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평전 - 개정판
조영래 지음 / 돌베개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대학 입학시절 선배들이 새내기에게 주는 선물목록 1,2위를 다투었던 책이었고, 굉장히 감동적이라는 평이 많았던 책이라 묘하게 경계(?)했던 책이다. 그러한 경계심의 여파는 엄청나서, 개인적으로 본서를 갖게 된 것은 이십대가 꺾인 이후였고, 결국 완독은 서른 가까이 되어서야 가능했다. 내 머리속의 자기검열체계랄까. 생각해보면 체게바라 평전 같은 건 대학 1,2 학년때 어렵잖게 읽곤했던 내 머리가 무엇때문에 이 책을 거부했는지 모르겠다. 어찌보면, 그만큼 이 책의 내용이 진솔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어느 겉멋없는 청년에 의해 쓰여진, 정말이지 겉멋 하나 없는 청년에 대한 평전은 정말이지 멋있기에 그지없다. 아니 '멋있다'는 말이 너무 가벼워진 오늘, 그러한 평을 전태일과 조영래에게 안긴다는 것은 고인들에 대한 누가 아닐까 싶을 지경이다. 그저 이 책을 왜 이제서야 접할 수밖에 없었는가, 내 가슴속에 아직도 남아있는-어찌보면 어린시절의 세뇌에 의해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지도 모를-레드컴플렉스를 저주할 수밖에.

사실 서평을 쓰려고 리뷰창을 열고 키보드를 두드리지만 이 책에 대해 무어라고 써야할지 모르겠다. 시간과 여력이 닿는다면, 그냥 이 책의 내용을 그대로 다시 타자로 치고 싶은 심정이다.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그의 삶은 진정 영웅적이었고 평범함에서 우러나온 그 비범함은 오늘의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나는 지금 어디서, 무얼하고 있는가.

저자인 조영래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 않을 수 없다. 전태일의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삶을 역사에 남을 고전으로 승화시킨 것은 많은 부분 저자의 능력에 기인하기도 한다. 전태일의 행동에 대한 저자의 해석과 평가는 무어라 형용할 수없는 문체로 우리 가슴에 와닿는다. 그리고 그 문체는, 화려한 미사여구나 어려운 수사 하나 없음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진솔함'이 묻어나기에 더욱 감동적이다. 진솔한 삶이 진솔한 저자를 만나 더욱 빛났다고나 할까.

물론 본서는 어느 노동자가 노동자로써의 자의식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 일종의 사회과학적 분석자료로 해석될수도 있고, 당대 노동자들의 삶의 현실을 알 수 있는 역사적 사료로 고려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국한해 보기에는 책의 내용이 너무 '광대하다'. 해서 아직 읽어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사실 본서는, 과장 하나 보태지 않고, 어찌보면 우리시대 또 하나의 '성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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