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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자의 임금실태와 임금정책 - 민주노총 임금정책방향
김유선 지음 / 후마니타스 / 2005년 3월
평점 :
본서는 '후마니타스' 출판사 행사기간이었던 관계로 같은 출판사에서 출간된 하종강씨의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을 산 덕분에 '공짜로 얻은 책'되겠다.^^;;; 사실 책의 분량에 비해 가격이 만만치 않은 편인데, 가격만큼이나 자료 하나만큼은 정말이지 알차다.
책은 노동자 비중이 증가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임금 몫은 줄어들고 있다는 점, OECD국가 중 가장 불평등한 임금소득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는 정규직의 임금인상으로 인해서가 아니라, 정작 정규직의 임금인상이 '경제성장율+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회적 안전망 구축 이전에 임금정책 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시작으로 1부에서는 임금실태, 2부에서는 임금정책, 구체적으로는 정규직 노조가 임금투쟁에 임함에 있어서 어떠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다. 부록으로 '노사정의 임금수준 정책 검토'와 '비정규직 고용에 대한 여섯가지 신화'가 있는데 이는 대부분 앞의 본문의 내용을 다시 편집,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의 사회담론 속에서 노동문제, 그리고 그에 따르는 임금문제 등은 실증적 자료보다는 대부분 이데올로기적 공세에 의지하고 있다. 그 이데올로기적 오바질(?)은 종종 국제적으로도 웃지못할 상황을 낳곤 하는데 이를테면 IMF마저도 종종 우리나라에선 꽤나 '진보적'인 권유를 하게 만들고 외국계 기업 CEO가 우리나라 노조를 옹호하는 언급을 하게 만들 정도다. 생각없는 기자님들의 기사를 보면 자료는 하나 없이 근거없는 전제 속에서 가혹한 주장만 되풀이할 뿐이고, 자본가들의 언어는 아무래도 우리가 서있는 현실과는 꽤나 동떨어져 보인다.(물론 자본가 자신에게는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일것이다.) 이런 수많은 뜬금없는 주장과 전제를 책은 수많은 실증적인 자료와 그래프, 표 등을 이용해 뒤집는다.
사실 곰곰히 따져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할만큼 해도 노동시장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것도 맞고, '귀족노조'라고는 하지만 조합원들의 실생활을 보면 차라리 강남사는 불가촉천민(?)이 되고싶은 맘이 굴뚝같아진다. 비정규직 취업이 정규직으로가는 징검다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이라는 헤어나오지 못할 함정에 빠지는 길임을 우리 또한 이미 느끼고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처럼 우리가 느끼고는 있지만 콕 찝어 표현해내지 못하고 있던 것들-임금상승률이 생산성만 못하다는 것이나, 최저임금제가 적지 않은 경우 유명무실하다는 사실, 성별 학력별 임금격차는 확대되고 이는 연령이 많아질수록 심해진다는 사실, 근속효과보다는 경력이 임금차이에 더 큰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사실 등-을 수많은 실증적 자료들이 제시하며 비로소 우리 '눈앞에' 드러내고 있고, 이러한 작업은 이데올로기적 허위의식에 푹 빠져있는 우리의 현실을 돌아볼 때 정말이지 소중해 보인다.
무엇보다 책이 돋보이는 것은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정부나 기업의 책임으로 돌리고 해결하라는 목소리로 결론을 내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자본과 정부가 지난 몇년간 해 온 행태를 생각해보면 이러한 목소리가 얼마나 공허한 주장인지는 누구나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이러한 문제 해결에 있어 정규직이 나서야 함을 촉구하고 있다.(물론 정규직 때문에 비정규직이 양산된다는 식의 지극히 계급적인-노동자가 가져갈 몫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봐야 정해져 있다는 사고에 근거해 있기에-19세기 '임금기금설'적 견지에서의 주장은 아니다. 사실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또한 경제성장율+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함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정규직의 임금문제가 발등의 불임은 인정하더라도 비정규직의 차별 확산을 막지 못하면 노동계급의 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상황이 올 수 있으며, 나아가 올바른 민주주의와 사회통합 및 경제성장이 저해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정규직의 임금투쟁은 '임금인상을 통한 생활조건의 유지, 개선'을 넘어서, '노동소득 분배구조 개선과 임금격차 해소'라는 보다 분명한 목표의식적 지향점을 가지고 추진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뿐만아니라 저자의 대안은 사회보장기금 설치나 숙련노동자와 단순노동자간의 임금구조 차별화 등 단순한 추상적 담론 뿐 아닌 구체적 대안제시로 이어져서 꽤나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책의 내용에 대해 좀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하고, 그 대안들이 하나의 상식으로 여겨졌으면 한다는 소망에 비하자면 책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은 지적하고 넘어가야겠다. 물론 인터넷 서점을 뒤져보다보면 '1+1'로 '거저주는'(?)행사가 아직도 있을진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