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리다 하룻밤의 지식여행 19
제프 콜린스 지음, 이수명 옮김 / 김영사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그 사상의 난해함도 그렇지만, 국내에 소개된 그의 저서들이 대부분 오역으로 뒤범벅 되어있다는 점에서 꽤나 자자한 명성을 얻고 있는 데리다는, 그럼에도 철학, 사회학, 정치학, 문학등등등 적지않은 분야의 수많은 서적들이 그의 사상을 독자들이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라 전제한 채 서술해나가고 있기에 평범한 독자들에게 있어선 또한 난감하기 이를데 없는 철학자이기도 하다. 그런 와중에 제대로 읽자니 부담스럽고 지나치자니 호기심을 참을수 없기도(?)해서 '하룻밤의 지식여행'시리즈에 나와있는 데리다를 읽게 되었는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생각보다 괜찮았다.

우선 김영사의 '하룻밤의 지식여행'시리즈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본다면, 이 시리즈는 영국 아이콘 북스에서 발행된 말랑말랑한 만화(?)형식의 철학/사상 입문서인데,(사실 이 책의 경우 만화형식이라고 하기에는 같은 시리즈의 다른 책들에 비해 텍스트가 지나치게 많은 감이 없지 않았다. 텍스트만 뽑아도 문고본 한권 분량은 거뜬히 될 듯) 실험적인 일러스트레이션과 갖가지 시각적 효과를 이용하여 간단 명확하게 인물의 사상이나 어떠한 학문 분과를 전달하고 있는 듯 싶다. 개인적으로는 이전에 이 시리즈 중 다섯번째인'철학'과 여섯번째인 '사회학'을 서점에서 친구기다리면서 번갯불에 콩구워먹듯 해치운적이 있는데, 그 책들 또한 나쁘지 않았다는점에서 일단 어느정도 신뢰할만한 시리즈라는 생각은 든다.(성급한 일반화의 오류?ㅋ 아울러 여담이다만 이런 책이 출판될 수 있는 영국 출판 시장이 조금은 부럽기도 하다.)

책은 데리다가 케임브리지 대학으로부터 명예박사학위를 수여받을 때 벌어진 흥미로운 해프닝을 시작으로 그의 사상 및 개념들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사실 이 정도의 입문서 한권 읽고 데리다 철학이 어떻네저떻네 하는 것이 얼마나 웃긴 일인지 나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만, 그래도 무리해서(?) 그의 주된 작업이었던 해체에 대해 논하자면 책 서두에 소개된 수많은 설명들 중 하나만큼 진실에 근접하게 설명된 것이 없어보인다. '당신이 해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 어떤 것'.

데리다의 해체작업은 솔직히 말하자면 '말장난'이었을런지도 모른다.(때문에 그의 명예박사수여에 대한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들의 반응 또한 이해못할바도 아니다.) 실제 데리다 자신도 그의 작업을 해체'놀이'라고 한다.(물론 개인적으론 뭐 이런 놀이가 다 있냐 싶긴하다-_-;;;) 아울러 책의 말미에 언급된대로, 정의를 하는 순간 미끄러지는 이 해체라는 개념이 윤리적, 실천적 함의를 갖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이 비해체적인 가치를 받아들여야 하는 모순 또한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인 듯 싶다. 하지만, 모든 분류의 사이사이에 있는 '결정불가능한' 수많은 항들의 다발들을 이야기하여(사실 그것들마저도 곧 해체가 가능하다) 현대철학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던 그의 작업은 충분히 매혹적이었고 실제 상당한 의의를 지녔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세간의 말마따나 설령 '해체는 죽었'다 하더라도 해체 그 자체는 좀더 오래 존속하게 될 것 같다. 그가 열어젖힌 또다른 사유의 영역은-우리도 모르는 사이-이미 우리 모두의 사유의 영역에 들어왔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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