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모색 - 우리는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할 것인가
장회익.최장집.도정일.김우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그 구성상의 약점과 단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유형의 책으로 인터뷰집(혹은 대담집)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유형의 책은, 인터뷰이 개개인의 가십성 이야기와 깊이있는 학술적 주장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다가 너무 가벼워진다거나 아니면 굳이 인터뷰집의 형식으로 내지 않아도 될법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를 어렵잖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경우 인터뷰집은 잘 해야 입문서 정도로 기능하거나, 혹은 입문서도 아닌 무언가 어정쩡한 형태를 띠게 되어 얼마지나지 않아 그 유통기간이 다하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본서는 비교적 성공한 인터뷰집(?!)으로 봐도 될 것 같다. 사견을 이야기하자면-그 엄청난 분량으로 인해 예외로 두어야 할 법한 리영희 선생의 '대화'를 제외하고-최근에 이렇게 만족스런 인터뷰 형식의 책을 읽은 적이 없는 듯 싶다. 같은 출판사의 '問라이브러리'시리즈의 일종의 에피타이저로 나온 듯 보이는(인터뷰이 네분은 모두 이 시리즈의 저자이다. 그런 면에서 기왕하는거 강수돌씨와 윤평중씨의 인터뷰도 실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본 인터뷰집은 무엇보다 평소에 단행본으로 접하기 어려웠던 분들이라던지, 아니면 다소 난해하거나 논쟁적인 주장을 하는 학자들의 인터뷰를, 인터뷰이에게 적당한 질문을 날릴법한(?) 괜찮은 인터뷰어 선정을 통해 비교적 깊이있는 대담을 엮어내고 있다.

어찌보면 본 대담집에 대한 개인적인 만족감은 최장집 선생님을 제외한 나머지 분들의 사상을 접한게 이번이 처음이라는 신선함에 상당부분 기인하기도 하는 것 같긴 한데, 장회익 선생님의 온생명사상이라던지, 도정일 선생님의 '근대주의론' 혹은 '시장전체주의 비판론'이라던지, 김우창 선생님의 그야말로 '깊이있는' 변증법적 사고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듯한 인터뷰어(정정호, 여건종, 박명림 선생님)의 질문으로 인해 기대보다 더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아울러 너무나 자주 접한 최장집 선생님의 대담은 역시나 '논쟁적인'학자인 임지현 선생과 이루어져 기대 이상으로 논쟁적으로 읽힌다.(선생께선 참여 민주주의에 대한 과도한 믿음을 경계해서이신지, 읽히기에 따라 굉장히 '권위주의'적인 주장을 하신다. 사실 이러한 논쟁성은 근작인 '어떤 민주주의인가'에서도 이미 드러난 바 있긴하다.)

개인적인 감상을 이야기하자면, 신선함으로 따지자면야 장회익 선생의 온생명 사상이 가장 두드러지게 읽혔고(적어도 개인적으로는, 황우석사건 이후 굉장히 모호한 상태로 남아있던 '생명'에 대한 고민을 풀어나가는데 '온생명 사상'이 적잖은 도움이 될 것만 같았다.) 내용상으로는 김우창 선생님의 인터뷰를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다소 절충론적 냄새를 풍기는 선생의 말씀은, 그럼에도 결국엔 '변증법적 결론'이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보여주려는 듯 추상과 구체, 현실과 이상이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보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수준에서 양자를 모두 포함하는 사유를 보여주시는데 이런저런 촌철살인에 가까운 분석하며, 이것이 박명림 선생의 굉장히 '정치적(?)'인 질문과 연관하여 의외로(?!)박진감 있게 읽혔다.(물론 네개의 인터뷰 중 가장 어렵긴 했다.)

전환의 모색이라고 하지만 네분 모두 전환의 방향과 모색을 적나라하게 대놓고 제시하시는건 아니다. 네 분 모두 누군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향하여 이야기 하시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생각을 말씀 하시고, 자신의 주장을 하시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본서의 제목인 '전환의 모색'은 순전히 독자의 손에 맡겨진 셈인데, 그런 점에서 본서가 '전환'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그 모색에 있어 적어도 괜찮은 '도구'로 기능할 것 같기는 하다. 가을에 산보하듯(?!) 읽어볼만한 책이다. 무게있는 인터뷰이지만, 인터뷰집이라는게 또 그리 무겁게 읽히는 형식은 아니지 않은가.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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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11-01 16:40   좋아요 0 | URL
김우창-박명림 최장집-임지현이라...흥미로운 대담이 되겠군요.

率路 2008-11-05 00:11   좋아요 0 | URL
전자는 스승과 제자구도, 후자는 비슷한 결론과 상이한 맥락에서 야기되는 묘한 긴장감 뭐 그런게 재밌더라구요^^;;;;

okcom 2008-11-27 22:1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우와 저도 이거 읽어볼래요~ 개인적으로 대담집을 좋아하는데, 이유는 읽기 쉬운 구어체일 뿐더러 주석이 없어서라는 ㅎㅎ

率路 2008-11-28 15:46   좋아요 0 | URL
주석ㅋㅎ 인문학도의 비애가 느껴지는 대목이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