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스튜어트 홀 ROUTLEDGE Critical THINKERS(LP) 5
제임스 프록터 지음, 손유경 옮김 / 앨피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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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피에서 나온 'Critical Thinkers'시리즈는 영국 루틀리지 출판사의 동명의 시리즈를 번역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미워하는가'이후 두번째 읽은(완독은 처음)책인데, 개인적으로는 특정 인물에 대해 특별히 추천된 소개서가 없는 경우 이 시리즈를 선택하신다면 후회는 안하시리라 보장한다. 그만큼 책은 구성면에서나 내용면에서나 쉬우면서도 알차다. 지금까지 제젝, 사이드, 스피박, 바르트, 그리고 지금 리뷰를 올릴 홀까지 다섯권이 나왔고, 들뢰즈의 경우 태학사에서 별개로 번역되어 있으며(이 또한 들뢰즈 개론서로서 굉장히 호평을 받는 것으로 알고있다.) 앞으로 데리다, 하이데거, 보드리야르, 리쾨르, 폴 드만, 프레드릭 제임슨 등등등 기라성같으면서도(?) 만만한 개론서를 찾기 힘든 사상가들의 소개서가 나온다는데 개인적으로는 기대 만빵이다.

스튜어트 홀은 표지에 소개된대로 '이렇다 할 저서 한권 없는 이 시대의 대표적 문화이론가'이다. 사실 그가 이렇다할 저서 한권이 없는 것은 그의 전략이기도 한데 그는 권위나 상식의 비합리성을 지적하며 스스로 권위가 되기를 거부하여 대부분의 작업을 '공동작업'으로 수행하였으며, 또한 그는 영구적 단행본을 통해 자신의 사상에 일관성을 부여하기 보다는 변화되는 상황에 변화되는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 잠정적 논문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개인적인 감상을 말하자면 그 '수많은 홀'하나하나가 모두 오늘 우리의 문제에 굉장히 많은 시사점과 상상력의 단초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문화주의와 구조주의를 '절합'하고, 그람시의 헤게모니 개념,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 개념, 볼로시노프의 다액센트 개념을 융합하여 문화와 언어를 단순히 주어진 것이 아닌 하나의 투쟁의 장으로 보아 지속적인 실천적 함의를 지닌 이론들을 만들어낸 그의 면모였다. 물론 오늘날 그에 대해 '문화적 포퓰리즘'의 혐의가 있다며 비판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문화는 그 자체로 비 정치적인 것이 아니며 문화건 언어건 끊임없는 투쟁의 장이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아울러 미디어를 단순히 발신하고 수신하는 것이 아닌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으로 파악하여 발신자의 메시지가 다 발신자의 의도대로 수신되는 것은 아님을, 결국 수신자에게도-발신자만큼 크지는 않지만-다악센트성을 지닌 언어를 가공할 여지가 있음을 밝혀낸 그의 이론 또한 관심이 갔다. 대처리즘에 대한 그의 분석과 비판도 꽤나 흥미로웠는데, 왜 노동계급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보수정당에 몰표를 줄까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을수없는 우리의 정치 현실에 대해서도 도움이 될만한 해결책의 단초를 제시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토니 블레어의 신노동당처럼 몇 개의 노랫말만 배우고 음악은 잊어버리면 안되겠지만.

사실 다양한 국면마다 다양한 입장을 가지고 있던, 즉 오늘의 실천과 문제해결을 위해 핵심적 입장에 지속적인 변화가 있었던 홀을 한권의 책으로 쓴다는게 쉬운일은 아닐게다. 그럼에도 저자는 묘한 줄타기(?)를 통해 그 홀의 수많은 모습들과 그 속에서 묘한 일관성 아닌 일관성(적어도 일관된 이론이 변화하는 정치에 비현실적일 따름이라는 사고에 기반한, 그의 무지개처럼 수가지의 경쾌한 연구'방법'론 만큼에는 일관성이 있는것 아닐까?)을 부여하여 저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오늘의 우리 사회, 정치 문제를 바라봄에 있어서 어찌보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아울러 홀이 원채 이런저런 입장들을 많이 취해 온 터라(?^^)문화이론의 입문서로도 적당할 듯 싶다. 하여간에 일독을 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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