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놉티콘- 정보사회 정보감옥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63
홍성욱 지음 / 책세상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전공하나 갖고 절절매는 나에게는 이런저런 학문들을 횡단하는 사람들에 대해 신기함을 넘어 경외감 비슷한게 느껴진다. 저자인 홍성욱씨 또한 그런 경우인데, 그 '횡단'이란게 인문학 분과내의 횡단 뿐 아닌 자연과학과 인문과학 사이에서의 횡단이란 측면에서 더욱 놀라웠고 신선했다.

책은 파놉티콘에 관한 논의로부터 시작한다. 파놉티콘은 '공리주의자'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벤담이 구상한 감옥인데, 이 감옥은 중앙의 감시공간에서 간수가 죄수의 일거수 일투족을 포착할 수 있음에도 죄수는 간수를 볼 수 없는 형태라는 점에서 그 특이성을 지닌다. 간수는 언제든 눈을 돌려 죄수를 볼 수 있지만, 죄수는 간수의 행동을 보지 못하기에 언제나 자기감시를 통해 규율을 내면화하게 된다. 시선의 '비대칭성'을 그 특징으로 하는 이러한 파놉티콘이 다시 논의되게 된 것은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진 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통해서였다. 푸코는 이러한 파놉티콘의 논리가 오늘날 사회전반의 통제와 규율에 쓰여지게 되었다고 주장했는데, 책은 이러한 논의와 다른 학자들의 반박을 소개하며 과연 그렇다면 현대 사회 권력의 '감시'와 '규율'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를 역사적으로 고찰한다. 

'기계' 그 자체에 의해 작업장을 감시, 통제했던 포디즘의 시대를 지나 개개인에 대한 정보수집을 강화하여 '과학적'인 통제를 하는 정보파놉티콘 시대의 권력은 범위에 있어서 한계가 없다는 그 '정보수집'의 특이성으로 인해 규율사회를 지나 통제사회로 나아갔고, 이를 사례별로 자세히 고찰해주는 저자의 언급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심지어 피감시자가 감시자에게 직접 정보를 제공해주는 '수퍼파놉티콘'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저자의 언급과 실제 사례들을 보면서 정말이지 무서워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러한 감시는 감시와 같은 방법으로 역감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해방의 공간을 제공한다. 생각만 바꾸면 권력의 감시와 같은 메커니즘으로 피감시자 전원이 권력을 감시하는 것 또한 가능하고, 실제 그러한 사례들도 종종 있었다. 언론이나 인터넷, 시민단체를 통한 참여와 권력에 대한 감시는 다른 한편으로 대중의 권력통제 기능을 그 이전의 어떤 시대보다 강화시켜 결국 권력의 감시를 권력에 대한 감시로 전복시키고 있다. 아울러 감시 그 자체 또한 사회복지 시스템의 정립이나 작업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 또한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술의 궤적을 결정하는 것은 기술 그 자체 뿐만 아니라 기술과 사회세력들의 다양한 개입 사이의 상호작용이라는 저자의 주장, 그러하기에 정보접근의 비대칭성을 도모하는 권력에 끊임없이 저항하며 그 권력을 감시하고자 하는 시민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하는 주장에 동의하기는 하지만, 한가지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은 든다. 정보를 공유하고 접근하는 문제는 그렇다쳐도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자 하는 자유, 즉 프라이버시권은 어쩌겠냐는 것이다. 저자 말마따나 프라이버시권은 문제제기조차 힘든 권리이다. 일단 사람들은 단기간의 이익을 위해 너무도 쉽게 그러한 권리를 포기하며, 피해를 입기 이전에는 중요하다고 생각조차 하지 않으며, 아울러 개개인 또한 자신의 정보는 노출시키지 않으면서도 남의 정보를 일정정도 알고자 하는 욕구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연예인의 사생활 관련 뉴스가 나올때마다 제기되는 공인의 정보공개와 프라이버시 침해의 기준문제 또한 이와 연동된다고 생각된다. 이 부분 또한 무시할 수 없을만큼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고, 저자 또한 마지막 장에서 어느정도 지적은 하고 넘어갔지만,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빠뜨린 것 같다. (물론 역시나 그 대안은 '사회적 합의'라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겠지만 말이다ㅋ)

아무튼 책은 오늘의 '정보 사회'에 자신의 정보가 어떻게 유출되고 있는지 고발하며, 그러한 정보유출은 어떠한 문제를 낳는가, 우리가 진정 정보를 통해 풍요로움과 자유로움을 함께 얻으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괜찮은 책이고, 수많은 흥미로운 사례들 덕택에 자칫 지루할수도 있는 주제를 지루하지 않게 잘 풀어내고 있는 듯 싶다. 일독을 권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