 유일하게 '유통'되고 있는 브레히트 시집이라는.^^ 

낙관할 것이라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시기를 살다 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하려는 의지가 보여지는 한 극작가의 시집이다. 전체적으로 짙은 어두움 속에서, 그럼에도 마지막 남은 빛줄기를 붙잡고 놓지 않으려는 시집의 분위기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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