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하지 못한 역사 3 - 청년학술 14
반민족문제연구소 / 청년사 / 1994년 3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는 재수시절 '유일하게' 구입했던 책이고, 그 이후 대학시절에도 틈틈히 봤던 책이다. 사실, 사서 읽을 때만해도 이 책이 내 생각의 흐름에 그렇게 큰 영향을 주리라 생각하지 못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당시 이 책을 본 덕택에 적어도 국가가 항상 맞는 말을 하는건 아니라는 것. 시민 대중이 스스로 노력하고 투쟁하여 책임을 묻지 않는 한, 역사적 과오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들 스스로가 '알아서' 반성하거나, 하다못해 절대정신이나 신 등등등의 힘을 빌어서라도 '말하게 되어지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 등등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던 듯 싶다.

친일파의 명단과 그들의 간단한 생애를 보면서, 재미있는 것은 친일파들은 항상 그 이후 친미-친재벌-친독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일관성이 있다면 그것은 그들이 언제나 '강한자의 편'에 있었다는 것 뿐, 역사의식이나 신념없이 이리저리 휩쓸리며 권력에만 빌붙었다. 그들의 인간적인 면을 이해해주고 싶어도 그들의 존재자체가 그간의 한국사에서는 걸어다니는 폭력이자 위선이었고, 때문에 몇몇 개인 혹은 집단이 우리 조상님이라, 우리 총장님이라, 우리 사주라, 우리 대통령이라 모시는건 자유일지는 모르겠지만 사회 국가적인 역사적 단죄 혹은 그들의 사죄가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 책에 대한 개인적인 불만이 있다면, 무엇보다 친일파 선정 기준이 다소 모호하지 않느냐라는 점을 들고 싶다. 물론 이 책의 출판당시보다 연구가 많이 진척되어서 이젠 어느정도 기준이 정립되었을 것이라 기대는 하지만, 이를테면 최규하씨 같은 경우 친일 행적보다는 이후의 행적에 대한 비판을 친일에 대한 비판으로 치환한게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었다.(그런 경우는 최규하씨 뿐만 아니라 몇몇 더 있다.) 

책의 제목은 '청산하지 못한 역사'이다. 이는 우리가 친일파를 앞으로 '청산해야 함'을 전제한다. 하지만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 역사는 청산하고 끝내야 할 것은 아닐 일인 것 같다. 외려 이는 우리가 영원히 기억해야 할, 정리하여 보관하고 두고두고 잊지말아야 할 역사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들에 대한 단순한 행적 뿐 아니라 심리나 정신들도 지속적으로 심도있는 연구, 분석이 이루어져 후대에 교훈을 삼아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ps. 당시 이 책을 출간했던 '반민족문제연구소'는 현재 '민족문제연구소'로 개칭(개인적으로는, 이전보다 긍정적(!)인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잘 바꿨다고 본다^^)했고, 이 책은 현재 '절판'상태이다. 하지만, 민족문제연구소 사이트에 들어가면 이 책에 있는 내용들이 온전히 자료로 올라와 있어서 찾아볼 수 있는데, 텍스트를 읽기 위해선 가입을 해야 한단다. 관심있으신 분은 가입해 찾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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