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분단체제
백낙청 지음 / 창비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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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낙청 선생님의 분단체제론 관련 두번째 저서이다. 확실히 '분단체제'라는 말이 여기저기 많이 쓰이고는 있지만, 그 개념이 확실하지는 않고 쓰는 사람마다 각기 조금씩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기에 개인적으로는 본서를 통해 그러한 '분단체제'에 대한 어떤 확고한 설명이 있기를 기대했지만 본서에 꼭 그런 설명이 있지는 않다. 물론 책은 결과적으로 분단체제론이 '설명된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어쨌건간에 이러한 명확한 설명이 없는 것은 저자가 독자들에게 더 많은 상상의 가능성을 부여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으로 사료되기는 한다.(그리고 저자 또한 이러한 '전략'을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아무튼 책은 분단체제 전반에 대한 총론 성격의 글들의 모음인 1장과 각론 성격의 글 모음인 2장으로 나뉜다. 따지고 보면 '논문집'인 본서를 죽 읽어나가다보면 분단체제에 대해 어느정도 '감'이 잡히기는 하는데, 결국 세계 자본주의체제가 한반도의 경우에는 특수하게도 '하위구분'으로서 분단체제를 매개로 남북한을 규정짓는다고 보는 것이 이 입론의 얼개로 보인다. 이러한 분단체제는 남북한 민중들의 일상생활 부문까지도 어느정도 규정하며, 지속적으로 재생산되는 '체제'로서의 특성을 갖는 한편, 그렇다고 자기완결적인 체제는 아니기에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인다. 이러한 분단체제는 어떻게건 통일이 된다고해서 극복되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분단'체제'는 체제로서의 구속성 또한 가지고 있기에 '올바르지 못한' 극단적 통일론은 외려 민중의 삶을 지금보다 더 피폐하고 왜곡되게 할 수 있다. 결국 중요한건 '바람직한'통일을 통한 '분단체제의 극복'이라는 것. 암튼 저자는 이러한 분단체제론을 기반으로 하여 이 분단체제를 넘어서기 위한 대안제시, 각각의 부문 운동과의 연대 방향, 장기적 전략과 단기적 전략의 고찰 등등을 하고 있다.

혹자는 백낙청선생님의 이러한 '분단체제론'을 걍 NL로 묶어버리는 폭력(?)을 행사하곤 해왔고, 나 또한 얼추 그렇게 생각하곤 했는데, 책을 읽고 난 후 드는 생각이지만 그러한 과격한(?) 구분법은 기본적으로 분단체제론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의 이야기였거나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논자의 부당한 공격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찌되었건 선생께선 통일문제 즉, 민족모순을 논의하는 내내 주모순으로서의 계급모순 문제를 결코 잊지 않고 계시고, 사분오열된 운동조직을 가능한 한 합리적이고 통합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계시며, 아울러 무엇보다 갈수록 사변적이 되어 실천적 함의를 상당부분 잃어버린 수많은 운동론을 뛰어넘기 위한 상상력은 눈이 부실 지경(오반가요?^^)이었다.

물론 몇몇 독자로부터 다소 개량주의적이지 않느냐, 혹은 결과적으로 통일문제 환원론 아니냐는 볼맨 소리가 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최대한 합리적인 절충점을 찾아내어 현실적이고도 바람직한 통일운동론을 고민하는 선생님의 노력속에서 독자들은 수많은 모티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사실 통일론 관련된 논의 중에 분단체제론만큼이나 현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인,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할만한 입론이 또 어디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듣기좋은 노래도 한두번이라 그런건가, 어느덧 '통일'이란 지겹고도 시시한 주제가 된 것같아 보이는 것이 오늘의 사회 분위기이지만, 사실 '올바른'통일을 통한 '분단체제의 극복'이야말로 오늘 한반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사상적 문제를 해결할 첫번째 발걸음이자, 궁극적으로는 세계적 차원의 새로운 방향제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땅을 살아가는 우리모두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고로 한번쯤은 꼭 읽어볼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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