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시대 초국적기업의 실체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80
장시복 지음 / 책세상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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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라는 단어도 그렇지만, 이러한 세계화의 '본좌'(?)라 할만한 '초국적 기업'이라는 단어도 정의내리기는 굉장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몇 국가 이상에서나 기능을 해야 '초국적'일까? 그 국가에서의 활동정도는 어느정도 이상이 되어야 '초국적'인 것일까? 저자는 이처럼 모호한 의미를 가진 '초국적 기업'을 정의내리는 것으로 서술을 시작한다. 저자가 정의하는 초국적 기업이란 '거대한 규모를 가지고 본국의 기반을 바탕으로 자본 축적을 세계적 규모에서 수행하며, 이러한 축적을 가능하게 하는 전략과 조직을 갖고 있는 기업'이다. (아마 이러한 정의에 대해 크게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1장에서는 마치 정치경제학의 기초이론을 설명하려는 듯, 세세하면서도 핵심적으로 초국적 기업의 발전과정을 설명한다. 2장에서는 초국적 기업의 행태(기업 내부거래나 초국적 기업의 금융화 등등등)와 초국적 기업의 또다른 구성원이라 할만한 노동자들의 '바닥으로의 경쟁'(이는 선진국 노동자들도 예외는 아니다)을 서술하고 있다. 3장에서는-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인데-초국적 기업과 국민국가와의 관계를 다루며, '세계화'시대에 국민국가는 단순히 축소되거나 복구되어야 할 대상인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시대의 새로운 착취형태(?)로서 탈바꿈한 것일 뿐이라는 설명을 한다. 4장에서는 세계기구가 어떻게 초국적 기업에 복무하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고('다자간투자협정'의 내용은 다시봐도 경악스럽다) 5장에서는 그러한 초국적 기업에 대한 '초국적 저항'을 논하고 있다.

내심 불만스러웠던 것은 5장이었다. 애초 '초국적 저항'이라는 것이, 그리고 그것의 '승리'라고 말해지는 조그마한 성과라는 것이, 초국적기업의 지금까지의 행태에 비하자면 민망할 정도로 보잘것 없을 정도(?)로 보이는게 솔직한 심정이었고, 아울러 오늘의 시대에 대한 대안이라는 것 또한 이런저런 결함을 안고있음에도 저자는 그에 대한 지적만 할 뿐 별다른 대안은 내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저 구체적인 언급없이 에른스트 블로흐(Ernst Bloch)의 말을 빌어 '문제는 희망을 배우는 일이다'라고 할 뿐이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러한 나의 불만이 오히려 더욱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보면 미래에 대한 모든 기획이란 불완전한 인간의 산물이다. 어떠한 진보적 기획도 완벽한 적은 없었고, 그러한 불완전한 기획 속에서 인간은 진보하고 발전해 왔던 것이 우리의 역사였다. 지나친 지적, 동적 결벽증은 사실상 우리의 현실을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했으며, 심지어 종종 현실에 대한 무관심과 게으름에 대한 괜찮은 변명꺼리로 구실해온 것도 사실이지 않던가. 물론 그렇다고 이론이나 기획, 그리고 그에 대한 고민을 무시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실천'이라는 것이다. 완벽한 기획에 대한 요구는 어찌보면 일종의 '노예근성'은 아닐까? 따지고보면 파시즘이나 스탈린주의같은 지난 시대의 전체주의적인 야만도 근대성이라는 '완벽한' 기획에의 요구와 그에 대한 충실한 복무 속에서 싹튼 것 아니던가? 결국 행동하며 고민하고, 그리하여 만들어진 '대안'을 '실천'하며 다시 그 대안을 보완하는 대안과 실천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속에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이러한 대안과 실천을 위해서는 우선 오늘,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함이 자명할 것이고 이러한 문제들을 날카롭게 고찰하며 환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본서는 분명-그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탁월하다. 본서의 문제제기와 고찰이 독자로 하여금 다소간의 답답함과 실천적 공허함(?)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답답함과 공허함은-역설적이게도-현실을 변화시키는 밑거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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