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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 평전 ㅣ 역사 인물 찾기 29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99년말에서 00년 초로 기억한다. 붉은색 배경 속에 그야말로 '꽃미남'이라는 말 외엔 설명할 수 없는 한 인물이 대학가를 휩쓸던(?)시절말이다(따져보믄 고작 4년전 일인데, 무지 예전 일처럼 쓴것같아 좀 민망하다.^^)그 인물의 이름은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 흔히들 줄여 체 게바라라고 불리우는 바로 그 인물이다.
서구의 60년대를 수놓았던 체게바라의 깃발이 그의 사망 30주기라는 시기적인 이유와 RATM이라는 걸출한 밴드로 인해 우리의 2000년대를 장식하던 그 시절, 대학 초년생을 지냈던 우리들의 책꽂이엔 시쳇말로 '운동권이건 비권이건' 마치 교과서인양 그의 평전이 꽂혀 있었다. IMF와 모집단위 광역화로 인해 학내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개인주의화, 파편화, 우경화로 치닫고 있다는 선배들의 걱정이 한창이던 그 때, 낭만적인 혁명 이야기가 주 내용을 이루고있는 그의 평전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는건 꽤나 역설적으로 보여진다. 허기사, 자신의 얼굴이 찍힌 티셔츠나 사진집이 상업적으로 엄청 성공한걸 체게바라가 봤다믄 뭐라고 했을지, 진부한 의문이긴 하지만, 정말 궁금한것만은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친구 하나가 이 책이 출간되기 적어도 3년전(?)부터 자신의 필명을 죄다 'Che'로 써놓는 바람에 유행보단 조금 일찍 그를 접하긴(-_-;;) 했지만, 책을 읽고 나자 그를 일컬어 '금세기 가장 완벽한 인간'이라고 했다던 사르트르의 말이 수긍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심한 천식에 굴하지 않고 갖가지 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의사, 불굴의 혁명가, 경제관료, 외교관, 그리고 다시 혁명가로. 결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또다시 '투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러 나아가는 성품, 지도자로서의 카리스마와 남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는 외모까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그야말로 '완벽'한 인간 됨됨이와 삶의 자세, 이상에 대해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일관되게 노력하는 너무나 모범적인 그의 인생이 이 평전의 '재미'를 감소시키는 하나의 요소인 것만은 분명해 보이며, 덕분에 개인적으로도 이 책을 참 재미없게 봤던걸로 기억한다. 더군다나 그의 인생이 우리와 지구 정반대편에 존재하는 미지의 지역인 남미와 연관되어 있다보니 제반지식의 결여는 물론이거니와 모른다고 해서 특별히 관심가는 부분이 있었느냐..면 그것도 아니었다는 것이-_-;;;; 때문에 글쎄, 모르겠다. 정말 열심히 학생운동을 했던 후배 하나는 이 책을 가장 감명깊게 읽었던 책으로 꼽던데, 난 읽으면서도 정말 아니다 싶었던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더군다나 작가인 장 코르미에의 매우 프랑스틱한 서술(왜, 다소 오바(?)하고 종교적으로 성스런 단어를 종종 사용하는 그런 거-_-;;)또한 자꾸 머릿속에서 충돌하는데 꽤나 제어하기 힘들었음이다.
외려 내가 주목하는건 이 책의 문학적인 면, 혹은 사회적인 영향력이 아닌 출판사(史)적(?)인 의의다. 실천문학사의 평전시리즈 10번째였던 이 책은 출판사마저 놀라 뒤집어질 정도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고 이 책의 성공은 이후 우리나라 출판계의 새로운 조류, 즉 평전문학의 르네상스라 부를만큼 평전이 우후죽순 격으로 출판되는 세태를 낳기에 이르렀다. 갠적으론 이러한 평전문학의 르네상스적 상황이 그리 오래 갈 것이라 예상치는 않았지만, 지금도 면면히 그 유행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이러한 평전문학(?)의 르네상스(?)라는 조류에 대해서 다소 비판적인 편이다. 무엇보다 그러한 평전이라는 것들이 그 인물이 직접적으로 하고자 했던 말들인 1차 문헌에 대한 독자들의 접근 자체를 직, 간접적으로 제한하는 요소로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그 첫번째 이유요. 권위를 가진 작가의 주관이 인물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필연적으로 개입하게 됨에 따라, 독자가 그 인물을 나름대로 평가할 수 있는 여지 자체를 제한하게 만든다는 점이 그 두번째 이유다. 사견이지만, 적어도 카프카나 맑스는 자신의 평전보다 그들의 저서가 읽혀지기를 더 바랄 것이라는 것, 오노 요코는 자신의 미술품들이 감상되어 많은 사람이 나름대로의 생각을 할 수 있기를 자신의 인생이 읽혀지는것보다 더 선호할 것이라 확신한다.
물론 '평전'이라는 것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 혹은 잘못 알려진 인물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논의를 제공하는 측면이 있다는 장점은 인정하는 바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의 현 세태는 무언가 거꾸로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수는 없다. 체게바라 평전 서평쓴답시고 갑자기 평전문학의 과도한 열기(?)를 비판하는 글이 되어부렸군. 하여간 우째꺼나 함 읽어볼만한 책이긴 한 것 같다만, 아주 꼭 읽어봐야 한다고 추천하긴 갠적으로도 좀 글타. 아니 머 내가 이 책 별로라고 한다해도 새내기라믄 예의상 호기심에 다 한권씩은 사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