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 프로이트 평전 - 제2판
에리히 프롬 지음, 김진욱 옮김 / 집문당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아니 웬 맑스? 아니 웬 프로이트? 이 사람들 개론서는 이전에도 읽었었다면서 왜 또 새삼스레 평전? 하지만 이 책의 정확한 면모를 알려면 본 제목보다 '환상으로부터의 탈출'이라는 부제(원서는 외려 부제가 제목이다)와 저자인 '에리히 프롬'에 주목하는 것이 더 이로울 듯 싶다.

사실 책은 제목처럼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형식의 '평전'은 아니다. 맑스나 프로이트의 생애에 관해서는 일언반구도 나오지 않는다. 에리히 프롬의 사상적 자전(?)이라 할 수 있는 본서는 에리히 프롬이 어떤 연유로 맑스와 프로이트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각각의 문제의식과 사상적 특성은 무엇인지, 양자의 차이는 무엇이며 공통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들이 제공한 사상적 무기(?)를 이용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서술되어 있다. 처음에는 양자간의 비교와 대조에서 시작해서 점점 가면갈수록 양 사상이 융합되어가며 마지막에는 에리히 프롬의 사상이 등장(?)하는 듯한 형식은 독자로 하여금 갈수록 흥분(?)에 빠지도록 만든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도 초반에는 다소 지루했던 것도 사실이지만(그나마 초반은 목차가 잘게 나누어 있어서 견딜수 있었다) 가면갈수록 속도가 붙었고, 마지막에 가서는 가히 감동감동감동이었다는.

그의 사상에 있어서 물론 주(主)를 이루는 것은 맑스이다. 하지만 맑스는 사회에 대한 통찰속에서 그것이 어떻게 이데올로기적인 상부구조로 변환하는지를 밝히지 않았다. 아울러 그는 주로 사회의 공통된 상태와 그 사회의 특수한 체계에서 오는 특수한 상태에 관심이 있었는데 반해 개인의 상태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 부분에 있어 프롬은 프로이트를 끌어와 맑스와 프로이트 간의 실천적인 이론을 만들어낸다.(그리고 누구나 잘 알고 있듯, 이러한 맑스와 프로이트간의 사상적 연대의 전통은 오늘날까지도 여러 사상가들에 의해 이어져오고 있다.) 새로운 사회를 위해선 새로운 인간부터 존재해야 하는 법을 인지해서일까? 저자는 맑스의 기획을 주로 삼으면서도, 책의 많은 부분을 맑스보단 외려 프로이트와 정신분석학에 관한 설명과 논증에 할애하고 있다. 때문에 그만큼 책은 개개인에게 '구체적인' 행동과 마음자세를 촉구한다.(이 점에서 본서는 다른 고답적인 주류 이론서의 틀을 벗어나 있다)

그가 보는 맑스와 프로이트의 기획(아울러 그의 기획이라 할만한)은 '해방'과 '휴머니즘'이다. 그는 그의 눈을 흐릴 수 있는 이런저런 요소들을 물리치고 세심하고 균형감있게, 그러면서도 강한 신념으로 무엇보다 '실천적인'이야기를 해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맑스와 프로이트에 관한 언급은 줄어들고 이 두 거장이(뭐 지금은 에리히 프롬도 거장이라고 불리워질만하지만)제공한 무기를 통해 오롯이 서게된 자신의 사상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단순히 사회적 기획수준으로써 뿐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개인의 행복론이나 윤리학적 측면에서도 놓치기 아까운 글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의 저서들은 프랑크푸르트 학파 내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에 비하자면 굉장히 많이 팔리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듯 싶으며, 이는 다른무엇보다도 그의 저서가 그의 다른 동료들의 저서에 비하자면 비교적 쉽게 쓰여졌다는 점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유가 과연 그것 뿐일까? 요즘 구하기 썩 쉬운 일만은 아니겠지만(그래도 알라딘엔 있더라) 한번쯤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올해 베스트까진 아니어도 원오브더베스트는 된다고 볼만한 책. 솔직히 이런류의 책읽고 감동먹기는 정말 간만이었다는.

ps.여담이다만, 애초 혁신적이었던 심리학이 당시 미국에서 어떻게 타락했는지를 개탄하는 에리히 프롬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의 현실이 오버랩되었다. 오늘날 심리학자들은 프로이트가 그렇게 걱정한바대로 환자들의 신으로 군림하며 개인을 해방시키려 하기보다는 적응시키려 한다. 지극히 상업적인 심리학 서적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오늘, 우리의 시대에, 따지고 보면 정신분석학 서적이라고 볼만한 본서는 어떤 취급을 당하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굉장히 아쉽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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