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 - 희망의 시절, 분노의 나날
수잔 앨리스 왓킨스 외 지음, 안찬수 외 옮김 / 삼인 / 2001년 2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 3학년때였고, 따라서 그 해는 내가 68혁명(혹은 위기?ㅋ)을 처음 접한 해이기도 한 셈이다. 포디즘이 어느정도 안정적인 틀을 갖추어 제1세계 노동자들은 전반적인 경제적 풍요로움에 젖어 그 혁신성을 잃게 되었던 서구의 60년대,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탈권위와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학생들이 감행한 근본주의적인 비판과 행동은 당시의 나에게는 굉장히 낭만적으로 보여졌고, 일종의 동경처럼 느껴지기도 했었다. 

사실 1968년은 인류사에서 굉장히 신기한(?)해인 것만은 사실이다. 인류가 전지구적 차원에서의 '지배'를 기획하고 그 기획을 어느정도 실현한 것은 인류 역사에서 종종 보여지는 사실이지만, 1968년만큼은 전지구적 차원의 '저항'의 기획이 세계에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미친, 어찌보면 지금까지도 유일무이한 해로 기록될만 할 수 있을 것 같다.(물론 여기서의 '전지구적'이라는 말은 지극히 서양중심적인 담론임을 부인하진 않겠다.)

하지만 1968년의 저항은 분명히 정치적으로 '실패'한 흐름이었다. 레이몽 아롱의 말마따나 이들의 혁명적 기운은 드골의 연설한번으로 완전히 잠재워졌고(덕분에 프랑스 우익은 이어진 총선에서 기록적인 압승을 거둔다) 독일 SDS는 고작 수배 해제를 조건으로 학교로 돌아왔다.(그리고 남아있는 이들은 '적군파'로 남아 테러행위를 일삼게 된다) 체코의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는 소련의 탱크가 프라하에 진주함과 동시에 없던일이 되어버렸고, 미국은 부도덕한 보수주의자인 닉슨이 대통령에 당선된다. 무정부주의적 좌파 몇몇은 국가에 대한 불신을 가교삼아 신자유주의자로 변신하여 그들의 국가에서 그들이 예전에는 그렇게도 비난해 마지않던 레이건같은 존재가 되었고, 자유로운 개인의 자유로운 사회라는 모토에서 사회는 사라지고 그저 이기적인 개인만 남아버리게 되었다.

하지만 이 혁명은 다른 여느 혁명과 마찬가지로 실패한만큼 이뤄내고 만 것은 사실이다. 실패한 혁명은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이 그 혁명의 기억을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만들어버리고, 모두들 자연스레 그러한 흐름으로 따라가게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혁명은 그 실패가 처절할 수록 더욱 공고한 기반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그런 점에서 난 진정한 혁명은 '실패한 혁명'이라고 믿는다) 68년 이후 분명 인류는 이전에는 보지못했던 억압과 부당한 권위를 비판하는 법을 알게 되었고, 목소리가 없었던 소수자들이 목소리를 갖게 되었으며, 인간의 관계는 한층 민주적이고 자유로워진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이 모든것들은 어느덧, 우리도 모르는 사이 '상식'이 되어있다.

저자인 타리크 알리와 수잔 왓킨스는 이러한 68혁명을 시간순으로 배열하여 그 해에 일어난 일들을 나열하듯 서술하고 있다. 물론 과거의 역사가 오늘 그대로 재현되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그때만큼의 희망조차 보이지않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미래에 대한 상상력에 무언가 자극제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그 결과는 글쎄, 모르겠다.

그 해의 '사실'들만을 서술한다고 했지만, 사실을 선택하고 서술함에 있어서 저자가 개입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넌센스다. 때문에 저자들의 '사실'에 대한 나름의 '중립적인' 선택과 서술은, 그들이 설령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오늘을 살고있는 독자에게는 분명 죄다 매혹적이고 낭만적으로 보이기만 할 것이다.(대표적으로 내가 그랬다) 하지만 사실, 68년의 대학에는 하버마스가 '좌파 파시즘'이라고 지적한 요소가 분명히 존재했었고, 진지한 기획없이 '저질러진'부분도 적지 않았음이 사실이었다만 책에는 그러한 현상들에 대한 서술은 하나도 없다. 때문에 책은 일견 과거를 통해 현재를 고찰하고 반성하여 새로운 변혁운동을 추동하기보다는 외려 혁명을 스타일리쉬하게 '소비'하는데 도움이 되는 도구처럼 보여지기도 한다.(또한 돌이켜보건데, 실제 68은 우리 사회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기보다는 '소비'되어 온 것이 사실인듯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1968년의 흐름에 언제나 벗어나 있었고,(당시 우리에게 베트남전 참전은 이슈꺼리도 되지 못했다. 심지어 야당 당수들도 베트남 파병에 대해 아무런 반대를 하지 않았었다고 한다.) 따라서 그 시대를 역사적 경험으로 '느껴보지'못한 우리에게는 어찌되었건 소중한 책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이 책만으로 그치지 말고 68과 관련된 다른 진지한 이론서를 읽었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그 바람은 나에 대해서도 해당되는 바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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